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은 성격이 급하다. 모든 것을 '빨리빨리' 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모욕적인 말이 '느려터져가지고서는...'라는 말을 가장 듣기 싫어한다.
투자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투자를 했으면 빠른 결과를 기대한다. 질질 끄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투자도 어떻게 하면 빠른 길로 갈 수 있을지 고민한다. 그래서 초보투자자들이 선택하는 것이 '투자 리딩방'에 가입하고 리더가 시키는 대로 물건을 사는 것이다.
리딩방은 얼마간의 매달 회비를 내면 고민 없이 물건을 분석해 주고 나는 그저 사기만 하면 아주 쉽게 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초보투자자에게는 더 없는 좋은 공간인 것이다.
오늘은 투자리딩방에 가입해 투자한 회사 지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이 지인은 서울의 명문대를 나와서 대기업에 입사해서 회사를 다니고 있다. 하지만 월급에 만족하지 못해서 항상 재테크를 만나는 사람에게 설파하면서 재테크 예찬론자이다.
1년 전이었던 것 같다.
하루는 술자리가 있어 함께 술을 먹다가 재테크 이야기가 나와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너 재테크 잘한다고 유명하던데...
잘 하고 있니?
그럼요.
뭐 하는데? 주식 열심히 하고 있어요.
그리고 코인도 하고 있어요.
주식 어렵지 않아? 코인은 더 어렵고? 안 그래?
생각보다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저도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주식 투자 모임에 참석하면서 투자모임 톡 방에 가입해서 리딩해 주는 사람이 있어 그 사람이 사라고 하는 것만 사면 돼요.
그래? 좋네. 고민 안 해도 되고...
네
수익률은 어떻게 되는데?
코로나 바닥 칠 때 집중 매수해서 현재는 거의 250% 정도 수익을 내고 있어요.
와~~대단하다.
코인은?
어떻게 하는데?
코인도 투자 모임이 있어요. 거기에 가입해서 톡방에서 리더가 시키는 대로 사기만 하면 돼요.
아~~편하네.
코인은 수익률이 어떻게 되는데?
500% 정도 돼요.
와 높네.
축하한다.
뭘요. 주위 사람들 보면 다 이 정도 벌어요.
이제는 리더가 엄청 똑똑해요. 고민하지 안 해도 돼요.
오~오.
그러면 주식 투자 금액이 얼마나 들어갔어?
1억 정도요.
꽤 많이 들어갔네
코인은?
8천만 원 정도
그럼 주식은 1.5억 정도에 코인은 4억 이상의 수익이 났겠네.
현재까지는 그런 셈이지요.
와 대단한데. 나도 그 방에 들어가 찍어주는 물건 사고 싶네.
고민할 필요도 없잖아.
아니에요
그렇지 않아요. 저도 리딩방에서 추천하는 물건을 다 사지 않아요. 나름 분석하고 고민해서 매입하는 것에요.
그래?
그럼 주식 살 때 재무제표는 보니? 그것까지는 보지 않아요. 톡 방 리더가 요즘 경기와 앞으로 뜨는 사업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그걸 바탕으로 투자를 하지요.
그래? 그 리더가 틀릴 수도 있잖아. 아니면 다른 변수도 발생할 수도 있고.
그 사람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어요. 그리고 이렇게 큰 변수인 코로나 보다 더 큰 변수가 있을까요.
전 세계 대 재앙인 코로나에도 돈을 벌었는데.
이보다 더 큰 변수는 없을 거예요.
그래?
암튼 축하한다.
그렇게 즐겁게 축하를 하면서 그 친구와 술을 마셨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그 친구를 며칠 전에 회사 카페테리아에서 커피를 마시게 되었다.
잘 지내?
네....
왜 표정이 안 좋아?
아니 그냥 그래요
왜 무슨 일이 있어?
참 형 요즘 부동산 떨어진다고 하는데.
형은 괜찮아요?
나야 뭐 그냥 그렇지 뭐.
그런데 너는 투자 잘 하고 있니?
아니요
왜
주식은 현재 반 토막 됐어요.
그래도 수익이 반은 벌었잖아.
아니요. 투자금에 -50프로요.
엥?
왜?
1년 전에 장이 좋아서 공격적으로 더 투자를 했어요.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전쟁이 터지는 바람에 고금리에 저성장에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서
굉장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어요.
코인은?
그건 말도 꺼내지 마세요.
저 완전히 망했어요.
형 저 어떻게 하지요.
요즘 투자 공포가 생겨서 밤잠을 잘 자지 못해요.
집에서 아내도 매일같이 투덜대고요.
그때 형이 주식 정당히 하고 부동산에 투자하라고 할 때 그 이야기를 들었어야 하는데.
지금은 형체가 없이 투자한 돈이 다 사라지고 있어요.
어떡하냐?
지금이라도 부동산 투자를 시작해야 하나요?
글쎄...
그게 되겠어.
나 또한 그 친구에게 뭐라도 위로를 해주고 싶었지만
잃은 돈이 너무 커서 쉽사리 조언이 그 친구에게 비수가 될 것 같아.
말을 아끼고 헤어지게 되었다.
요즘 직장 다니면서 재테크는 마치 필수처럼 느껴진다. 재테크를 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져 보이기도 한다. 직장 내에서 젊은 친구들 삼삼오오 모이면 주식과 코인 이야기밖에 하지 않는다.
나는 솔직히 주식과 코인을 하지 않기 때문에 주식, 코인 투자가 좋다 나쁘다 이야기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투자라는 것이 빨리 벌려고 뛰어들면 빨리 망한다는 속설은 부동산뿐만 아니라 주식이나 코인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빨리 벌기 위해 스스로 공부하지 않고 찍어주는 물건 위주로 투자해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투자, 스스로 공부하자.
머쉿게 살고 싶은 - 머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