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 있는 자신감

불안하고 힘들다

by 김메리

주말 오전 초과 근무를 하고 오후에 도서관에 갔다. 인사이동을 해서 새로운 업무를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법령, 규정을 잘 모르니 방문 민원, 전화 민원이 불안하고 무섭다. 사람 대하는 일을 해 본 적이 없어서 더 그렇다.

공무원이 되기 전 문화재 발굴 할 때 여름에 뙤약볕에서 일하고 겨울에 칼바람 맞으며 일했던 게 생각난다. 몸이 흙투성이인 채로 땅을 파고 언덕을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도면을 그리고, 드론을 날리고, 유물을 수습하고, 복원하고, 컴퓨터로 보고서 작업을 했던 게 생각난다. 기억이 미화됐는지 그때가 그립다. 되게 매력적인 일이었구나. 얼마 전 문화재 연구원 원장님과 카톡으로 연락하였다. 통화를 하고 싶었는데 바빠서 통화는 못했다. 회사를 그만둔 지 오래됐는데도, 내가 시험에 합격했다고 연락하자 정말 기뻐해 주셨던 원장님. 언젠가 결혼할 때 주례 부탁 드리려고 찜해 놨다.

도서관 의자에 앉아있으니 공부했을 때도 생각난다. 공무원 시험 합격만을 바라봤는데, 공무원은 평생 공부를 해야 하는 직업이었다. 순환 근무라 인사 이동 할 때마다 업무를 새로 배워야 하고 그 안에서 경쟁을 한다. 나는 물러터진 사람이라 경쟁이 싫은데. 이제 공부도, 경쟁도 그만하고 싶은데.

그래도 문화재 연구원 다닐 때 한자를 조금 안다는 게 가끔 유용했는데, 공무원이 돼서도 한자를 조금 안다는 게 가끔 업무에 도움이 된다. 적성에 맞는 일을 하고 있는 건가(?).

앉아있기 답답해서 도서관 밖 공원을 한 바퀴 돌고 벤치에 앉았다. 수족냉증이라 겨울을 보내기가 너무 힘든데 웬일인지 날씨가 따뜻했다. 햇볕이 따뜻하다. 가만히 앉아 멍 때리다가 후드를 쓰고 긴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다 가린 채로 벤치에 모로 누웠다가 그대로 잠들었다.

잠에서 깨니 30분이 흘렀다. 예전에는 스트레스받는 일이 있을 때 자고 일어나면 기분이 좋아졌는데, 이제는 자고 일어나도 우울하다. 일에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우울한 것이다. 공무원 시험공부를 하면서 깨달은 것이다. 잠을 자도 우울했다. 시험에 합격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기고부터 덜 우울했다. 방법은 하나뿐이다. 시험이든, 업무든 공부를 해서 자신감을 가지는 수밖에 없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더니.


*미리 준비가 되어 있으면 걱정할 것이 없음.


근자감은 중요하다. 하고자 하는 바를 실천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거를 만드는 것은 더 중요하다. 결국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시작하더라도 근거를 만들어야 해결할 수 있다. 근거를 만들기 위해 도서관 열람실로 기어 들어갔다.


아유 하기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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