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마다 밥을 사 먹기에는 돈이 많이 들고 밥을 싸가기에는 번거로워서 샐러드를 싸간다. 미리 삶아 놓은 계란 두어 개 넣고 양상추 대충 찢어 넣고 토마토나 사과 같은 것들 서걱서걱 썰어 넣으면 되어 편하다.
사무실 옆에는 경로당이, 앞에는 작은 어린이 공원이 있다. 겨울에는 썰렁한 회의실에 난방기를 틀어놓고 혼자 조용히 도시락을 먹었다. 날씨가 풀리니 출근길 공원을 지나치며 공원에서 점심을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문화재 발굴할 때는 남초 회사라 점심시간에 다들 후다닥 먹고 우르르 일어나는 바람에 정신이 없었다. 공무원이 되어 발령받고 나서는 여초 부서라 점심시간 내내 얘기 듣느라 정신이 없었다.
문화재 발굴할 때 사찰에 발굴조사 나간 적이 있었다. 여자 주지스님께 불려 갔다(?) 나오신 부장님 말씀이 생각난다.
"이런 말 하면 남녀차별 발언으로 들릴까 봐 안 하려 했는데."
"여자는 속세를 떠나도 말이 많더라."
요즘에는 공원 벤치에 앉아 햇볕 쬐며 도시락을 먹으니 소풍 온 기분이다.
후딱 양치질을 하고 다시 공원에 나와 할머니운동기구(?)로 운동도 한다. 매일 공원 벤치에서 도시락을 먹으니 경로당 할머니들이 말을 건다.
어느 날 경로당에서 나와서 공원 벤치에 앉아 있던 할머니께서 내게 손짓하셨다. 할머니께 다가가니 할머니들의 최애 간식 땅콩캬라멜 하나를 나한테 내미신다.
또 어느 날은 벤치에 앉아 계시다가 외치듯 말을 거신다.
"저 꽃은 머꼬!"
"겹벚꽃이요!"
나도 외치듯 대답한다. 어르신들은 잘 못 알아들으셔서 크게 말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쁘네." 하시더니 반대방향의 꽃나무를 가리키며 또 물으신다.
"저거는?"
"저거는 벚꽃이요."
"저거랑 이거랑 다르나!"
"저거는 벚꽃! 요고는 겹벚꽃!"
*호작질 - '쓸데없는 장난'이라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