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그 분야에서 수익을 만들려면 일정 시간의 내 에너지와 시간을 갈아 넣어야 한다. 직장인이 회사에 취직해서 일을 배우고 인정을 받으려면 주임 정도 되는 최소 3년 이상은 걸린다. 갓 들어온 신입사원이 아무리 학교 성적이 좋고 많은 스펙이 있어도 회사 업무와는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자나 주식 투자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 분야는 진입장벽이 없기 때문에 누구나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하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막상 주위를 둘러보면 그 분야로 부자가 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일확천금을 꿈꾸며 단기간에 부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접근을 하지만 부자가 된 사람은 채 5%도 되지 않을 것이다. 혹자는 단기간에 돈을 주식이나 부동산으로 돈을 벌었다고 자랑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막상 잃을 때는 자랑을 하지 못하기에 사람들은 마냥 성공 가능성만 가지고 불나방처럼 접근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오늘은 부동산 투자를 하고 싶어 하는 대학 후배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이 친구는 우리나라에서 최고 전자회사에서 매장 전시 디자인 담당자로 일을 하고 있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고 오피스텔에 혼자 살고 있으며 싱글 생활을 만끽하고 있는 40초반 직장인이다.
몇 주 전부터 저녁에 밥 한번 먹자는 전화가 자주 왔다. 하지만 시간대가 서로 안 맞아 차일피일 시간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퇴근 시간이 다 돼서 전화가 왔다.
잘 지내세요?
왜 이리 바빠요?
엄청 바쁜가 봐. 만나기가 이리 힘들어서야.
그게 아니라 내가 만나자고 몇 번 전화를 했는데 니가 안됐었잖아. 반대로 니가 만나자고 하면 내가 안됐고
그렇긴 하지.
뭐 물어볼게 있어요
뭐?
내가 30평형 아파트가 있는데 전세가 안 나가서 어떻게 하면 전세를 빨리 뺄 수 있을까?
그거야 시세보다 당연히 저렴하게 내놓으면 나가겠지.
그리고 인테리어도 하고.
다 했지 시세도 가장 싸게 내놓았는데도 안 나가네.
그래?
왜 그럴까....?
그게 내가 사실은 이 집을 부모님으로부터 증여를 받았는데 2년 안에 팔려고 전입 조건으로 전세를 내놓아서 그런가?
얼마나 됐는데?
6개월
야 누가 전입되어 있는 아파트에 전세를 들어오냐 대출도 안 나오는데.
너 증여받은 지 얼마나 됐는데?
작년에 받았지.
그런데 왜 팔려고 하는 건데.
전입 요건 2년 채워서 빨리 팔아서 부동산 투자하려고
어디 있는 건데?
노원구
노원구면 그래도 인 서울이잖아.
나쁘지 않은데 왜 팔아?
난 강남에 투자하고 싶어서..
노원구는 너무 멀고 출퇴근도 힘들어서
그런데 지금 공실이면 전 세입자를 어떻게 내보냈어?
동생한테 잠시 빌렸어.
빨리 갚아야 하는데 미치겠네 6개월째 이러고 있네.
너 증여받은 지 2년 밖에 안됐는데 팔려고?
증여도 보유 5년이지만 1주택 요건이면 거주 2년만 채우면 된데.
그래서 빨리 팔아서 강남에 투자하고 싶어요.
그거 팔아서 절대 강남 아파트는 절대 살 수 없어.
빌라면 모를까.
그럼 빌라 사지 뭐. 요즘 재개발도 한참 뜬다고 하는데...
강남에는 재개발되는 곳이 거의 없어.
그래서 빌라는 인기가 없어. 실제로 매매도 쉽지 않고
무슨 소리야 최근에 얼마나 빌라 바람이 불었는데.
강남도 많이 올랐다고 하는데. 빨리 팔아서 나도 강남에 작은 내 땅이 있는 빌라라도 소유하고 싶어.
실거주 하면서... 투자도 되고 그럼 일거양득 아니야?
응 아니야.
작년까지만 해도 아파트 규제가 심해서 투자자들이 재개발 이슈 빌라들에 대거 진입해서 빌라 시세가 갑자기 폭등한 것은 사실이지만 강남은 달라 강남의 빌라는 말 그대로 빌라(여기서 이야기하는 빌라는 고급 빌라가 아닌 다세대 빌라이다.) 강남의 빌라는 미래의 새 아파트가 아니기 때문에 투자가치가 거의 없어. 그리고 투자 바람이 한 풀 거이면 매도 자체가 힘들어 잘 생각해 봐. 내 회사 지인도 투자금이 작게 들어간다고 경매로 낙찰받고 몇 년을 고생하다. 겨우 손해 안 보고 팔았어.
나는 오히려 지금 니가 가지고 있는 30평형 아파트를 인테리어를 좀 잘해서 전세를 놓고 4~5년 장기 투자하는 것이 더 상승 폭이 높을 것 같은데.
그거 2년 후 팔면 니 손에 쥐어지는 것이 3~4억이 전부 일 것 같은데..
저는 이 노원구 아파트를 빨리 팔고 강남에 투자하고 싶은데...
빨리 팔고 또 사고 빨리 팔고 이렇게 회전을 자주 해서 빨리 나도 형처럼 부자가 되고 싶은데요..
단기간에 빨리 팔고 사기를 반복하면 니가 생각하는 것처럼 금방 부자가 될 수 있겠지 하지만 세상은 니가 생각하는 대로 절대로 가지 않아. 니가 만약에 강남에 빌라를 샀다고 쳐 이것이 니가 생각하는 수익을 내고 금방 팔릴까?
왜요? 강남인데..
그렇지 않아 강남에 있는 빌라 중에 고급빌라는 거래가 그나마 되겠지만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다세대 빌라는 한번 매입하게 되면 평생 가져가야 할 수도 있어.
잘 생각해 봐.
나는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 친구는 평소에 부동산에 전혀 관심이 없던 친구였다. 그런데 주위 동기들이 가지고 있는 부동산이 많이 올랐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기도 부동산 투자를 하고 싶은 조급함으로 부모님이 주신 재산을 하루빨리 팔아서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고 싶었던 모양이다.
내 주위를 둘러보아도 이런 친구들이 대부분이다. 나도 할 거예요. 빨리 투자해서 빨리 수익 내고 싶어요. 형 요즘 투자할 곳이 없어요? 단타로 할 수 있는 곳이 있을까요?
솔직히 저도 형처럼 장기투자하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단타로 해서 빨리빨리 불리고 싶어요. 그다음 자산을 불린 다음에 장기 투자하면 되잖아요. 초기에는 단타를 해서 자산을 불리는 것이 정석 아닌가요?
이런 질문들을 많이 한다. 안타깝게도 이런 질문에 내 대답은
Nope
어떻게 초보가 단타로 수익을 불릴 수 있다는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모든 초보가 그렇게 시작하기 때문에 실패하는 것이다.
물론 나도 초보 때 그랬다.(빨리 될 것 같았지만 겨우 7년차 부터 수익이 나기 시작했다. 물론 이것도 경기가 좋아서 운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세상은 당신의 생각대로 절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당신이 단타로 수익률을 극대화를 생각하며 투자기에 뛰어들지만 세상은 당신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의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최대한 안전한 투자, 오래 버티는 투자를 해야 그나마 훅 가지 않고 살아남아 버틸 수 있는 것이다.
링 위에 오르기 전에는 모두 다
그럴 듯 한 계획이 있다.
한대 처맞기 전에는...
머쉿게 살고 싶은 - 머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