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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이 May 09. 2022

#4 언제쯤 스스로에게 만족하게 될까요?

심리상담을 통한 스스로의 가치 찾기

달리기를 하면 나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그나마 줄어드는 것 같다.

부정적인 기운을 옮기고 싶지 않지만, 최근 아무것도 하기 싫었고, 정말 모든 면에서 효율이 나지 않았다.


이런 적은 정말 오랜만이었기에(살면서 거의 처음 이었기에) 당황스러웠고, 내가 게을러진 것 같았다. 그토록 재밌었던 운동도 하기 싫고, 번아웃이라고 스스로 진단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번아웃이라는 진단의 가장 깊은 부분에는 내가 너무 싫었다. 쉽게 말하면, 스스로가 너무 꼴보기 싫었다.


바디프로필이 끝나고 체중이 조금 많이 불었다. 못해도 한 3-4키로는 증가했을 것이다. 나는 과거의 바디프로필 당시의 내 모습이 실제 내 모습이라고 생각했고,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 모습에 집착해서 지금 체중이 증가한 내 모습은 내 모습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들이 현재 체중이 증가한 나를 혐오하기에 이르렀고, 지속되는 자기혐오에 지쳐 무기력증까지 보이게 만들었던 것 같다.


늘 내게는 복근이 있었는데 지금은 희미해졌다. 몸이 둔해보이고, 얼굴이 느끼해졌다.  이런 내 자신을 인정하기 싫었다. 날 쳐다보기도 싫었다.


살이 찌니 운동이 하기 싫고, 거울속에 내 모습이 성에 차지 않았다. 스트레스를 받으니 빵같은 밀가루 음식만 찾게 되었다. 정신을 차리면 또 식단을 한다고 난리를 치고, 배가 고프니 중간중간에 간식을 먹기 일쑤였다.


말 그대로 악순환이었다.


내 자신에 대한 자신감 마저 잃어서, 그토록 좋아하던 SNS도 하기 싫고, 심지어 상담마저도 가기 귀찮았다. 현실에서 도망치고 있었다. 나만의 동굴로 들어가고 있었다. 모든 것이 귀찮았다. 그동안 전혀 느껴보지 못했던 무기력증이 이런 것인가 싶었다.


아무에게도 다이어트로 내가 이렇게 스스로를 경멸하게 되었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점점 더 동굴로 들어가면서도 사람들에게 티는 내지 않았다. 하지만 더이상 이 마음의 문제를, 자기혐오의 문제를 고치지 않고서는 내가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아 선생님께 용기내서 말씀드렸다.




영이: 요즘 살이 쪄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요. 살이쪄서 운동도 하기 싫고 오히려 많이 먹어요. 이런 제가 너무 싫어요.

선생님: 마음만 먹으면 3-4키로 금방 빼지 않아요? 한 두번 빼본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해요. 오히려 얼굴은 지금이 더 좋은데. 근데, 살이 빠진 다음에는 본인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사라질까요? 현재 살이 빠졌다고 생각했을 때 본인한테 불만족 스러운 부분이 있지 않아요?

영이: 네. 영어를 잘 못하는 저도 싫고, 제가 정한 루틴을 지키지 못하는 제가 싫어요. 

선생님: 영이씨는 끊임없이 자기혐오를 하는걸 더 걱정해야할 것 같아요. 지금은 체중이 증가한 모습이 마음에 안들지만, 체중이 감소하였다고 하더라도 다른 부분에 또 불만족할 거에요. 지금 그 모습을 받아들이고, 본인에게 만족해보려고 하는건 어때요?

영이: 그게 정말 어려워요. 저도 이런 저를 안 싫어하려고 노력하는데 제가 너무 싫어서 힘들어요.

선생님: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엄마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만큼 스스로를 사랑한다고 해요. 스스로를 그렇게 사랑해보려고 노력해보는 건 어떨까요? 스스로를 타인대하듯이 대하지 말구요. 아니 타인보다 더 스스로에게 지금 모질게 구는 것 같아요.

영이: 어떻게 하면 저를 그렇게 사랑하게 될 수 있어요? ....



한번도 내가 자기혐오에 빠졌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냥 살찐 내가 싫었던 거지 내 스스로가 싫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면서 깨달았다. 나는 내 스스로를 싫어할 이유를 계속해서 찾고 있었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늘 내가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나를 발전시키려고 노력해왔지만, 그 노력의 이면을 생각해보면 나에게 자아에 대한 의식이 생긴 이후로 나는 스스로에게 한번이라도 만족한 적이 없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나에게 늘 부족한 존재였으며, 고쳐야할 대상이었다.


언제까지 이렇게 스스로를 혐오해야할까? 언제쯤 스스로에게 만족할 수 있을까? 

나를 사랑해야 타인을 사랑할 수 있다는데 언제쯤 스스로를 사랑할 날이 오게 될까?


초여름 바람이 참 차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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