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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이 Mar 23. 2022

#1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해야한다는 강박의 원인을 찾다

심리상담을 통한 스스로의 가치 찾기

년 말은 인생에 있어서 떠올리기도 싫은 매섭도록 추운 나날들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하루하루가 불안했고, 스스로 성인 ADHD가 의심될 정도로 무언가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래서 찾아갔다. 심리상담소를.


사실, 흔히들 말하는 자존감은 낮고 자존심은 높은 스타일이기에 나의 나약함을 스스로 인정하기가 두려웠다. 20대 초부터 자존감이 타인들보다 낮다는 것은 자각하고 있었지만, 그것은 유튜브나 책에 나오는 다양한 조언들에 따르면 금방 극복될 문제로 여겼었다. 스스로 둔한 편이라 자부하기에 나의 내면의 힘겨움 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자만했다. 내가 조금만 노력하면 충분히 극복될 문제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작년 말은 다른 이유로 불안감에 숨을 쉴 수가 없었고, 밥을 먹을 수조차 없었다. 누군가라도 없으면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살기 위해 찾아갔다. 심리 상담소를.


내 불안감의 원인은 따로 있었지만, 그 원인이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나는 심리상담이 꼭 필요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상담을 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사실 나는 매일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무언가를 배우지 않으면 불안한 강박증을 갖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살면서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 살면서 시간의 틈이 생기는 것이 싫었고, 조금만 무언갈 하지 않으면 금방 도태될 것 같았다. 억지로라도 무언가를 하려 노력했고, 정말 무언가도 할 것이 없어 집에만 있으면 불안했다. 아무런 계획도 잡히지 않은 주말이 나는 너무 불안했다. 


이런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에게 하면 늘 같은 뉘앙스의 대답을 듣는다. 그런 강박을 가져 너가 이만큼 성공한 거라는 식의 대답.


하지만 나는 살고 싶었고, 행복해지고 싶었다. 더이상 불안에 떨며 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드디어 찾아갔다. 심리 상담소를.


첫번째 시간은 사실 큰 획득은 없었다. 선생님과 나와의 서로의 탐색전이라고 해야할지...자기소개라고 해야할지.. 딱히 별다른 것들은 없었다. 하지만, 선생님과의 두번째 시간만에 나는 나의 강박의 원인을 찾을 수 있었고  의외로 원인은 예상치 못한 곳에 있었다.



심리상담 선생님: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예요?
나: 중학교 3학년 때 뚱뚱하고 공부도 잘하지 못했어요. 근데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때 다이어트를 해서 30킬로 이상을 빼고, 수학 공부를 열심히 해서 고1 때 날씬한 모습으로 등장한 데다가 첫 번째 중간고사에서 반에서 1등을 한 거예요. 그때 정말 기분이 제일 좋았어요.


심리상담 선생님: (...) 그게 이유네요.


흔히들, 강박증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려 부정적인 사건이 원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나 역시도 나의 그런 강박을 인지하고 있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살면서 큰 불쾌감을 느껴본 적이 없기에 그냥 나의 내재된 유전자가 약간의 우울증을 갖고 있나 억측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내 강박을 발단시켰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의 관점에서 이게 한 인간이 강박이 생기고, 자존감이 낮아질 이유가 되는가? 정말 당황스럽고 혼란스러웠다. 내 인생에 가장 찬란했던 경험이 왜 나에게 이런 심리적인 문제를 발생하게 했는가?


이에 대한 선생님의 부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기본적으로 나 같은 사람은 타인에게서 받고자 하는 인정 욕구가 큰 사람이다(즉, 타인에게 인정받을수록 나에게 도파민이 발생된다). 내 노력으로 중학교 3학년 때 단기간에 발전된 내 모습으로 타인들의 인정을 한 몸에 받았으니 이때 나로부터 배출된 도파민이 인생 최대의 양이었던 것이다(....) 이때 느낀 쾌감을 다시 한번 얻기 위해 나는 매 순간 무언가를 할 수밖에 없는 쳇바퀴에 갇혔다. 그때의 쾌감을 다시 한번 느끼기 위해.


하지만, 모두 다 알다시피 고1의 세계는 아주 작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개인이 속한 세계의 바운더리는 점점 커지게된다. 과연 중3 겨울방학때 한 단기간의 노력과 같은 양의 노력으로 고3, 대학생, 직장인으로서 큰 변화를 꾀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하는가...? 한두번이야 할 수 있다고 치지만 한계가 있지 않겠는가?


아무튼 나의 찬란했던 10대의 경험(현재까지도 그때만큼 기분 좋았던 순간이 없다)이 날 쳇바퀴 달리는 다람쥐처럼 무언가를 할 수밖에 없게 하고,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불안하게 했던 것이다.


심지어 이 불안감은 나중에 이야기하겠지만 나의 꽤 어린시절 찾아온 사춘기에 생긴 열등감과 결합하여 힘이 강해졌고, 결과적으로 자존감의 엄청난 저하까지 야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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