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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쉬 May 07. 2024

빨리빨리

우리나라 사람들은 성격이 급하기로 유명하다.

지체되거나 정체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이런 성격 때문일까 우리나라는 인터넷도 전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빠르다. 전쟁이 나서 나라가 폐허가 됐지만 몇십 년 만에 재건하고 지금은 선진국 반열에 올라있는 전쟁 후 선진국이 된 유일한 나라가 되었다.


'빨리빨리'라는 단어는 전 세계 사람들이 알 정도로 한국 사람을 지칭하는 대명사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런 성격은 우리나라를 발전시키는데 큰 일조를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투자에서는 어떠할까?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바로 팔고 사는 것에 초미의 관심이 많다. 특히 부동산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물건은 아파트이다. 이는 아파트=돈, 즉 환금성이 뛰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돈으로 환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많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투자에 있어서 아파트 투자가 가장 인기가 많다. 어찌 보면 성격 급한 한국인에게는 더 할 나위 없는 투자종목인 것이다.


물론 나 또한 성격 급한 한국 사람이기에 주로 많이 한 투자는 아파트이다. 실제로 아파트로 수익이 꽤 좋다. 대부분이 매입 대비 2배 정도 수익을 만들었으니 이보다 확실한 수익이 어디 있을까 투자로 가장 좋은 첫 번째는 아파트를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내 투자한 포트폴리오 중에 천덕꾸러기 빌라 물건을 가지고 있다. 과거 13년 전에 경매로 매입했던 물건이다. 당시에 부동산 투자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개발 붐이 한참 불고 끝물에 매입한 물건이다. 구역 지정만 되었지 조합이 결성되기도 전이었다. 막연하게 언젠가는 개발이 되겠지 하는 바람으로 매입을 했다. 하지만 부동산 침체기를 5~6년 동안 겪으면서 이 빌라에 돈이 묶이게 되었고 나는 이 빌라를 팔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다. 하지만 당시에 아파트도 안 팔릴 때라 빌라는 더 팔리지 않는 상황이었다.


나는 조급해졌다. 다른 투자를 해야 하는데 이 빌라에 돈이 묶이게 되면서 더 이상 투자를 이어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수십 군데 부동산에 전화를 매일 돌렸지만 '네 알겠습니다. 손님 오면 연락드릴게요'라는 형식적인 말뿐이었다. 그렇게 1년, 3년이 흘렀다. 거의 매도를 포기를 한 상태로 될 때로 되라는 심정으로 모르겠다. 갈 때까지 가보자 심정으로 관심을 끊었다.  나는 거의 이 물건을 잃어버리고 살았다. 그리고 저평가 투자 아파트 매입에 집중했다.


그렇게  나는 신나게 아파트 투자에 집중했고 이 빌라는 거의 잊어 먹고 있었다.

그런데 부동산에서 갑자기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사장님 혹시 빌라 파셨어요?

아니요.

혹시 파실 생각 있으세요.

얼마에 거래가 되나요?

4억 정도면 팔리지 않을까요?

내가 2억에 매입했으니 더불이네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급한 것이 없었다.

나는 아니요 팔지 않을래요.

그리고 1년이 지나서 부동산에서 다시 전화가 왔다.

혹시 6억에 파실 생각 있으세요.

아니요.

그렇게 이 지역이 재개발이 서울시 신속 통합 1번으로 개발되면서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그리고 15억까지 가게 된다.

2억에 매입했던 빌라가 7배나 상승하게 된 것이다.

지금은 조금 떨어졌다고 한다.


만약에 내가 한국인 특유의 조급함으로 이 빌라를 팔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한국인의 '빨리빨리'근성은  대한민국이 성장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투자에 있어서는 때로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빨리빨리'는 투자에 있어 해가 될 때가 많다는 것을 투자를 오래 하면서 느끼게 된다.


최근에 내가 투자한 지역의 이름 작명으로 뜨겁다.

내가 투자한 지역은 흑석동인데 서반 포레는 이름을 쓰는 것으로 시끄럽다.

반포 옆에 붙어 있어서 그런 모양이다. 반포가 되고 싶은 흑석 ㅋㅋ

아무튼 즐겁다. 14년을 참아보니 이런 즐거움도 있나 보다.


나는 평소 앙드레 코스톨라니를 좋아한다.

그 분의 이말을 나는 투자를 할 때 항상 새기고 있고 투자도 이와 유사하게 하고 있다.

주식을 사라. 그리고 수면제를 먹고 자라. 그러면 10년 후 부자가 될 것이다.



                           머쉿게 살고 싶은 - 머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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