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채우는 미니멀리즘

by 메이 이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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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니멀 라이프를 알게 되고, 시작한 지 어느덧 10년이 되었다. 신기하게도 내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나의 미니멀 라이프도 함께 진화하고 성장해왔다. 10년간 꼭 필요한 것들만 소유한 채 단순하고 가볍게 살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 하나는 미니멀 라이프에 획일화된 정답이 없다는 것이다.


미니멀 라이프의 큰 틀은 우리가 소유하고 있는 것들을 줄여 최소한으로 만들어 살아가자는 것. 줄이는 것은 물건뿐 아니라 다양하다. 과다한 지출이나 과한 업무, 복잡한 인간관계, 과식 또는 좋지 못한 습관이나 마음가짐일 수도 있다. 요는 내 인생의 과한 것들을 줄여 감당 가능한 크기로 만드는 것이다. 그 과정이나 모습은 모두가 다를 수 있다. 물건을 모두 버리는 것이 미니멀 라이프도 아니고, 온 방안을 새하얗게 만들고 원목 가구를 두고 싱크대 위를 모두 비우는 것만이 미니멀 라이프도 아니다. 미니멀 라이프에는 정해진 틀이나 정답이 없다. 각자의 주관대로 만들어가는 라이프 스타일이다.


미니멀 라이프를 하는 이유나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기도 하다. 누군가는 품질이 좋고 비싼 물건으로만 적게 소유하는 삶에 만족감을 얻기도 하고, 누군가는 무소유와 검소함에 무게를 두고 미니멀 라이프를 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집안일에 할애 하던 시간을 줄여 육아에 더 집중하기 위해 시작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아무것도 없는 방에서의 고요와 평온함이 좋아 시작하기도 한다. 최소한의 소유와 극도의 절약을 통해 무언가를 이루려 하기도 하고, 그저 덜 소유하고 더 존재하기 위해 하기도 한다. 그래서 모든 사람들의 미니멀 라이프는 제각각의 모습을 가지고 있고, 옳고 그르다는 판단 자체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획일화된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우리는 남들과 다르게 사는 것을 불안해하고, 나와 다른 사람을 이상하게 여기며, 정답이 없는 것을 어색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미니멀 라이프도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것처럼 굴며, 자신이 생각한 틀을 벗어나면 안되는 것처럼 여기며 자기검열을 한다. 자신의 기준으로 타인의 삶에 손가락질을 하기도 한다. 나는 이 부분이 참 아쉬웠다. 삶의 모습이 모두 다 같을 수 없듯, 미니멀 라이프도 모든 사람이 같을 수 없는데. 이 좋은 걸 단순히 물건 버리기라고 오해하며 시작을 못하는 사람들이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이 자리를 빌어 이렇게 이야기 하고 싶다. 미니멀 라이프에는 정답이 없다고 말이다.


나의 미니멀 라이프는 10년간 많은 변화를 겪어 왔다. 처음에는 귀찮아서 가지고 있었던 쓰레기들을 버렸고, 그 다음은 사용하진 않지만 아까워서 가지고 있던 물건들을 비웠다. 물건이 사라진 자리에 여유가 깃들면서 나는 미니멀 라이프에 빠져 들었다. 차츰 비우기 어려웠던 물건들도 버리기 시작했다. 물건 속에 담아 둔 나의 과거, 실패, 미련, 집착도 함께 정화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남긴 나의 최정예 요원같은 물건들은 내게 더욱 소중해졌다. 적은 물건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되며 불필요한 물건을 사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더불어 내 인생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가치인지 알게 됐다. 내가 관리할 수 있는 크기를 벗어난 모든 것이 내 인생을 얼마나 낭비하게 내버려두었는지도. 나는 나의 시간, 에너지, 그리고 나 자신이 소중해졌다. 나를 괴롭게 했던 또는 내가 원했던 것이 아닌데도 질질 끌고 왔던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며 하나씩 끊어냈다. 인간관계, 직장, 과소비, 과식, 불안, 집착, 돈에 대한 욕망 등. 몇 년간 수없이 많은 가지치기를 반복함으로서 나를 낭비하게 하고 불편하게 했던 복잡한 모든 것을 비워냈다.


비워낸 자리는 건강한 것들로 채웠다. 채식을 시작했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수면 습관을 길렀으며, 운동을 하고 절약을 했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내 마음에 쏙 드는 인생을 살게 되면서 내 삶이 온전히 나 자신으로 채워진 느낌을 받았다. 내가 나 자신으로 살게 되며 가족, 이웃을 넘어 환경과 동물, 지구에도 마음이 가기 시작했다.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고, 기부와 기증을 하고, 주기적인 헌혈을 한다. 내 인생에서 행복과 만족감이 넘치니 그 마음이 주변으로 자연스럽게 흐르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 나의 미니멀 라이프는 점점 더 많은 스펙트럼을 가진 라이프가 될 것 같다. 처음 시작은 막연한 물건 비우기였지만, 지금은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채우기 위한 비움이 되었다.


나는 왜 안될까.

나는 왜 아직도 옷들을 다 버리지 못할까.

나는 왜 이렇게 사고 싶은 물건들이 많을까.

나는 왜 큰 집이 좋을까.


다른 사람들의 미니멀 라이프와 비교하며 자신을 힘들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미니멀 라이프를 하는 궁극적인 이유가 내 인생 더 잘 살아보려고, 행복하게 살아보려고 하는게 아닐까. 너무 나를 괴롭히면서까지 빈 공간을 만들려고, 무채색의 단순한 옷만 걸려있는 옷장과 아무 것도 올려져 있지 않은 텅 빈 싱크대를 만들려고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각자가 자기다운 라이프를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정답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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