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사랑의 편지에 내 글이 실렸다 3

기쁨을 함께해 준 사람들

by 김메리

1월 중순 대구는 별안간 봄날씨였다. 새벽 KTX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하자마자 찬바람이 뺨을 스쳤다. 휴대폰으로 날씨를 확인해 보았다.

대구 영상 5도, 서울 영하 3도.

몰타 어학연수 때 알게 된 친구1을 만났다. 주말이라 쉬고 싶을 텐데 이른 아침부터 나와주어 고마웠다. 지하철 서울역에서 그녀와 함께 내 글이 있나 둘러보았다. 벽을 보며 휘리릭 지나가다가 연청록색과 연보라색 어우러진 바탕색의 내 글이 보여서 멈춰 섰다.

서울역에 부착된 김메리의 글


'우왕왕왕 내 글이다, 내 글!'

내 요청에 친구는 포스터 옆에 선 내 모습을 찍어 주었다. 사람들이 우리 사이를 휙휙 지나갔지만 개의치 않았다. 원하는 만큼 사진을 찍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숙대입구역에서 내려 산책을 한 후 홍철책빵에 가기로 하였다. 친구가 장갑을 빌려주어, 한 짝씩 나눠 낀 채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걸었다. 미군부대, 교육청을 지나니 가풀막이 나왔다. 헐떡이며 오르다가 알아챘다.

'길을 잘못 들었구나.'

네이버 지도를 보며 다시 걷다 보니 108 계단이 나왔다. 계단을 올라 마루에 다다랐다. 여기저기로 난 좁은 골목길들을 요리조리 걷다가 홍철책빵으로 향했다. 오픈 시간에 맞춰서 도착했는데, 내부로 들어선 순간 웃음이 났다.

'이 무슨 정신 나간 공간이란 말인가.'

노홍철 曰(왈)


내부를 구경하다가 친구는 라테를, 나는 허브티를 시켰다. 브라우니도 같이. 멀리서 왔다며 그녀가 사주었다. 2층으로 오르니 얌전한 공간이 나왔다. 사실 1층에 영화관 같은 방이 있어 거길 들어가 보고 싶었으나 대여섯 명의 엄마들과 함께 온 초딩들이 차지해 버렸다. 자리를 잡고 앉아 연애얘기, 결혼얘기, 회사 얘기했다.

헤어질 시간이 다 될 무렵, 친구가 슬그머니 가방에서 책을 꺼냈다. 작년 여름 출간한 내 책이었다. 사인해 달라며 내밀기에 얼마나 고맙던지. 민망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앞장에 짧은 편지글과 함께 사인을 하였다.


김메리의 첫 책


조용한 성격에 나긋나긋한 서울말로 얘기하는 이 친구를 만나면 나도 모르게 이런저런 얘기를 쏟아냈다. 그래서 그녀에게 너는 호수 같기도 하고 숲 같기도 하다는 쪼매 민망한 비유를 써가며, 그래서 얘기를 마음껏 하게 된다는 편지를 썼다.

친구1과 헤어지고 일본 워홀 때 알게 된 친구2를 만나러 갔다. 서울 온다는 내 얘기에 친구2는 숙대입구역 근처 여러 카페와 맛집 링크를 보내왔었다.

'와악 미쳤다!'라는 말과 함께.

다 가보지는 못할 거 같아 친구가 '와악 미쳤다' 라고 한 교토우지말차치즈케이크를 파는 카페만 가자고 했었는데 친구2가 말했다.

"언니 밥은 먹어야죠!"

정말 괜찮다고 카페만 가도 좋다고 하였다. 카페에 내가 먼저 도착하였는데, 몇 분 뒤 친구2가 왔다. 자기가 알아봐 둔 김밥 맛집에서 사 온 김밥을 내게 내밀며, 언니 밥 먹어야 한다며 기차 안에서 먹으라고 챙겨 주었다. 그녀와도 연애 얘기, 결혼 얘기, 회사 얘기했다.

친구2는 살면서 만난 사람 중에 가장 밝은 사람이다. 요 근래 회사 일로 많이 바빠서 조금 지친 것 같았다. 그래도 그녀라면 명랑함을 잃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수정이

https://brunch.co.kr/@merrymerry/24


기차 안에서 친구2가 사준 참치김밥을 야금야금 먹고 후기도 보냈다. 김밥 속에 파프리카인지 피망인지 모를 것이 들어가서 참치와 어우러져 상콤하니 맛있었다.
집으로 오는 길 통화하였던 교통문화협의회 직원 아저씨께서 곳곳의 역에서 발견한 내 글을 찍은 사진들을 보내주셨다. 이렇게 많이! 감사합니다!


자랑하고 싶어서 사진 올리는 김메리

후기 4편은 대구에서...

계속 자랑해야지.

아무도 안 읽어도 자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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