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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리쥴리 Oct 19. 2023

공시생을 포기하기로 결심한 이유

공무원 시험을 포기할지 계속 공부를 이어갈지 몇 날 며칠을 고민한 결과, 스스로에게 3개의 질문을 던졌다. 최대한 냉정하게 "YES or NO"로만 대답하기로 마음먹고 이제 그만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지금 그만둔다면 미련이 남을 것 같아?”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NO”였다. 

노력에 대한 아쉬움 또는 공무원에 대한 미련이 있으면 준비를 하는 게 맞다. 적어도 이렇게까지 고민하고 있진 않았겠지. 공부한지 1년 차엔 망설임 없이 바로 다음 해의 시험을 준비했던 것처럼. 무엇보다 내게 가장 중요한 건 적어도 미련이 남지 않아야 한다는 것. 살면서 "안 해보고 미련을 갖는 것"은 "해보고 나서 후회하는 것"보다 더 깊게 여운이 남는다. 그래서 내 상황을 돌아봤다. "훗날 이 직업에 대해서 미련이 생길 날이 올까? 내가 다시 공무원을 준비한답시고 버리지도 못하고 묵혀두었던 수험서를 뒤적일 날이 올까?"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려고 최대한 내 본심을 들춰내려고 애썼다. "공무원 합격"이라는 타이틀을 바란 건 아니었을까? 단지 남들이 봤을 때 "안정적인 직업"을 가졌다고 비춰지고 싶은 건 아니었을까? 내 안에서 의미를 찾기보다 남의 시선에서 그 이유를 찾으려 했다는 걸 깨달은 순간 결국 미련은 없을 거라는 결론이 났다.


“지금 상태에서 공부를 계속할 수 있겠어?”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도 “NO”였다. 

정신적인 측면에서는 한계에 다다랐고, 공부에 대한 또다른 방법적인 측면을 찾아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많은 합격 수기를 찾아보고 나에게 제일 잘 맞을 것 같다고 정한 방식으로 공부했음에도 1년 차에 떨어졌기 때문에, 2년 차에는 더 악바리처럼 준비했다.

서울시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다시 도서관을 찾은 어느 날, 열람실 좌석에 앉았는데 정말 머릿속에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집중하려고 커피도 마셨지만 나아지는 게 없었다. 결국 바람을 쐬러 도서관 옥상에 올라갔는데 갑자기 눈물이 나왔다. 뜻대로 되지 않는 나 자신이 나약하게만 느껴졌다. 에너지가 다 소진될 대로 된 나를 그해 마지막 서울시 시험까지 꾸역꾸역 끌고 갔다. 그리고 내 선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1년 뒤에도 불합격한다면 그런 너를 감당할 수 있겠어?”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도 "NO"였다.

1년 차에 불합격이라는 소식을 접했을 때는 '공부를 더 할까, 말까'를 고민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한 채 스스로 너무 아쉬워서 바로 다음 해 시험을 준비했다. 1년 차에 이 정도 점수면 2년 차에는 합격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작은 희망을 가졌기에 더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2년 차에도 불합격을 하자, 온몸으로 불안함이 퍼지기 시작했다. 뼛속 깊은 J성향으로서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는 편인 내가 plan B를 세우지 않고, 공무원 시험에 뛰어들었던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무언가 장치를 마련해두면 그걸 의지할 것 같았다. '안되면 대학원 가면 되니까~', '안되면 이거 하면 되니까~' 이런 안일함이 어느 순간 찾아올까봐 나를 낭떠러지에 몰고 시작했다. 그러나 무작정 뛰어들었던 초시생 때처럼 2년 차에도 고민 없이 공부를 이어나갈 순 없었다. 솔직히 나이에 대한 부담감도 무시할 순 없었다. 합격만 생각하고 달렸는데도 2년이라는 시간이 금방 흘러 벌써 20대 후반이 되었고, 더욱이 그 막연함과 두려움을 예측할 수 없었다. 지금도 아무것도 남지 않아서 막막한데 불합격한 29살의 나를 상상만 했을 뿐인데도 숨이 턱하고 막혔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시 돌아오지 않는 내 20대의 마지막이잖아.. 이대로 보내버리는 게 더 후회스러울 것 같아'


모든 질문의 마지막 답까지 “NO”로 결정을 내리고 나서 공무원 시험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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