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머쉬 Jul 14. 2023

10년, 가게를 접다.


최근에 절친 친구가 10여 년 동안 운영했던 식당을 접게 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 친구는 15년 이상을 일식집에서 칼을 잡았던 친구다. 이 친구 초밥은 거의 예술의 경지이다. 그리고 선어회는 입에 넣는 순간 녹을 정도로 맛있다. 과거 내가 일본 출장으로 도쿄에서 츠키지 시장의 맛집이라고 하는 곳에서 초밥과 선어회를 먹어 보았지만 이 친구를 따라가지 못했다. 그 정도로 이 친구의 초밥과 회는 기가 막혔다.


15년의 실력으로 회와 초밥집 전문 식당을 오픈했다. 오픈하면서부터 기존에 알고 있던 단골들이 대거 몰려왔고 그렇게 가게는 잘 되었다. 항상 방문할 때마다 손님으로 넘쳐났다.

하지만 코로나가 터지면서 손님은 급격히 줄기 시작했다. 어떻게 어떻게 2년을 버티고 겨우 코로나가 끝나가고 이제 본격적으로 장사가 잘 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들떠있었지만 2년 동안 찾아오지 않는 단골손님들은 그 뒤로 다시 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2년 동안 손님이 없다 보니 생선을 준비하는 양과 퀄러티도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이를 손님들도 방문할 때마다 조금씩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코로나가 마침내 끝나고 본격적으로 장사를 하려고 재도약의 마음을 다지고 심기일전하려고 했다.

하지만 일본 방사능 오염수 누출이라는 악재가 뉴스로 도배를 한다.

사람들이 수산물 특히 참치, 회 종류를 먹으려는 사람이 급격히 줄게 된다.

오히려 코로나 때보다 장사가 안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가게를 내놓게 된다. 인테리어와 시설 비용을 포함해 권리금 2천만 원을 얹어서 부동산에 내놓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가게를 보러 오는 사람은 없었다.

요즘 같은 분위기에 가게를 새로 오픈하려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마침내 계약 종료일이 다음 달이라 상가 주인에게 장사를 그만한다고 알렸다.

어떤 권리금도 없이 물론 시설 철거도 본인이 해야 한다.

500만 원 정도 소요될 것이라고 한다.

10년을 운영했는데 남는 게 없다고 한다.

나름 열심히 해서 돈도 많이 벌 줄 알았는데.

아이들 키우다 보니까 교육비에 생활비 쓰고 남으니까 정말 수중에 남은 것은 현재 살고 있는 엘베 없는 5층 빌라가 전부라는 것이다.


나는 참 열심히 살았는데. 특히 아내도 나를 도와서 가게가 번창할 줄 알았는데...

내 마음대로 되지 않네.

내가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닌 것 같아.

그때 머쉬 네가 부동산 투자도 해보라고 할 때 같이 했어야 하나

하는 후회가 든다.

왜 나는 장사만 고집했는지 모르겠어.

만약 그때 네가 사라고 했던 아파트들만 샀어도 이렇게 허탈하지 않았을 것 같아.


나는 정말 생선, 초밥에 있어서는 자신 있었는데

이것만 가지고는 부자가 되는 것은 불가능한가 봐

나는 그 어떤 말도 못 하고 그 친구 이야기만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이제 뭘 할 거냐?

응 일단 몇 년은 경력이 있으니까 월급쟁이로 일을 하려고.

할 수 있겠어?

사장으로 10년을 일했는데?

사장으로 일해보니까 돈 받고 일하는 것은 껌 아니겠냐?

사장이 뭘 원하는 것을 아니까 말이야.

아내는?

여기보다는 좋은 보수 받는 곳이 많아.

당분간은 아내도 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음... 그래


난 머쉬 네가 부럽다.

왜?

직장인이니까. 적어도 정년까지는 걱정할게 없잖아.

아냐 나도 언제 회사에서 잘릴지 몰라?

그래도 나보다는 나아 보이잖아.

그런가?

조만간 가게 문 닫기 전에 찾아갈게.

그려.

알았어.


전화를 끊고 한참을 나도 멍한 채로 비 내리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장사를 한다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게 본인의 역량이 뛰어나도 주변 환경으로 인해 불가항력적으로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지는 것이다.

이 친구는 코로나 때 손님이 없어서 우울증까지도 걸렸었다.


그 친구를 보면서 직장인으로서 나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줄 알았는데

어쩌면 직장인도 시기만 다를 뿐 같은 운명이다.

나도 디자인이 좋아서 회사에 입사했고 내 인생에 있어 디자인이 전부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저 열정 많은 직장인에 불과했다.


그 열정도 시간이 지나면 식게 되어 있고 무의식적으로 회사를 다니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정년이라는 데드라인을 목표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고 있는 것이다.


그 친구를 보면서, 내 주위에 열심히 하는 직장인들을 보면서

열심히만 한다고 절대 부자가 될 수 없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머쉿게 살고 싶은 - 머쉬

매거진의 이전글 부자의 시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