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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은 신기루

by 머쉬

과거에 친구 중에 한 명이 임원이 돼서 한턱을 쏜다고 해서 만났다. 그 친구는 대기업을 다니고 있었고 나름 잘나가는 친구였다. 회사에서 좋은 실적으로 그 어렵다는 임원을 달게 되었다. 그리고 축하하는 의미에서 술 한 잔을 하게 되었다.


야 건배하자. 어떻게 임원을 달았어? 대단하다.

어떻게 하다 보니까 임원을 달았네.

그래 앞으로 탄탄대로가 펼쳐지겠다.

아직 얼떨떨해. 앞으로 잘해야지.

그래. 너처럼 회사 생활 열심히 한 사람이 달아야지.

진짜 축하한다.

고마워.


그리고 한 친구가 임원을 단 친구에게 물어본다.


그래 임원을 달면 월급이 얼마나 돼?

두 배는 안 되는 것 같은데, 대신 보너스 같은 것이 높다.

그럼 연봉이 2억 정도는 되겠다.

아마도 그럴걸.

우와 대단하다.

우리는 그 친구의 연봉에 월급쟁이로 대단하다며 다시 한번 축하를 해주었다.

술 한 잔이 되니 그 친구가 그간의 힘들어했던 것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본부장 비위 맞추랴. 팀원들 컴플레인 들어주랴. 밤낮없이 회사에서 살았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고생이라는 고생은 다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고생한 끝에 임원을 달았으니 연봉으로 보상받는 거야.

우리 친구들은 그 친구를 진심으로 응원했다.

그렇게 밤늦게까지 술자리를 가지며 축하해 주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2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저녁이나 먹자고 하는 것이었다.

내가 술 한잔하자고 하면 항상 바빠서 만날 수 없었는데 만나자고 하니 뭔 일이 있나 살짝 걱정이 되었다.

우리는 삼겹살을 시켜놓고 소주 한 잔을 들이켰다.

안색이 안 좋은데 무슨 일 있냐?

응...., 이번에 나 회사에서 임원 계약이 안됐어.

그럼 어떻게 되는 거야?

응 회사를 나가야지.

뭐? 임원 단지 2년 밖에 안됐는데.

그렇게 말이야 나는 연임할 줄 알았는데, 젊은 직원이 회사에 필요하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후배에게 뺏겼지 뭐.

얼굴빛이 어두운 채로 소주 한 잔을 들이켰다.

임원 달고 첫 월급 받을 때가 생각난다.

월급이 거의 두 배가 되니까 세상이 달라져 보이더라고.

이게 임원의 월급이구나. 그리고 연말에 보너스도 일반 사원과 비교도 되지 않게 많아서 다른 사람들한테는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임원의 힘에 대해 새삼 느끼게 됐지.

정말 구름 위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것 같았어.

회사에 가면 모든 사람들이 굽신굽신 됐고 내가 말 한마디만 하면 척척 내 말을 실행했으니까.

회사 다닐만 나더라고.

매 주말에는 임원들과 골프 치러 다니고 해외 출장은 비즈니스 석만 타고 다니고 호텔도 최고급으로 부킹이 되니까 말이야.

해외 출장 갈 때마다 아내에게 명품 백을 선물해 주고 나도 명품 옷들을 사면서 임원의 삶이 이런 거구나 굉장히 만족하는 삶을 살았어.

물론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는 많았지만 그래도 즐거웠어.

그런데 젊은 CEO가 오면서 물갈이 대상이 됐고 청천벽력 같은 계약 해지라는 통보를 받았지 뭐야.

나는 적어도 5~6년을 할 줄 알았는데 말이야.

너 임원이 뭐에 줄임말인 줄 아니?

'임시 사원'이라는 말이래.

즉 언제든지 잘릴 수 있는 자리라는 거지.

잘리고 나니 차라리 임원보다는 정규직이 나았어. 월급이 작지만 그래도 안정적으로 오래 다니는 것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임원의 자리는 마치 구름 위의 신기루 같은 자리야.


나는 분명히 열심히 직장 생활해서 회사에서 인정을 받아서 임원이 되었는데 그 자리가 산 정상이었고 내려오는 길만 있는 자리였던 거지.

친구야 이제 나는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가진 거라고는 대출이 끼여 있는 집 한 채가 전부이고 애들은 가장 돈이 많이 들어가는 고등학생들인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차라리 임원을 거절하고 평범하게 살았으면 어땠을까?

아니 너처럼 부동산 투자를 같이 했으면 어땠을까?

괜히 회사에 대한 사명감으로 그렇게 미친놈처럼 죽어라 회사일에 목숨을 걸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이 친구는 과거 내가 부동산 투자를 한다고 했을 때 비웃었던 친구이다.

당시에는 그 친구가 회사에서는 나보다 훨씬 잘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말없이 술잔만 들이킬 뿐 어떤 말도 할 수 없었고 그 친구의 안타까운 이야기만을 들어 줄 수밖에 없었다.


50대의 직장 다니는 내 친구들이 대부분 비슷하다.

임원이든 정규직이든 회사에서 집에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는 회사에서 나가면 무엇을 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할 나이인 것이다.

직장인에게 월급은 소중하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성과, 고가로 월급을 높이기 위해 밤낮으로 야근을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돈이 어디에 썼는지도 모른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버린다.


나는 이 친구의 모습을 처음 접하는 것이 아니었다.

과거 15년 전에 그렇게 잘나가던 선배들이 명퇴당하는 것을 보면서 앞으로 내 미래의 모습이라고 생각을 했다. 그때도 나는 내 월급에 만족해했지만 왠지 이 월급이 무한정 제공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이 월급이 시간이 지나면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도 있게다는 생각으로 부동산 투자를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머쉿게 살고 싶은 - 머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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