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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메리 Nov 12. 2023

영어로 말 한마디 못 하는 건 한국의 공교육 탓일 거야

몰타에 가기로 했다

2023. 11. 11.


  나는 10 년 전 일본에서 지낼 때 영어권 나라에서살아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국에 돌아와서 회사에서 일하면서, 회사를 그만두고 공무원 시험을 공부하면서 그 꿈은 계속 미뤄졌다. 회사를 다니면서 일본에서 알게 된 친구 수정이를 통해 몰타라는 곳을 알게 되었다. 회사를 그만둘 때 공시 공부를 먼저 할까, 몰타 단기 어학연수라도 다녀와서 공부할까 망설이다가 공시를 빨리 합격한 후에 어학연수를 가기로 결정했는데 공부 기간이 길어지면서 꿈이 또 미뤄졌다. 그 기간 동안 몰타 관련 책을 수십 번 펼쳤다 덮었다.

  수능 영어 이후로 영어 공부를 안 하고 살다가 33살에 시작한 공무원 시험 때문에 영어 공부를 다시 했다. 독해를 하고 단어를 외우고 문법을 외워서 문장 속에서 틀린 걸 찾아내는 연습을 하고 수능 영어와 유형만 조금 다를 뿐 똑같은 과정... 토익과 지텔프도 공부했다. 역시나 독해를 하고 단어를 외우고 문법을 외워서 문장 속에서 틀린 걸 찾아내는 연습을 하고 시험 유형만 다를 뿐 다 똑같은 과정...

  지텔프 목표 점수를 달성하고 나서도,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 나서도 생각했다.


  '영어로 말 한마디 못 하는데 이게 다 뭔 소용이라꼬.'


  초등학교 때 엄마 손 잡고 like 외국어 학원에 가서 원어민 선생님과 대화를 하고 달란트에 집착할 때만 해도 영어가 재밌었는데,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바보가 되었다. 중, 고등학교 6년 동안 영어 공부를 했는데 해외에서 살지 않으면 영어로 말 한마디 못 한다는 건 공교육 탓이라고 생각했다. 인강 영어 강사가 한국의 영어 교육은 실패라고 했는데 그 얘길 들으니 더 그렇게 느껴졌나 보다.


조선시대 영어교재 아학편. 이렇게 배웠으면 지금 보다 영어 말하기를 잘했을 것 같다.


  9급 시험에 합격하고도 7급 시험에 미련이 남아 3달 동안 또 공부해서 10월 마지막주에 시험을 치렀다. 예전에는 시험 합격 발표날 시험장에 직접 찾아가서 벽보를 보고 응시번호나 이름을 확인하며 합격 여부를 알 수 있었다면,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 시험 당일 합격예측사이트에 점수만 입력하면 응시자들 중 몇 등인지, 합격 가능성이 있는지 알 수 있고 이는 거의 95프로 이상 정확하다.

  9급 시험 당일날 합격예측사이트를 보고 완전히 안심한 건 아니었지만 타코야끼에 맥주를 사 먹었었다. 7급 시험 당일에는 면접 보러 갈 일이 없을 거 같아 예전에 알아두었던 유학원 원장과 바로 다다음날 상담 예약을 잡아 서울로 향했다.

  유학원 원장이 나랑 동갑이었다. 성공한 여자!


  "지금 걸리는 일이 없으면 당장 떠나요. 이틀 만에 준비해서 가는 사람들도 있어요."


  9급 최종 합격하고 7급 시험 치를 때까지도 발령이 나지 않았지만 언제 발령 날지 모르는 상황이었고, 현직 공무원인 친구가 발령 나고 일 시작하면 공무원을 그만두지 않는 한 한 달 이상 외국 다녀올 일은 없을 거라고 하였다. 나는 유학원 상담까지 실천했지만 천성이 깨을뱅이라 집에 돌아와서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고 이틀을 보냈다. 일본 갈 땐 설렘이 두려움을 이겼었는데 몰타 가려니 설렘과 두려움이 싸우고 있었다.

  그러다 몰타에 대해 알려주었던 수정이의 응원으로 2주간 이것저것 필요한 절차들을 급하게 준비해서 11월 11일 몰타행 비행기를 탔다.


  "언니, 비행기 표 끊었어요?"

  "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됐다."

  "마음의 준비는 비행기 안에서 해요."


  나는 살면서 해외 경험이라곤 일본과 대만뿐이었기에 김해공항과 대구공항만 이용했었다. 첫 유럽행에 첫 인천공항이었다. 일본 갈 때는 너무 설레서 부모님께 말씀드리는 걸 깜빡하고 떠났었는데, 이번엔 부모님과 함께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나는 30대 후반까지도 부모님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 철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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