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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이 May 01. 2023

[헝거, 몸과 허기에 관한 고백] by 록산 게이

책을 읽고 글을 씁니다.



세상에 [뚱뚱한 사람-> 날씬한 사람]으로의 변화를 다룬 이야기는 참 많다. 대부분의 경우는 부럽고,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반대 경우의 글은 접한 경험이 없다. 만약에 다루더라도 [날씬한 사람-> 뚱뚱한 사람]의 스토리는 해결되어야 될 문제 혹은 대상으로서 이야기될 뿐이지 그 자체의 삶에 대해서는 알기 어렵다.  그나마 요즘은 플러스 사이즈에 대한 인식이 생겨 예전보다 [플러스 사이즈 모델]을 접할 기회는 많지만 그들마저도 얼굴은 예쁘고 체형에 조금은 살집이 있을 뿐이다.


이런 면에 록산 게이의 [헝거] 새롭다. 바로 이 책은 체격이 아주 큰 사람의 본인의 몸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솔직하게(어쩌면  솔직한 마음을 그대로) 써내려간 에세이이다.


실제로 그녀는 최고로 체중이 많이 나갔을 때 키 190cm의 체중 261kg 까지 나갔을 정도로 초고도비만이라고 분류될 수 있을 것이다. 이책에서는  이런 사람이 본인의 몸에 대한 생각, 의도치않게 커버린 본인의 몸으로 인한 제한, 억압, 제한, 하지만 그 제한 안에서도 본인의 솔직한 생각을 담담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뚱뚱이라고 표현하고 싶지는 않지만, 체격이 큰(컸었던) 사람들은 공감할 것이다. 체격이 커진다는것 만으로도 본인의 활동에 얼마나 많은 제약이 생기는지 경험하지 않은[못한] 사람은 모른다.


본의 아니게 공간을 많이 차지하게 되어 누구에게나 눈에 띄어버리게된다. 의도치 않게 공간을 차지되면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 정량의 음식을 먹어도 타인이 쉽게 판단하고 지적의 대상이 된다. 누구보다 존재감이 작아지고 싶지만 그럴수 없게된다. 옷에 나를 껴맞추는 답답함을 느낀다. 친구들과 기분좋게 나갔어도 옷이 나를 옥매는 느낌때문에 느껴지는 불편함(+ 집에가서 느껴지는 해방감)에 익숙해져버린다. 일반 규격화된 사회의 공간에 내가 맞지 않을지 늘 걱정해야햔다(의자가 부러지면 어쩌지, 안전벨트가 안맞으면 어쩌지 등). 이처럼 살아 숨쉬는 것 만으로도 그들은 스트레스를 받고 걱정하고 불안해한다.


내가 차지하는 공간은 크지만, 내가 존재하는 세상은 작은 느낌. 이 세상에 대체로 소속되지 않는다는 느낌.


이 책에서 그녀는 이렇게 표현한다. " The bigger you become, the smaller world that your world gets(당신의 체격이 커질수록, 당신의 세상은 작아진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스스럼없이 판단하고 조언을 하는 타인들.


무엇보다 이 사람들을 괴롭히는 매일 반복되는 [자기실패감] 그리고 이에 따른 [자존감 저하].


매일 눈을 뜨면 오늘은 덜 먹어야지, 오늘부터는 신경써야지 하지만 하루를 보내다보면 행복호르몬을 [내 의지로] 쉽게 구할 수 있는 건 결국 [음식]밖에 없다. 그러니 또 음식에 탐닉하게 되고, 다음날 본인의 모습에 후회하고 자책하고...




록산 게이의 [헝거]에서는 이러한 초고도비만인 사람의 생활과 생각들이 가감없이 드러난다. 그녀는 어렸을 때 말하기 어려운 사고를 당하고 본인을 보호하기 위해 음식을 먹음으로써 본인의 여성성을 없애기로 선택했다. 그리고 먹기 시작했다. 가족과 멀리 살면서 더 음식에 대해 탐닉하기 시작했고, 겉잡을 수 없었고 현재 체중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런 그녀는 결코 현재 본인의 모습에 만족하지 않는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날씬해지고 싶고, 몸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어한다. 하지만 이전에는 본인의 몸을 증오의 대상으로 바라봤다면 이제는 조금 더 편안하게 본인의 몸을 다루려고 하고, 마주하려고 한다. 이런 그녀의 몸에 대한 스토리가 이 책에 닮겨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책은 그녀의 다이어트 이야기가 아니다. 그녀의 삶과 몸에 대한 일종의 [고백록]이다.이 글을 통해서 나는 나 혼자서만 이러한 소위 체격이 좋은 사람들의 불편함, (체격이 크지 않았으면 결코 느끼지 않았을) 자유롭지 않다는 느낌, 패배자같은 감정을 갖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고 공감했다.


사회가 규정한 [적절한]체격 범위에서 벗어나는 것이 그렇게 대수인지. 남들에게 보여지는 아름다움에 이렇게 내 에너지를 소비할 필요가 과연 있는지. 나 말고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고, 그들도 불편하지만 본인의 몸을 받아들이고 살아간다면 나 역시도 내 몸을 이제는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로 받아주고 다정해져야할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그동안의 방황에 참 많은 위로가 된 책이었다.


+) 실제로 록산 게이가 TV 프로그램에 나가서 책에 대해 이야기한 영상을 첨부한다. 그녀의 체격이 어떻든 그녀는 똑똑하고, 멋지고, 심지어 유머감각까지 구비하고 있다..


https://youtu.be/dPV2XNMj5zk

roxane gay, the author of "Hu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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