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잘 지내세요
엄마 괜찮아?
응... 콜록 아이고.. 콜록
괜찮아. 신경 쓰지 마 애들은 잘 지내? 밥은 잘 챙겨 먹고?
나 신경 쓰지 말고 애들 잘 챙겨
난 괜찮아.
그런데 목소리가 너무 안 좋으시다.
감기가 걸렸다고 하시는데 계속된 기침으로 인해 목이 이미 쉰 상태이시다.
엄마는 괜찮다고 하시는데 목소리는 전혀 그렇지가 않으시다.
나는 직감적으로 상태가 매우 안 좋으시다는 것을 전화 목소리로 망으로도 느낄 수 있었다.
괜히 어머니는 본인으로 인해 자식들에게 피해가 갈까 봐 애써 괜찮다고 하시지만 목소리는 굉장히 안 좋으시다.
엄마, 회사 일 끝나면 바로 내려갈게.
조금만 참으세요.
아니다. 오지 마. 콜록 아이고... 콜록 으응....
오지 말라고 자꾸 하시지만 목소리만 들었을 때는 상태가 매우 안 좋아 보이신다.
나는 하던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우리 어머니 연세는 86세이시다.
고맙게도 서울과 시골을 혼자 대중교통을 타고 다니 실 정도로 아직까지 정정하시다.
봄이 돼서 시골에 가시겠다고 몇 주 전에 내려가셨는 데 감기가 걸리신 모양이시다.
나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부랴부랴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시골 남원으로 내려갔다.
예상대로 어머니는 극심한 독감으로 계속해서 기침과 오한 그리고 가래로 고생을 하고 계셨다.
나는 오던 길에 마트에 들러 사 온 전복으로 죽을 쑤었다.
그리고 힘겹게 드셨다.
그렇게 다음 날 병원을 가려고 했는데 이제 다 낳았다고 만류하시는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들렀다.
의사선생님이 감기가 심하시다고 하시면서 약을 처방해 주셨고 이틀을 더 아프셨다.
그리고 사흘째 되던 날 어머니는 조금씩 회복이 되셨고 인근 무릎 통증의학과를 들러서 무릎 주사를 맞으시고 날씨가 좋아서 어머니와 단둘이 데이트를 하게 되었다.
마침 날씨가 너무 좋아서 어디를 갈까 고민하던 찰나에 큰형의 추천으로 아담원이라는 수목원 카페를 방문하게 되었다.
입장료를 받는다. 1만 원이다.
헉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형의 추천도 있고 해서 들어갔다.
무릎이 안 좋으신 어머니가 걷기에는 계단이 많다.
어머니에게 약간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괜히 왔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어머니는 그래도 힘드시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으시고 올라오신다.
에구
계단을 올라오니 아담하면서도 정갈한 카페(?)가 보인다.
힘들어 보이시지만 그래도 잘 오고 계신다.
카페 안을 들어오니 굉장히 넓었다.
이런 시골에 이렇게 세련된 커피숍이 있다니.
마침 이른 아침이라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실내는 신발을 벗고 들어와야 한다고 한다.
책과 음악 정원 고즈넉한 분위기
어머니와 단둘이 데이트하기에는 이만한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머니는 며칠 고생하시고 기력이 조금씩 좋아지시는 것 같다.
나는 정원이 궁금해서 다리 아프신 어머니를 커피숍에 쉬시게 하시고 나만 둘러보기 시작했다.
잔디와 조경이 굉장히 잘 관리되고 있었다.
조경을 전공한 큰형 말로는 이곳에 나무를 심어 조경 사업을 하려는 사장님이 그냥 정원과 카페로 만들었다고 하신다.
그렇기에는 전체 스케일이 너무 크고 하나하나가 마치 유명 호텔에 와있는 느낌이었다.
저 멀리 잔디 위에 또 하나의 집이 있었다.
이곳은 진짜 동남아 고급 호텔 같은 느낌이 물씬 풍겼다.
의자와 테이블도 핀란드식으로 세팅되어 있다.
계단을 올라오니 또 다른 잔디 마당이 펼쳐져 있었고 멋진 레드 조각상과 소나무 그리고 멀리 보이는 봄을 머금은 산새 파란 하늘이 답답했던 마음을 뻥 뚫리게 한다.
1층은 멋진 갤러리로 꾸며져 있고 유명 작품들이 있어 즐겁게 감상을 한다.
오랜만에 작품 하나하나 감상하고 있잖니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갤러리를 나와 경치를 보고 있잖니 이제 갓 피어나는 새싹과 파란 하늘에 나도 모르게 멍 때리게 된다.
파란 하늘에 정말 구름 한 점 없다.
이런 멋진 정원을 구경하는데 1만 원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하면서 이 정도 하려면 도대체 돈이 얼마나 들까?
직장인 투자자로서 나도 은퇴하면 이런 삶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담원을 나와 운동으로 가던 중 평소에 지나치기만 했던 경마 축산 고등학교를 직접 들러보기로 했다.
마침 말들이 있어 말들이 풀을 뜯고 있어 바로 앞에서 구경을 할 수가 있었다.
운봉은 내가 중학교 2학년 때가지 다니던 곳이다.
당시에 축산 고등학교가 있었는데 이곳이 한국경마축산 고등학교로 바뀌었고 현재는 말을 전문적으로 사육하는 교육을 하는 학교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곳 운봉은 과거에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고 번창하던 읍이었지만 이제는 너무나 한적한 동네가 되어 버렸다.
어머니가 이곳에 맛있는 짜장면 집이 있다고 해서 오게 되었다.
음 외관만 봐도 왠지 맛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시골에 왠지 모를 포스가 느껴진다.
진짜 맛있을 것 같다.
어머니는 짜장면을, 나는 짬뽕을 시켰다.
예상대로 짜장면은 내가 생각하는 맛보다 훨씬 맛이 좋았고 짬뽕은 국물이 진짜 진했다.
어머니도 맛이 있었는지 짜장면 한 그릇을 다 비우셨다.
어머니 감기 덕분에 갑작스럽게 고향을 찾아와서 너무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어머니 컨디션도 회복되시는 모습을 보니 나도 즐겁다.
부디 건강히 오래오래 사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머쉿게 살고 싶은 - 머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