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대에서 일하니 사람들에게 기가 빨린다. 나처럼 물러터진 성격으로는 승진도, 경쟁도 너무 힘들 거 같고 자신이 없다. 그래도 가고 싶은 부서가 있긴 하다.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문화관광과, 건축과에서 일해 보고 싶다. 공무원들 중에서도 제일 똑똑한 애들만 가는 부서가 행지과(행정지원과)라 한다. 그러나 그런 곳에는 흥미가 없다. 갈 만한 깜냥도 안 되지망서도. 문화관광과, 건축과도 내가 가고 싶다 해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지만 가장 일해 보고 싶은 부서이다.
공무원이 되기 전 문화재 발굴 했다고 했을 때 마침 문화관광과에서 온 상사가 여기서 일 좀 하다가 문화관광과 가면 되겠다고 하였다. 문화관광과라고 해도 행정직이라, 발굴 현장에서 땅 파고 유물 복원하는 일이 아닌 행정 일을 주로 할 것이다. 생각보다 일이 더 힘들 수도 있다. 그래도 그가 그렇게 말해주니, 가볍게 한 말일지라도 용기가 나고 고마웠다.
문화재와 건축은 상극이지만 건축과에서도 일해 보고 싶다. 일행직(일반행정직) 공무원으로 일한 경력은 어디 쓰일 데 없다 하는데, 듣기로는 건축과에서 일한 경력은 쓰일 데가 있다 한다. 사실 건축과에서 뭔 일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는데 그냥, 갑자기 흥미가 생겼다. 문화재 발굴할 때 건설하는 사람들이 우리 싫어했었는데.
공무원 교육원에서 만난 애들은 다들 승진 욕심도 있고 당차 보였다. 그러나 나는 승진 같은 거 신경 쓰며 살고 싶지 않다. 승진할 자신도 없고. 듣기로는 신경 안 쓰고 살아도 '네 동기가 승진했다더라' 하는 주변 사람들 얘기에 자존감이 낮아진다 한다.
9급으로 시작해서 6급이 아닌 5급으로 정년퇴임한다면 좋을 거 같긴 하다. 5급 여자 과장님들이 멋있어 보이기도 했다. 이 보수적인 조직에서 얼마나 노력했을지.
그러나 나는 최소 20년을 그렇게 살 자신이 없다. 자리는 한정적인데, 혹여라도 아등바등 살다가 5급 못 달고 정년퇴임하면 허무할 거 같다. 어차피 안 될 깜냥엔 빨리 포기해야겠다. 그냥 일해보고 싶은 부서에서 일해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을 것 같다.
가고 싶은 부서라도 있다는 것이 버티는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