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다 계획이 있다. 한 대 쳐 맡기 전까지는..
쉐어하우스 이야기
새 학기가 시작되는 2월 말은 항상 바빠진다.
셰어하우스를 운영하면서부터이다.
부동산 투자를 시세차익형에만 관심을 갖다가 수익형에 관심을 갖고 작은 사업을 시작한 지도 벌써 4년이 넘어간다.
처음 시작은 직장을 다니면서 부업으로 작게 시작을 했고 작은 사업에 대한 경험을 해보자고 시작했다.
지역을 선정하고 수익률을 계산했다.
처음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계획과 현실은 달랐다.
철저하게 세웠던 계획도 현실과 맞닥뜨리면서 한순간에 무너진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은 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성공한 사람들의 강의도 듣고 많은 책도 사서 읽었다.
만만의 준비를 했었다.
인테리어도 나름 자신이 있었다. 디자인을 전공했으니까.
매월 청소해 주는 사람을 쓰면 나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렇게 세팅만 해놓으면 알아서 잘 굴러 갈 줄 알았다.
직장 다니면서 이만한 사이드 잡은 없을 것 같았다.
두 개 정도만 운영하면 월급 정도가 생기니 나쁘지 않은 사업이라고 생각했다.
거의 손도 가지 않고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만 방문해서 물품만 리필해 주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막상 운영을 해보니 책이나 강사가 이야기해준 또박또박 수입이 생기는 셰어하우스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처음 셀프로 홈스타일링을 마무리하고 입주자를 모집했다.
어떻게 운이 좋아 만실을 채웠다. 그때까지만 해도 잘 되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2학기가 오면서 학생들이 6개월 만기가 끝나고 반 절이상이 나가 버렸다.
그리고 나머지 반년을 50% 입주한 상태로 수익률은 거의 나지 않았다.
그리고 입주민들에게 수시로 전화가 왔다.
변기가 막혔어요.
세면대 물이 안 내려가요.
옆방 때문에 시끄러워서 잠을 잘 수 없어요.
설거지를 안 해서 부엌이 너무 지저분해요.
거실에 다른 사람 물건이 많이 나와있어요.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피곤해졌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가 터졌다.
대학교 상권은 초토화되었다.
다행히 운영은 적자는 아니었지만 이자 내고 관리비 내고 나면 남는 것이 거의 없었다.
2년을 그렇게 버텼다.
그리고 코로나가 마침내 끝났다.
학교가 개강을 했다.
이제 좀 나아지려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다행히 만실을 채웠다.
이제부터는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이제는 좀 편하게 운영만 하면 수익이 보장되겠다 생각을 했다.
한데 금리가 미친 듯이 오르기 시작했다.
4~5년 전에 3.5%에 사업자 대출로 매입해서 운영을 했었는데
갑자기 7% 때까지 치솟았다.
다시 수익이 반 토막 나기 시작했다.
이 작은 사업도 정말 쉽지 않다.
처음 계획과는 아주 상반되게 흘러간다.
그런 유명한 말이 기억났다.
링 위에 오르기 전까지는 모두 다 계획이 있다.
한대 쳐 맡기 전까지는.... 마이크 타이슨
그렇다.
나도 계획이 있었다.
손 안 대고 코를 풀고 싶었다.
셰어하우스를 운영하면 아주 쉽게 회사 다니면서 파이프 머니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제는 하루 종일 셰어하우스를 청소를 했다.
냉장고에 썩은 음식물을 다 끄집어 냈다.
음식물이 거의 한 양동이가 나왔다.
이사하면서 버린 쓰레기가 베란다에 한가득 넘쳐 났다.
얼룩진 침대 커버를 벗겨서 세탁기에 돌렸다.
각 방을 청소하고 나니 밤 아홉시가 넘어갔다.
화장실에 있는 칫솔, 샴프 빈 통들을 일제히 끄집어 냈다.
한 박스 정도 되었다.
화장실 욕실이 물이 잘 내려가지 않았다.
열심히 뚫는 것으로 욕실 하수구를 쑤셔 보았다.
머리카락이 한 줌이 쑤욱 따라 올라왔다.
셰어하우스 운영은 청소에서 시작해서 청소로 끝난다.
작년 이맘때가 갑자기 생각이 난다. 처형 내 형님이 집에 놀러 왔다. 평소 내가 셰어하우스를 운영한다고 해서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셰어하우스를 구경하고 싶다고 해서 같이 갔다.
이쁘게 꾸며놓은 모습을 보고 부러워했다.
하지만 이내 내가 청소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었다.
부동산 부자라고 했던 사람이 냉장고, 화장실 청소하는 것을 보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여유 있게 살 거라 생각했던 내가 너무나 치열하게 사는 것을 보고
그 형님은 집으로 돌아가서 삶의 태도가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처형에게 들었다.
세상에 돈 벌기 쉬운 은은 없다.
작든 크든 모두 다 어렵다.
그리고 시작은 다 계획을 가지고 시작하지만
계획대로 되는 일은 세상에는 하나도 없다.
부동산 투자도 처음에는 잘 될 거라는 생각으로 시작을 했다.
하지만 5년 이상의 침체기를 경험해야 했다.
그리고 상승기가 찾아와서 미친 듯이 오르기 시작했다.
내가 투자에 소질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그저 운이었다.
다시 부동산 침체기로 접어들었다.
나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것이다.
사업도, 투자도 결국 계획대로 되는 것은 없다.
그저 급변하는 힘든 시기를 누가 더 잘 버티고 살아남느냐의 게임인 것이다.
머쉿게 살고 싶은 - 머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