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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쉬 Sep 25. 2023

임장 이야기

임장(臨場) '현장에 임한다(나오다)'


지인이 물어본다.

오후에 뭐 해?

임장가는데.

임장?, 입장한다고? 어딜 입장해?

아니 임장


임장이 뭐야?

부동산을 가보는 거야.

부동산을 왜가?

시세 조사도 하고 실제로 어떻게 생겼는지?, 위치나 아파트 구조나 상태를 확인하러 가는 거지

요즘 앱이 잘 되어 있어 시세는 핸드폰으로 확인하기 쉽던데 굳이 가야 해?

응 그렇긴 한데, 부동산에 들러서 이런저런 분위기도 살피고 인터넷에 올리지 않은 급매물도 가끔씩 부동산 사장님이 보유하고 있거든, 그래서 가는 거지.

그래 그럼 언제 가는데?

나는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가지.

가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그냥 막가는 거야?

아니, 사전에 지역에 대한 사전 조사는 하고 가야지.

주로 어디로 가는데?

나는 역세권 위주의 물건을 주로 보러 가.

왜 역세권이야?

글쎄 과거 나는 부동산 침체기 때 부동산 투자를 하다 보니 유일하게 역세권이 가격이 덜떨어졌고 오히려 25평 소형들은 꾸준히 올라줘서 역세권의 주택들에 대한 오래된 믿음이 있어서 그렇지.


그럼 이번 주도 갈 거야?

응 같이 갈래? 그래

그렇게 나는 부동산을 잘 모르는 부린 이와 지난 금요일 '임장'을 함께 했다.

우린 전철을 타고 역에서 내렸다. 그리고 인근 부동산으로 들어갔다.

해당 부동산은 내가 주로 자주 가는 단골이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요즘 분위기 어때요?

응 한동안 뜸하더니 최근에 몇 주 전부터 전세 끼고 투자금 최소화할 수 있는 문의가 많네.

방금 저 분도 물어보고 나갔어.

어 그래요?

요즘 시세는 어때요?

과거 상한가 때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거의 회복해 가고 있어

대장 아파트들은 거의 회복했고 2등, 3등 아파트들은 아직은 저렴하고

그럼 투자금은 얼마나 들어갈까요?

뭐 아파트에 따라 다르지만 3등 아파트 00은 전세 끼고 전용 84를 1.5억이면 살 수 있지.

아 그래요? 괜찮은 가격이네요? 거기 아파트는 역에서 5분 거리 있잖아요.

그치 그런데 단지가 작아서 약간 꺼려 하기는 해.

몇 세대이죠?

280세대

그래도 이 정도 가격이면 아직까지 오르지 않을 때인데 괜찮네요.

더 떨어지지 않겠지요?

올 초가 가장 바닥이었어.

지금은 1억 정도 상승을 했지.

올 초에만 잡았어도 1억은 그냥 먹었지.

그렇게요.

저도 그때 투자를 고민했었는데 아쉽네요.

지금도 아직까지 늦지 않아 보이기는 하네요..

나는 그렇게 지인과 커피 한 잔을 얻어먹고 부동산을 나왔다.


그 지인이 묻는다.

왜 사지도 않을 거면서 그렇게 많이 물어봐요.

꼭 사야만 부동산에 가는 거 아니잖아.

너 백화점에 꼭 물건 사러 가는 거 아니잖아. 그냥 구경하려고 가기도 하잖아.

자주 백화점 가다 보면 같은 물건이 싸게 나올 때 있지. 그때 사잖아.

부동산에 자주 가다 보면 정말 가끔씩 사게 나올 때가 있거든 그때 그냥 나는 주로 Get 하지.

그런데 부동산 사장님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재미있어요?


약간 머쉬 형은 만담꾼처럼 이야기를 주고받던데요.

응 재미있어.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하다 보면 분위기도 알게 되고 급매도 파악할 수 있지.

엄청 심각하게 물어볼 필요가 없어.

그저 커피 한잔 얻어먹는다는 느낌으로 가는 거지.

그래요? 저는 떨려서 말 붙이기가 쉽지 않던데. 실제로 사지도 않을 건데 사장님에게 거짓말하는 것 같고 좀 미안하기도 하고요.

처음에는 다 그래. 나도 옛날에 그랬어.

옛날에 경매 물건 나왔을 때 마치 물건 사러 온 것처럼 연기하는 게 얼마나 힘들었던지. 아마도 부동산 사장님들도 달 아고 있었을 거야. 경매 물건 때문에 나왔는데 마치 물건 살 것처럼 말하는 내가 초보처럼 느꼈을 거야.

부동산 사장님도 얼마나 빠금이인데.

나중에는 거짓으로 물어보는 것보다는 대 놓고 이야기했지.

여기 경매 물건 나왔던데, 만약에 내가 낙찰받아서 사장님에게 내놓으면 얼마에 팔릴까요?

오히려 이렇게 대놓고 물어보는 게 편해.

그렇게 매주 돌아다니다 보니까 이제는 대 놓고 물어봐.

주변에 가장 투자금 최소로 살 수 있는 것이 어떤 아파트에요?

가장 급매 물건이 뭐예요?

사장님이 사신다면 어떤 걸 사겠어요?

돌려 이야기 안 해.

이렇게 이야기하다 보면 오히려 사장님도 편하게 이야기해줘.

임장이 뭐 별거 아니에요. 그냥 가격 물어보고, 싼 게 어떤 건지, 어떤 물건이 좋은 건지 그냥 물어보면 되네요.

그렇지. 별거 아니야. 임장이라는 것이


그렇게 물어보면 다예요?

나야 이 지역을 잘 아니까 시세와 분위기만 물어보지만 완전 생판 모르는 사람은 그 외에 것도 봐야 할 것이 있지.

역에서 얼마나 가까운지.

보통 초역세권, 역세권 이렇게 나누기도 하지 250m 정도를 초역세권, 500m 정도를 역세권이라고 하는데 보통은 도보로 10분 이내 거리면 역세권으로 간주해.

나는 물건을 보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입지야. 대단지 규모, 학군, 등등 볼 것들이 많이 있지?

학군은 어때요?

역에서 가깝고 초등학교를 품고 있는 단지 즉 초품아면 금상첨화지.

사실 이런 조합도 많지 않지만 있다고 해도 투자금이 많이 들어가서 비싼 경우가 많지.


새 아파트는요?

당연히 새 아파트면 좋지. 하지만 대부분 새 아파트들은 역에서 가깝지 않아.

역에서 조금 멀지만 새 아파트 이것도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지.

부동산에서 두부 자르듯이 어떤 것 좋고 어떤 것은 안 좋고 할 수가 없어.

누구나 좋아 하는 것은 투자금이 많이 들어갈 수 있고 반대로 누구나 싫어하는 것은 투자금이 작게 들어갈 수 있는 거지.


각자 장단점이 있어서 기회가 있는 거지.

그럼 머쉬 형은 주로 어떤 걸 사요?

나는 입지가 좋은 걸 주로 사, 하지만 입지가 좋으면서 누구나 다 선호하는 대단지 RR(Royal동, Royal 층)을 사지는 않아. 왜요? 나 같으면 무조건 좋은 물건을 살 것 같은데요.

음 그런 물건들은 대부분 매매가가 높아 즉 투자금이 많이 들어가거든.

그래서 나는 반대로 사람들이 별로 안 좋아하는 소규모 단지에 있는 역세권을 좋아해.

이런 것들은 전세가가 높고 사람들이 비선호 하다 보니까 매매가가 낮거든.

그럼 별로 안 오르는 거 아니에요?

그렇긴 하지. 하지만 대장 아파트가 오르면 밀려서 올라가게 되어 있어.

그리고 급격히 오르지는 않지만 천천히 오르는 장점이 있어 그런 물건을 좋아해.

물론 돈 많으면 상급지 대장 아파트를 사면 좋지만...

1개를 살래 3개를 살래 그 차이지

옷도 비싼 옷 하나 좋아하는 사람 있고 싼 옷 여러 개 사는 사람 있듯이 말이야.


그렇게 우리는 커피를 한잔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몇 군데 부동산을 둘러 보고 저녁을 먹고 헤어졌다.

임장이라는 것이 별거 없다.

누구는 대단하게 사전 시세 분석하고 현장 확인하고 리포트 발행하고 거창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하다 보면 지친다. 오래 못한다. 매 주말 백화점 가서 윈도우 쇼핑하듯이 둘러보는 것은 어떨까?

또 알아 철이 지날 때 바겐세일 물건을 반값에 살 수 있을지...


"임장은 백화점 가듯이 편하게 자주 가자."


                                           머쉿게 살고 싶은 - 머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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