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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쉬 Jan 25. 2024

목계 투자자가 되자.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상승기에 영끌했던 투자자들의 힘들어하는 모습들을 많이 보게 된다.

투자가 말처럼 쉬우면 누구나 부자가 되었겠지만 투자로 성공하는 사람도 결국은 극 소수에 불과하다. 그 이유는 어느 영역이나 마찬가지겠지만 그 힘든 시기를 버티지 못하고 포기하기 때문일 것이다.


'투자'가 내가 생각한 대로 되면 좋겠지만 '투자'라는 것이 말처럼 그렇게 내 의지대로 절대 흘러가지 않는다.

그래서 투자자는 잘 될 때 거만을 떨면 안 되고 안된다고 자책하며 한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최근에 집값이 떨어지면서 상승기에 매일같이 전화를 해서 집을 사고 싶어 하는 지인이 있었다.

집값이 이렇게 오르는데 하루라도 빨리 부동산 투자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며 애걸복걸했던 지인 있었다.

그 친구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는데 주위에서 부동산 투자로 돈 벌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회사만 열심히 다닌 것에 대한 후회로 가득했던 친구였다.


하루는 전화가 왔다.

요즘 바쁘세요?

음.. 투자하고, 임장 다니고 뭐 똑같지요.

무슨 일 있으세요?

아니 저도 투자를 하고 싶은데 어디에 투자를 해야 할지 몰라서요.

어디에 투자하고 싶으신데요?

수도권이면 다 좋습니다.

그래요. 얼마 정도 생각하고 계시는데요?

3천만 원 정도는 힘들겠지요?

나는 1년 전에는 내가 그렇게 투자를 했지만 지금은 쉽지가 않을 거라고 말했다.

그러지 말고 좀 찾아 주세요. 

간곡히 부탁을 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그 친구가 딱하다고 생각을 해서 물건을 찾기 시작했고 마침내 찾았다.

수도권 역세권 25평 아파트였다. 

매매가 3억, 전세가 2.7억(인테리어 풀로 해주는 조건)

이 친구에게 추천을 해주었고 이 지인은 즉시 매입을 하게 된다.

물론 내가 인테리어도 도와주었다.(물론 돈은 하나도 안 받고 저녁만 얻어먹었다.)

그리고 채 1년이 되지 않아

매매가 4.5억, 전세가 3억

투자금을 회수하고 1.5억의 시세차익이 생기게 되는 상황이었다.

이 친구는 너무 좋아 어쩔 줄을 몰라 했다.

.

.

그리고 몇 년이 지나서 잠을 자려고 하는데 그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술이 한 잔 되어 있었다.

그러면서 부동산 투자를 괜히 했다며 신세한탄을 했다.

무슨 일이 있어?

글쎄 지난번에 산 아파트가 현재 엄청 떨어졌다는 것이다.

주변 신축 공급으로 인해 전세가도 폭락했다며, 어떻게 하면 좋겠냐는 것이다.

매매가는 3.5억, 전세가 2.7억

그래 요즘 전국적으로 다 떨어졌어요. 전세가도 월세로 전화하면서 많이 빠졌고

조금 힘들 거예요. 잘 버텨보세요.

그래도 마이너스는 아니잖아요.

전세도 예전으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그래도 요즘처럼 역전세 시즌에 이 정도면 나쁘지 않으니 잘 견디라고 조언을 했다.

하지만 이 친구는 내가 왜 투자를 했는지 후회를 한다며, 그때 그냥 일만 열심히 할걸, 괜히 주변에 동요돼서 투자를 한 것이 정말 후회된다는 것이다.

빨리 팔고 싶네요. 

더 떨어지기 전에. 

그런데 부동산에 내놓아도 현재는 팔리지 않는다고 해서 더욱 불안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술에 취한 채로 푸념을 했다.


나는 듣기만 하다가 그래도 손해는 아니니 조급해 하지 마세요.

그리고 한때는 5.5억까지 갔었던 물건이잖아요. 회복될 겁니다.

아~~ 그때 팔았어야 했는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진정하고 지금 당장이 중요하지 않으니 멀리 보세요.

그렇게 술 취한 그 친구를 어렵고 달래고 전화를 끊었다.

그 친구는 그 이후로 술만 취하면 전화를 해서 투자에 대한 한탄을 했다.

글쎄 이 친구에게 물건을 추천해 준 것을 뒤늦게 후회를 했다.


준비되지도 않은 친구에게 애써 밥을 떠먹이는 것은 체할 수도 있겠구나.

그때 그 친구의 간곡한 부탁을 거절했었어야 했는데

오히려 나에게 화살로 돌아오는 것이 나 또한 후회가 되었다.



나는 부동산 투자를 시작한 지 15년이 다 되어 간다. 나 또한 이 친구처럼 상승장에 시작을 했지만 그 이후로는 쭉 하락장 속에서 버텨왔다. 아마도 10년 이상은 하락장이었고 5년만 상승장이었던 것 같다. 물론 상승장에 돈을 벌었지만 하락장 10년을 버티지 못했다. 5년의 상승장을 만나지 못하고 흘려보냈을 것이다.

투자자는 좋은 장 보다 오히려 안 좋은 장을 만날 가능성이 크다.

좋은 장은 누구나 쉽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장에서 투자의 성공이 하락장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이다.

진정한 부자는 하락장을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더 큰 부자로 거듭나는 더 좋은 기회를 만드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나는 최근에 부동산이 급락하면서 시세가 말도 안 되게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패닉보다는 

어라? 또 물건을 살 시기가 다시 오네. 

나에게 또 기회를 준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부랴부랴 급매 물건을 매입했다.

나는 급매라고 생각했던 물건을 정말 잘 샀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내 가격 보다 더 싸게 물건이 나오기 시작했다.

침체기에 내 물건이 기준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5천만 원이 더 싸게 거래가 되었다.

그때 나는 내가 산 것을 후회했을까?

아니다. 하나 더 사야 하나?

고민을 할 정도로 하락장을 즐겼다.

지금은 내가 산 가격보다 7~8천만 원이 올라서 거래가 되고 있다.


진정한 투자자가 되려면 시장 분위기에 휩쓸리거나 일비일희하면 안 된다.

안 좋으면 안 좋은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내가 할 수 있는 포지션만 생각하면 된다.

투자자는 항상 시장에 겸손해야 하지만 당당해야 한다.


어찌 보면 투자자는 전쟁에 임하는 장수가 돼야 한다.

시장에 겁먹지도 말아야 하며, 시장을 업신여기지도 말아야 한다.

투자자는 싸움닭이 되어야 한다. 그 유명한 목계 같은 싸움닭 말이다.


아래 목계의 일화의 사례를 이야기해보겠다.

한자로 목계지덕이라는 말이 있다. 목계는 나무로 만든 닭이란 뜻으로, 나무로 만든 닭처럼 완전히 자신의 감정을 제어할 줄 아는 능력을 말한다. 장자 '달생'편의 이야기이다.

어느 왕이 투계를 좋아해 기성자라는 사람에게 최고의 싸움닭을 구해 최고의 투계로 만들도록 훈련을 맡겼다. 맡긴지 열흘이 지나고 나서 왕이 물었다.


"닭이 싸우기에 충분한가?"

사육사는 단호히 대답했다.

아닙니다. 아직 멀었습니다.

닭이 강하긴 하나 교만하여 아직 자신이 최고인 줄 알고 있습니다. 그 교만을 떨치지 않는 한 최고가 될 수 없습니다.

헛된 교만과 기운을 믿고 뽐내는 자세를 버리지 못하였다는 대답이었다.


열흘이 또 지나 왕이 물었을 때 사육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직 멀었습니다. 교만함은 버렸으나 상대방의 소리와 그림자에 너무 쉽게 반응합니다."

쉽게 반응하고 조급함을 버리지 못했다는 뜻이었다.


열흘이 더 지나 왕이 또 묻자 이런 답이 돌아왔다.

아직 멀었습니다.

조급함은 버렸으나 상대방을 노려보는 눈초리가 너무 공격적입니다."

상대방을 질시하는 공격적인 눈초리를 버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열흘이 지나고 또 묻자 

이제 된 것 같습니다. 이제 상대방이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아무 반응을 하지 않습니다.

완전히 마음을 평형을 찾았습니다.

나무와 같은 목계가 됐습니다.


진정한 투자자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시장의 파도에 휩쓸리지 말아야 한다.

시장이 안 좋으면 안 좋은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단단한 투자자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머쉿게 살고 싶은 - 머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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