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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쉬 Oct 31. 2023

열심히(?) 사는 직업인들의 모임

코로나가 풀려서 미국에 있는 친구가 한국에 온다고 해서 오랜만에 모임을 가졌다.

미국 친구는 과거 나의 영어 선생님이었고 함께 영어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의 모임이다.

당시에 새벽반을 들었는데 거의 1여 년을 함께 하다 보니 수업 외에 함께 만나 저녁도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진 친구들이다.


소개를 하자면 영어 선생님은 미국인이고 한국 여성을 만나서 미국에서 살고 있다.

한 친구는 서울대를 나와서 영어 통역사를 준비하다가 영어 학원을 운영 중이다.

그리고 한 친구는 현재 치과를 운영 중이다.

그들을 보면 사회에서 원하는 굉장히 성공한 친구들이다.


우리는 오랜만에  만나 근황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그리고 가족 이야기, 운영하는 병원 이야기, 학원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이야기했다.

그리고 항상 그렇듯이 자연스럽게 부동산 이야기로 흘러갔다.

나는 사실 이런 사석에서는 부동산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이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너무나 딱했다.


이 친구는 4~5년 전에 당시에 학원이 잘 나갔다. 그리고 현금 여유가 있었다. 그러던 중 어머니가 신도시에 좋은 상가가 나왔다고 하면서 권유를 했고 어머니 말만 믿고 덜컥 구분상가를 2채를 분양받게 된다.

분양 당시에 분양 딜러들이 고가에 임대를 세팅할 수 있다는 말만 철석같이 믿었다고 한다.

분양가는 14억이었다. 일단 계약금만 납입하면 된다는 말에 별로 돈도 안 들어간다고 했다.

중도금 무이자에 잔금 시 대출이 80프로 가능하다는 말에 계약을 했다.

그리고 잔금을 치고 임차인을 맞추려고 했지만 초기에 분양 딜러들이 이야기했던 임대가에 아무도 들어오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고 3년 동안 상가는 공실 상태로 놓이게 되었다.

잔금을 치고 매달 이자만 450여만 원의 생돈을 내고 있었다.


이 친구는 3년 동안 상가 투자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학원도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선생님들이 다 나가 버렸다고 한다.

지금은 어렵게 학원을 운영하고 있고  번 돈을 상가 이자로 충당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최근에 임차인을 맞췄다는 것이다.

임대료는 얼마에 맞췄어?

400만 원이요

그럼 월세로 이자는 상충 되겠네.

다행이에요.  3년 동안 저 미치는 줄 알았어요.

저 상가 분양받고 정말 3년 동안 악몽이었어요.

에고 정말 힘들었겠다.

나는 그 동생을 위로했다.

그리고 계산을 머릿속으로 해보았다.

수익률은 대충 3프로가 안되는 돈이다.

그리고 3년간 이자를 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손해이다.

그리고 시장에 팔려면 적어도 5~6프로 수익이 나와야 하는데 그러면 분양가 14억으로 절대 팔리지 않는다.

적어도 9억 정도 시세여야 팔린다.

그렇다면 5억이 마이너스일 것이고 이자만 3년 1.5억

상가 투자로 인해 6.5억 이상 마이너스이다.

쩝. 에궁 심각한데. 팩트를 이야기 하고 싶었지만

차마 그 이야기는 못했다.

그 이야기를 하면 아마도 이 친구는 화병으로 쓰러질 것이다.


그 친구가 나에게 질문한다.

머쉬님은 어떻게 이렇게  부동산 투자로 스트레스를 받는데 그렇게 오랫동안 투자를 할 수 있어요?

응 나는 잘 모르는 투자는 잘 안 해.

내가 잘 아는 것만 해.

솔직히 아는 것도 잘 안다고 할 수 없지.

그만큼 투자는 어려워 최대한 신중을 기해야 해.

그래서 나는 잘 모르는 상가 투자를 안 해.

상가는 잘 모르기도 하고 리스크가 커서 그리고 아직 젊기에 월세보다는 수익형에 더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어.

그리고 우리 부부는 맞벌이다 보니 어느 정도 월급 여유가 있어.

나중에 50중반 넘어가면 그때 생각해 보려고 관심을 안 갖고 있어.

솔직히 요즘은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쇼핑몰, 배달 앱 등이 너무 발달해서 갈수록 좋은 것보다는 안 좋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내 생각이야.


그래요?

머쉬님 저 어떻게 해요. 저 상가 팔아야 하나요?

팔면 좋겠지만 잘 팔리지 않을 거야.

일단 세를 마쳤으니까. 그래도 팔수는 있을 거야. 하지만 분양가보다는 훨씬 낮춰야 팔릴 거야.

엄청 비싼 수업료를 냈다고 생각하는 것이 속 편할 거야.

이 비싼 수업료로 인해 다음 투자는 신중해지겠지.

옆에 있던 의사 친구도 나에게 물어본다.

어떻게 그렇게 너는 실패하지 않고 자산을 크게 불릴 수 있었어?

나는 의사임에도 아직까지 자산이 그리 많지 않은데.

이 친구는 나와 동갑임에도 불구하고 몇 년 전까지 페이닥터를 하다가 병원 개업을 했다.

요즘 너무 힘이 들어. 함께 일하는 의사들이 너무나 서로 싸우는 바람에 스트레스 받아 죽겠어.

페이닥터 때는 마음이 편했는데 지금은 병원을 운영하니까 오히려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 것 같아.

그렇다고 돈이 엄청 불어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더 힘이 들고 지치게 된다.

오히려 내 노동시간은 더 늘어났고 그렇다고 수입이 많이 늘어난 것도 아니어서.

이것도 못해 먹겠다.


이 친구들은 사회에서 보면 정말 성공한 친구들이다.

한 친구는 서울대를 나왔고 한 친구는 의사이면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어찌 보면 이들은 사회에서 원하는 가장 최고의 교육을 받은 사람이고 사회에서 원하는 가장 이상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리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다. 왜 그런데 열심히 와 비례해서 자산은 그리 많지 않은 걸까?

더군다나 섣부르게 부동산에 투자해서 오히려 돈을 까먹었고 이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까지 받고 있다.

직장인 투자자로서 느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훌륭한 직장인으로 열심히 살지만, 정작  자본주의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돈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등한 시 한 결과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열심히 하면 돈은 당연히 따라오게 되어 있어 "

라는 과거 어른들의 가르침만 맹신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훌륭한 직장인이 되기 위해 열심히 하는 것과 자본주의에서 돈을 버는 것은 분명히 다른 영역이다.

이 친구들과 오랫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늦은 시간에 강남 대로를 거닐고 지하철로 향했다.

지하철로 향하는 길에 강남역 번화가 대로변 상가 건물들이 다수가 공실로 나와 있는 것들을 보게 된다.

내 생전에 이렇게 많은 강남에 공실이 나와있는 적이 있었나?


나도 여전히 투자를 하고 있지만 자본주의에서 투자는 일반 공부보다 더 어려운 영역이다.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투자를 공부를 열심히 하면  나의 노동력을 투입해서 버는 돈보다는 몇 십 배의 수익을 만드는 것은 어찌 보면 쉬운 일일 수 있다.



                                            머쉿게 살고 싶은 - 머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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