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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쉬 Jan 30. 2024

고독한 투자가

투자는 고독하다. 오로지 내가 직접 찾고 혼자 결정해야 한다. 거기에 따른 어마어마한 스트레스도 오롯이 혼자 감당해야 한다. 투자는 그만큼 외로운 나와의 싸움인 것이다.


사회에 첫 발을 내딛고 회사 생활을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자은 술자리, 모임 등을 통해 그들과 친분을 싸았고 이는 회사 생활에 든든한 힘이 된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아무래도 많은 친분을 쌓아놓으면 업무를 하는데 편했다. 다른 부서의 정보가 필요할 때 쉽게 그 친분을 통해 업무를 빨리 처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퇴근 후 많은 사람들과 술자리를 통해  사람들을 친분을 쌓아가는 것이 하나의 업무처럼 된 적이 있었고 이는 결국 일상이 되었다.


이런 이유로 퇴근 후 항상 술자리가 있었고 이 또한 당연히 사회생활의 연장선이라고 생각을 했다. 물론 술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좋은 핑계를 하나 만든 것이다.

술자리의 주제는 항상 상사들에 대한 이야기가 단골 메뉴였다.

어느 팀장이 무슨 스캔들이 났데. 저 팀장은 상무가 안 좋아한대. 이번에 누가 부사장이 되느냐? 등등...

뭐 이런 뒷담화 안주는 그 어는 산해진미 보다 술을 부르는 안주였다.

그렇게 나는 매일 퇴근 후 술자리를 즐겼고 많은 사람들과 친분을 쌓아간다는 것이 나의 큰 자산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던 중 잘나가는  선배의 갑작스러운 명퇴를 통해 나는 충격을 받았고 부동산 투자를 결심하고부터 내 인생은 180도 바뀌게 되었다. 퇴근 후 할 일이 너무 많아진 것이다. 물건 분석을 해야 하고 임장을 가야 했다. 항상 술을 함께 하는 동료들이 술 한잔하자고 하면 나는 아이들을 봐야 한다는 핑계로 술자리를 피했다.

그리고 나는 집에 와서 매일 3~4시간씩 때로는 밤새우면서 물건을 검색했다. 그리고 주말에는 홀로 임장을 갔다. 서울 외곽, 경기도 지하철 끝에서 끝까지 다니면서 고독한 투자가 시작되었다.


무턱대고 부동산에 들어가서 처음 보는 사장님에게 인사를 하며, 혹시 급매 나온 거 없는지 물어본다. 사장님은 뭐야? 이상하게 쳐다보며, 얼마 있는데요? 이렇게 물으면 머뭇거리면서, 당황한 적도 많았다. 그리고 수십 군데의 부동산을 둘러 보고 온몸이 피곤한 채 돈을 아껴서 투자금을 만들어야 한다는 명분으로 김밥천국에서  김밥과 라면으로 점심을 대충 때우고 하루 종일 임장을 다녔다.


이런 임장이 1년, 2년 반복되다 보니 혼자 돌아다니는 것이 몸에 배게 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고독을 즐기면서 투자를 하는 것이 일상이 된다. 차를 타고 움직이는 것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게 되었고 차를 타는 것보다 걷는 것이 더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걷다가 상가 임대 문의가 붙은 것을 보면 바로 전화를 해서 마치 임차인으로 임대 시세를 물어본다. 걷다가 아파트가 나오면 바로 핸드폰으로 시세 조사를 해보고 가까운 부동산에 들러 급매가 있는지 물어보게 된다. 지나다가 모델하우스가 나오면 그냥 들어간다. 그리고 분양 딜러의 설명도 열심히 듣고 사은품인 각 휴지, 행주, 라면을 받아 온다. 집에는 그런 휴지가 잔뜩 쌓여 있다. 그런데 아내는 이런 것이 못마땅해 한다.


부동산 투자를 시작하면서 나는 철저하게 외로운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물론 가끔씩은 투자 동기들과 임장도 가고 식사도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시간은 외롭게 보낸다. 혼자 시장조사를 하고 혼자 물건을 본다. 그리고 투자 결정도 본인이 혼자 하게 된다. 그리고 투자에 대한 스트레스도 철저하게 홀로 견뎌야 한다.


투자자는 외롭다. 모든 것을 본인이 찾아야 하고 본인이 결정해야 한다. 물론 그 결과도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 한때 나도 "내가 멀쩡한 회사 두고 뭐 하는 것인가 하는 자책도 한 적이 있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 좋아하는 술도 안 먹고 주말에 가족들과 함께 하지도 않고 그렇게 혼자 싸돌아다니면서 청승을 떠는 거야" 스스로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외로운 투자가 시간이 지나면서 결실이 나오면서 이제는 고독한 투자가 익숙해졌다.


외로움은 나의 쌓여 가는 자산으로 보상을 받았다. 만약에 내가 '고독한 투자'를 결정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여전히 회사 동료들과 노닥거리면서 선배, 후배 뒷담화나 하고 있을 것이며, 노후를 걱정하며, 어떻게 하면 정년을 채울지 만을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어릴 때 아버지는 밤늦게  술에 얼근히 취해서 돌아오시면서 어머니에게 항상 잔소리 듣던 기억이 난다.

내가 술이 좋아서 이렇게 술을 마시는 줄 알아? 다 사회생활을 하려면 어쩔 수 없이 먹어야 하는 거야 하며 어머니에게 화를 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사회생활을 잘 하셨던 아버지였지만 노년에는 공사판을 전전하셨던 기억이 난다.


직장인들이여 친분을 너무 만들려고 애쓰지 마라. 그 친분은 딱 회사 내에서만 자산이 될 수 있다.

만약 회사를 나오게 된다면 그 자산은 아무 의미가 없다.

대신에 평생 함께 할 수 있는 외로움을 선택하라.

그리고 외로운 투자를 시작하라.

당장은 힘들고 버티기 어렵지만 어느 순간 익숙해진다.

그리고 그 외로움은 당신의 평생 자산으로 당신의 여생을 풍족 함으로 보상 받게 될 것이다.



                                                 머쉿게 살고 싶은 - 머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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