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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쉬 Jun 21. 2023

고독한(?) 투자자


과거에 일본의 고독한 미식가라는 일본 먹방을 즐겨 본 적이 있다.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일본 전역의 식당을 찾아다니면서 음식의 맛을 풍부한 표정과 독백으로 대사를 했던 장면이 재미있었다.

특히 중년 남성이 음식을 먹는 표정이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표정이 묘한 중독성을 갖게 한다.

이 주인공은 사치스럽고 값비싼 고급 식당을 찾아다니거나 소문난 식당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 것보다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음식을 좋아한다.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식당을 찾아가서 음식을 시켜놓고 기다리는 즐거움, 혼자 먹는 즐거움을 느끼면서 촬영을 한다.



어쩌면 한국 사람으로서 혼자 밖에서 밥을 먹는 것은 왠지 외롭게 보이고 궁상맞아 보일 수 있다.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으로 보는 고독한 미식가가생소해서 오히려 더 신선한 줄 모르겠다.

한국 사람들은 이런 일본 사람들과 다르게 혼자보다는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한다.

술도 함께 먹는 것이 즐겁고, 밥도 함께 먹는 것을 좋아한다.

회사에서도 혼자 일하는 것보다 함께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쩌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철저하게 집단활동에 최적화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성향은 투자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함께 수업 듣고, 함께 공부하고, 함께 임장하는 것을 선호한다.

우리는 동기니까.

하지만 투자를 해보면 알게 되지만 함께 한다는 것은 어쩌면 리스크를 혼자 떠안는 것보다는 함께 한다는 측면에서 위안이 될 수 있지만 함께 하면서 되는 것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혼자 움직이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편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것보다는 혼자 노는 것이 편해지는 시기가 오게 되어 있다.

과거 나도 부동산 투자를 처음 시작하고 나서 굉장히 혼란스러웠다.

회사에서는 직장동료들은 퇴근 후 항상 술 마시러 가는 것이 일상이었지만 나는 집으로 바로 퇴근을 했다. 그리고 물건 분석을 했다. 몇 시간씩 매물만 검색한다. 그리고 주말엔 혼자 물병 하나를 가방에 넣고 임장을 간다.

지하철을 타고 곳곳을 돌아다닌다. 그리고 밤늦에 집에 돌아온다.

처음 투자 공부를 시작할 때 주말에 혼자 임장을 가다 보면


"가끔씩 내가 뭐 하는 짓이야?"


처음에는 이런 고독, 외로움을 견디는 것이 힘들었다.

말 그대로 고독한 투자가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고독한 투자가 익숙해졌다.

혼자 있는 시간에 투자 공부하고, 혼자 임장 가는 것이 당연해졌다.

이제는 외로움보다는 자유로움이 더 커진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습관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혼자 책 읽는 것이 즐겁다.

이렇게 새벽에 혼자 글 쓰는 것이 즐겁게 됐다.

혼자 탄천을 걷는 것이 즐겁다.

혼자 자전거 타는 것이 즐겁다.

이제는 더 이상 왁자지껄하게 사람 만나는 것이 번잡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만나더라도 한 명, 아니면 두 명 정도 만나는 것이 더 좋다.


오랜 투자를 하다 보니 이제 나도 고독한 미식가처럼 고독한 투자가가 되었지만 고독함보다는 자유로움을 더 느끼게 된다.


                             머쉿게 살고 싶은 - 머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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