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일등(貧者一燈)

by 김메리

공무원이 되기 전 다녔던 회사에서 동료들과 허구한 날 술 먹고 놀면서 너무 가깝게 지냈던 게 다 부질없게 느껴져서 후회하였다. 공무원 시험공부하면서 자연스레 손절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적당히 거리를 두고 지낸 사람들과는 지금도 가끔 연락하며 지낸다. 그래서 공무원이 되면 사람들이랑 가깝게 지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막상 공무원이 되어 보니 내가 굳이 그러지 않아도 다들 나와 비슷한 생각인지 사적인 질문 같은 건 거의 안 하고 경계를 지키는 게 느껴졌다. 오히려 내가 마음에 드는 사람과 친해지고 싶어졌다.

그녀는 내가 업무로 힘들 때 종종 지나가며 말 걸어주었다. 그런데 카톡에 그녀 생일이 떴다. 선물 같은 걸 사주기에는 그렇게 친하지 않아 부담스러워할 거 같았다. 주머니 사정이 안 좋기도 하였다. 그렇다고 그냥 지나치기에는 축하를 해주고 싶다.

마침 점심 회식을 하게 되어 그녀와 같이 점심을 먹게 되었다. 점심 회식을 하더라도 자리를 다 비울 수 없으니 팀을 나눠서 먹으러 갔는데 나는 그녀와 같은 팀이 된 것이다. 식당에서 마주 앉아 넌지시 말을 걸었다.


"오늘 생일이죠?"


그녀가 맞다고 하며 옆사람과도 저녁에 맛있는 거 먹으러 가냐는 등 얘기를 하였다. 나는 그녀에게 생일 축하 노래를 해주겠다며 박수 치며 생일 축하 노래를 하였다. 나의 갑작스러운 노래에 그녀도 웃고 옆사람도 웃었다.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들어가는 길에 그녀가 생일이라 기분이 좋으니 커피를 쏘겠다고 하였다. 나는 "제가 사드려야 하는데."라는 말만 되뇌다 얻어먹었다. 심지어 커피를 못 마시기에 더 비싼 초바(초코바나나)를 얻어먹었다.


빈자일등(貧者一燈)*이라 하였는데, 나는 노래를 불러 주었으니 빈자일요(貧者一謠)라 해야 하나!


*'가난한 사람이 바치는 하나의 등(燈)'이라는 뜻으로, 물질의 많고 적음보다 정성이 중요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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