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살면 불편하지 않아요?

by 메이 이혜림

그렇게 살면 불편하지 않냐는 질문에 “네, 조금 불편해요.”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그러고나면 다들 예상 밖이라는 대답이라는 듯 눈을 휘둥그레 뜨고 나를 바라본다. 그렇게 불편한데 왜 그렇게 사느냐는, 나만큼 솔직한 질문을 아주 가끔은 다시 받는다.


없이 사는 불편함을 택하는 것이 수많은 것을 짊어지고 사는 것보다 좋다. 지금은 없이 사는 것이 즐겁다. 불편하지만 이렇게 사는 이유에 대하여 무언가 사족을 덧붙여 설명해주고 싶은데, 아 그냥 좋은건데. 불편하게 살면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번거로움에서 오는 즐거움이 분명 있는데,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한참을 고민하고 헤아려보다가 다짐했다. 이해 받길 바라고 내 삶을 이해해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덧붙이는 말들을 이제는 하지 않기로. 대신 이렇게 말하기로 했다.


“전 그냥 이게 좋아요.”

그래, 그거면 충분하지 뭐. 내가 좋다는데.




비우고 비우다보면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인다. 물리적, 심리적으로 걸치고 걸리적거리는 것들이 줄어들면서 내가 살고 싶은 인생을 살겠다는 다짐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에 한 뼘 더 용기를 낼 수 있게 된다. 내 목을 죄어오는 수많은 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물건을 줄이고 또 줄이던 시절, 내게는 이런 꿈이 생겼다.


내가 가진 모든 짐이 캐리어 하나에 몽땅 다 들어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럼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떠나고 머물며 살아갈 수 있을텐데!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 정말로 나의 모든 물건을 캐리어 하나에 몽땅 털어넣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살아보는 꿈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남편과 떠나는 세계여행을 통해서.


원룸에서의 보내던 신혼생활. 작고 단순한 집은 가벼운 생활이 되었고, 가벼운 생활은 보다 더 자유로운 삶을 꿈꾸게 했다. 내가 가진 공간이 작았기에 어쩔 수 없이 많은 소유물들을 비우고 줄여야 했지만, 그 덕분에 큰 미련 없이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 그것도 아주 홀가분하게! (잃을 게 없다면 더 대범해지는 법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행복한 인생에서 필요한 물건은 그리 많지않음을 몸소 깨달았다. 인생에는 물건과 돈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다는 것과, 그렇기에 살면서 어디에 중심을 두고 살아야 하는지를 남편과 나는 경험으로 몸으로 겪었다. 집이 작아서 더 큰 세계를 꿈꿀 수 있었고, 작은 것의 소중함도 알게 됐다. 여행을 하며 작고 허름한 싸구려 숙소에 머물게 될지라도 나만의 낭만을 찾을 수 있을거란 자신감도 생겼다. 그래서 나는 우리 집에게 너무 너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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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여행을 앞두고 작은 원룸에 있는 살림들을 모두 처분하고 딱 두 사람 배낭에 들어갈 만큼의 물건만 남기는 과정을 보냈다. 침대와 옷장을 비롯한 크고 작은 가전가구들은 다음 세입자에게 저렴한 값에 모두 내주기로 했고, 그 외 살림살이는 중고시장에 내다 팔거나 필요로 하는 단체에 기증했다. 약 2년간의 결혼 생활의 짐이 이렇게 단순하게 정리가 되다니, 기분이 묘했다. 한편으로는 이정도라면 앞으로도 내가 원하기만 한다면 언제든 여행하듯 떠나고 머물며 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없이 산다, 최소한의 물건들만 가지고 산다 해도 역시나 여전히 나는 많은 물건들을 지니고 있는 것과 동시에 매번 버리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는 계기가 되어주기도 했다. 주기적으로 덜어내지 않으면 나는 계속 물건에 둘러싸여 생활하게 될 사람이라는 것도.

이제는 미니멀리스트라 자부했지만, 알게 모르게 우리 집에도 쌓여 있는 물건들이 꽤 있었다. 내가 직접 구입한 물건들은 없지만 주로 선물로 받은 것들이었다. 이로써 또 한번 교훈을 얻었다. 다른 이에게 선물 할 때는 물건보다는 경험을. 또는 언젠간 사라지는 것들로. 내가 느낀 이 고통을 또 다른 이에게 전해주고 싶지 않다.


‘이건 ~이유로 내게 무척 소중해. 그러니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야.’라고 자신만의 특별한 히스토리를 지닌 물건들은 삶에 풍요를 더해주지만, 사실 없어서는 안 될 물건들의 리스트가 간단할수록 두 손에 꽉 쥐고 있는 물건이 적을수록 우리는 평온하고 자유로운 인생을 살기 쉬워진다. 나는 언제나 물건을 많이 지니는 것보다 덜 갖고 더 자유로워지는 쪽을 택하겠다. 그렇게 살면 불편하지 않냐는 숱한 질문에 언제나 "네 불편해요. 그래도 전 이게 좋아요." 라고 답하면서 말이다.


세계여행을 떠나는 것을 계기로 나는 또 한번 내게 소중했던 물건들을 내 손에서 털어버렸다. 보낼 땐 아쉬웠지만 돌아서자마자 내게 남은 건 오직 홀가분함이었다.

여행을 위해 챙긴 나의 배낭은 7kg. 여섯 벌의 원피스와 운동복 한 세트, 가디건과 긴 외투를 챙겼다. 7kg의 배낭으로 일 년간의 배낭여행에서 부족함을 느낀 적은 결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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