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지식인으로 살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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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정도부터 주말마다 러닝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주말에 아침마다 가는 헬스장이 늦게 문을 열어서 그 전에 시간을 때우기 위함이었는데, 야외에서 하는 런닝이 정말 기분이 좋았다.
뛰기 전까지 운동을 안하려는 온갖 이유를 떠올리는데 막상 뛰면 뛰면서 받는 에너지, 뛰면서 얻는 여러가지 영감때문에 멈출수가 없었다. 그래서 뛰는 것에 중독되어 있었다.
그러다 한번 달리지 않기 시작하니 그 맛을 잃어버리고 달리기를 중단한지 벌써 1달이 되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UCLA와 UC버틀리에서 동물학 교수를 역임한 베른트 하인리히가 현재 81세의 관점에서 그동안의 본인의 런닝의 기록을 보면서 작성한 회고록이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달리기 이야기가 메인 소재지만, 달리기에 대한 본인의 마음가짐, 달리기와 노화와의 상관관계 등을 주로 고찰하면서 이를 꿀벌, 애벌레 등의 삶 및 행동방식에 대한 본인의 연구 결과와 접목하여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 책이 쉽게 읽힌다고는 말을 하지는 못하겠다. 아무래도 과학자가 쓴 책이고, 생물학 용어가 조금은 나오니 이런 용어가 생소한 사람들이라면 조금은 부담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마침 과학을 업으로서 영위하고 있는 나에게는 남은 페이지가 종종 아까워서 아껴보게 된 책이었다.
읽던 내용 중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대부분의 동물들의 수명은 종족번식과 관련이 있다고 한 부분. 특히, 하루살이는 수생 유충으로 7년을 살지만 번식력있는 성체가 되어서는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죽는다는 것과 북아메리카 서부의 홍연어는 어른이 될때까지는 태평양에서 자라고 성숙해지면 강을 거슬러 와서 짝을 만나고 알을 낳는데 암수 상관없이 번식이 끝나면 급격히 노화하고 사망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번도 곤충, 동물들의 수명에 대한 메카니즘에 생각해볼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나로서는 이런 내용이 매우 흥미롭고 재밌었다.
한편, 인간은 왜 수명이 이렇게 길까, 특히 여성은 왜 폐경기가 끝나도 몇십년동안 수명이 유지되는 것일까 고찰해볼 수 있다. 이 책에 따라 해석해보면, 이는 인간은 사회적인 집단이기 때문에 자손을 낳고 더이상 색생식활동이 어려워도 자손들을 돌보는 일련의 행위들이 종족번식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토대로 생물학적 관점에서 봤을 때, 여성들은 폐경기 이후에도 자손을 돌볼 수 있고 이는 인간의 종족번식에 영향을 미치므로(어린 인간이 사회적으로 성숙할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으므로) 폐경기 이후에도 꽤 오랫동안 삶을 영위하는 것이다.
또한 베른트 하인리히는 다양한 마라톤대회에 나가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는데, 예를 들어 100마일(160km) 을 12시간 27분에 달려 US 오픈 신기록을 세웠고, 252.2킬로미터를 24시간 내에 뛰기도 하였다. 나는 사실 마라톤에 전혀 관심이 없어 우리가 흔히 아는 42.195 마라톤 이외에 울트라 마라톤 등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하였는데, 내가 존재하는지 조차 알지 못하엿던 이런 다양한 대회, 즉 새로운 세상이 있다는 것에 대해 알게 되서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더욱이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 내게 그런 철인들이나 나가는 대회에 출전하는 사람의 출전 전 마음가짐, 준비과정, 대회 진행 중일 떄의 시련 그리고 그 성공에 대해 간접적으로 경험해볼 수 있어서 보는 내내 굉장히 고무되었다. 이런 세계가 있었나 싶고, 결국 다시 달리고 싶어졌다.
무엇보다 80세를 살아온 베른트 하인리히의 삶에 대한 고찰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 굉장히 유익했다. 베른트 하인리히가 80대가 되었으니 몸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에 대해 자각하고 순응 하는 과정, 이를 받아들이는 일련의 사고들이 내게 깊은 공감을 주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는 분명 총량이 있고 항상 일정하게 최대한의 에너지를 발휘할 수는 없다는 것, 그러니 내가 가진 에너지도 완급조절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집중과 선택이 중요한 것임을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분명히 아주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다양한 생물들을 통해 삶, 인간의 삶...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달리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행복했다. 무엇보다 다시 달리고 싶다는 마음, 무언가에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책에는 숲에서의 생물들에 대한 관찰, 달리기에 대한 내용이 많아 상상력을 펼치기에도 좋았다. 이번 여름 휴가지에서 읽기에 좋은 책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