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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쉬 Nov 07. 2023

나와 나의  조우

우리는 초등학교부터 공부, 공부하면서 원하는 대학을 가고 그리고  회사에 입사하면 원하는 목표를 다 이룬 것 같지만 어쩌면 우리가 목표했던 것들이 잘 못되었음을 인지하고 후회할 때가 있다.

그렇게 힘들게 회사에 취업해서 그렇게 열심히 일했는데 막상 10년 20년이 흐른 후 나에게 남아 있는 것은 고작 차장, 부장이라는 이름표밖에 남지 않게 된다.

그리고 그 이름표나마 위안을 삼고 버티려고 하는 순간 회사는 이제 그만 쉬면서 힘든 일은 후배들에게 일임하고 쉬는 게 좋겠어. 그리고 서서히 나의 자리가 사라지고 있는 것을 느끼게 된다.


도대체 나는 회사에 있는 동안 뭘 할 건 갈까?

정말 누구 말마따나 이러려고 내가 그렇게 회사를 위해 열심히 다녔나?

후회스러움이 밀려올 때가 많다.

나는  25년 동안 뭘 한 거야?

달랑 집 한 채 밖에 남아 있지 않다. 그것도 아직도 갚아야 할 대출이 반이나 된다.

회사를 그만 둘까?

회사를 나가면 뭘 해 먹고 살지?

아내에게 뭐라고 말하지? 아이들에게는?

정말 나는 도대체 뭘 한 거야?



오늘은 회사를 25년간 다니다가 명퇴한 선배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일을 마치고 퇴근하려고 하는데 선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오늘 퇴근 후 뭐해?

왜요?

특별한 일 없는데요.

그럼 저녁이나 할까

그래요.

그럼 00 고깃집에서 7시에 봬요.

나는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한때 굉장히 잘 나갔던 선배였다. 실력을 인정받아 해외 주재원 생활도 했고 돌아와서 임원까지 바라보고 있었던 선배였다. 누구보다 잘 나갔던 선배였다. 누구보다 영리했고, 똑똑한 선배다. 그러다 보니 당연히 자존심도 엄청 셌다. 그러던 중 팀원과 불화로 인해 본사에까지 보고가 되었고  그 뒤로 지금은 조용히 지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는 돼지부속고기로 유명한 식당에 들어갔다.

맛집이다 보니 사람들로 만석이었다.

다행히 자리가 하나 있어 자리에 앉아 고기가 나오기 전에 소맥을 한잔 말아서 시원하게 마셨다.

형 무슨 일이 있어요?

음. 나 회사 그만두려고

왜요? 형처럼 잘나가는 사람이 회사를 그만두면 어떻게 해요.

이번에 명퇴자 신청을 받는데 신청했어.

몇 년 연봉계산해서 준다고 해서.

그래도 더 다니는 게 좋지 않아요?

나가서 뭐 하시려고요?

계획은 있어요?

아니, 아직은 없어 그런데 더 이상 회사 다니는 게 싫어졌어.

일도 재미없고 후배를 팀장으로 모셔야 하는 것도 힘들고

요즘 힘들다. 그럴 바에야 회사에서 돈 줄 때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그래요.... 음..

뭐 하시게요?

글쎄, 부동산 공부를 해볼까 생각 중이야. 공인중개사 시험도 생각하고 있고 투자도 겸사겸사해보려고

50중반에 새로 시작하려고 하니까 조금 갑갑하긴 하지만 그래도 해보려고 생각 중이야.


머쉬 너는 좋겠다.

너는 아무 때나 은퇴해도 되잖아.

소문에 의하면 엄청 많은 자산을 만들어 놓다고 하던데.

나는 도대체 25년 동안 뭐 했는지 모르겠어.

왜 그렇게 미친놈처럼 회사일만 죽어라 했을까

회사일이 뭐라고 그렇게 빠져 있었는지 모르겠어.

솔직히 회사일은 진짜 열심히 했잖아.

회사에서 인정도 받고, 아내에게,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빠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까 회사에 입사해서 신기루를 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저 멀리 오아시스가 보였고 죽을힘을 다해 달려왔는데 막상 와서 보니 모래뿐인 사막

열심히 하면 나도 임원 달고 부자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25년 동안 시간을 잘 못 보낸 거 같다.

허상만 쫓아 헤맨 거지.

나는 이 회사에 입사해서  마치 주인처럼 열심히 한 거 같은데 막상 지금 보니 퇴물이 되어 버린 머슴에 불과한 거야.

아무도 불러주지 않는 늙은 머슴.

이 회사가 뭐라고 그렇게 나는 이 회사에 프라이드를 가졌을까. 머슴주제에...마치 주인처럼 흐흐

술병이 늘어날수록 이 형의 한탄은 더 깊어져만 보였다.

진짜 내가 신입사원으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나는 이 회사에 절대 올인 안 했을 거야.

어떻게든지 너처럼 부동산 투자를 하거나 내 개인사업을 위한 목표로 회사를 다녔을 거야.

후회가 돼, 후회가..

내 지난 25년간의 시간...


점점 이형 너무 취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소주 한 잔을 들이켜면서 정말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형 나이 아직 젊어요.

지금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아요.

너 지금 나 놀리니? 50이 넘었는데 늦은 것이 아니라고?

네, 늦지 않았어요.

내가 아는 사람도 49세에 부동산 투자해서 10년 만에 몇 십억 자산을 일 군사람도 많아요.

내 머릿속에 그렇게 성공한 50후반에 부동산 부자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술이 취했는지 이 형은 이미 늦었다며 연거푸 술만 드신다.

나는 투자하려고 해도 돈도 없다. 아직 주택 융자도 반 이상 남아 있고 아이들도 학교를 다닌다.

음....

나는 더 이상 내가 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겠다 생각하고 그 형의 신세한탄 이야기만 듣다 집으로 돌아왔다.


이 형은 사실 잘 못한 것이 없다.

누구보다 열심히 회사에 충성했다. 그리고 열심히 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가끔씩 주위 직장인들을 보면  현재 주어진 일만  열심히 하려고 할 때가 많다.

그 선택이 최선이라고 생각을 할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하지만 그 선택이 당장 위안은 될지언정 미래의 해결책은 아닐 수 있다.

오늘 내가 불행하다고 생각한다면 과거 내가 잘 못 보낸 선택의 보복일 수 있다.


시간이 흘러 미래의 나와 조우하게 될 때 그 친구에게 너 참 과거에  잘 선택하고 좋은 시간을 잘 보냈어.

과거의 너 덕분에 내가 지금 이렇게 행복한거야

고마워 이런 내가 될 수 있는

오늘을 고민해 본다.


                                         머쉿게 살고 싶은 - 머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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