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맞는 마약

by 머쉬


나는 대학교를 갓 졸업하고 작은 디자인 전문 회사에서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작은 회사였지만 사회 초년생에게 일을 하나하나 배워간다는 것은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나름 대학교 때 잘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역시나 회사 와서 느끼는 것은 학교에서 배운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선배들이 대단해 보였으며 나 또한 빨리 선배들만큼 잘하고 싶었다. 선배들이 한 작업물들을 하나씩 뜯어보면서 선배를 닮으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나고 나니 선배들과 나의 디자인 아웃풋이 비슷해졌고 나의 디자인이 조금씩 선택되기 시작했다. 클라이언트가 나의 디자인을 선택하면 그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 잠깐의 기쁨을 느끼기 위해 매주 2~3일은 밤을 새웠고 그 결과로 나는 월급을 100만 원을 받았다.

연봉 1200만 원

당시만 해도 나는 그 돈이 대단히 커 보였다. 부모님과 같이 살기에 나 혼자 쓰기에는 충분했다. 당시에 나는 30만 원을 내 용돈으로 사용하고 50만 원을 저축했다. 평소 나는 저축하는 버릇이 어렸을 때부터 있던 터라 너무나 당연히 월급의 반은 저축을 했다.


그렇게 1여 년이 다 되어 갈 즈음 대학교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는 기회가 있었는데 자연스럽게 사회 초년생들이 관심사인 연봉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게 되고 친구 중 한 명이 대기업에 다니고 있어 그 친구 연봉을 듣고 큰 충격을 받게 된다. 당시에 연봉이 3천만 원 후반대를 받는 것이었다. 나의 월급의 2배를 받고 있었다. 나는 일 자체가 돈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하루아침에 나의 생각이 무너져 내렸다. 더군다나 그 친구는 밤새는 일은 거의 없고 거의 정시 출근 정시 퇴근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또 한 번 충격을 받았다.

나는 매주 밤새는 것을 기꺼이 즐겼었지만 그 모임 이후로 현타가 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나의 목표를 대기업 취업을 목표로 설정하고 열심히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서류 전형에 합격을 하고 마침내 대기업에 입사를 하게 된다.


나는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얻은 기분이었다.

식구들도 친구들도 축하를 해주었다.

역시 월급도 2.5배 이상 올라서 바로 부자가 될 것 같았다.

회사일도 야근도 그리 많지 않아 워 라벨이 완벽했다.

퇴근하자마자 동기들과 매일 술을 먹었고 유흥비로 많은 돈을 지출하기 시작했다.

대기업 직원의 품위에 맞게 백화점에서 비싼 옷들도 서슴없이 사기 시작했다.

해외 출장 가면 명품에 고급 양주도 한두 개씩 사기 시작했다.

이렇게 소비가 늘다 보니 오히려 전문 회사 다닐 때 보나 저축은 적어졌고 매달 월급날에는 카드값으로 대부분이 돈이 나가 버렸다.

하루는 회사 선배와 단둘이 바에서 양주를 한 잔을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너 회사 생활 재미있니?

네..

나도 처음에는 그랬는데 지금은 재미가 없다.

왜요?

나도 너처럼 돈을 쓰다 보니 매달 월급날만 기다리게 된다.

그리고 지금은 아이들도 크다 보니 이제는 내가 쓸 돈은 거의 없고 월급의 대부분이 교육비와 아파트 대출 갚는 것으로 다 나가 버리고 나의 월급에서 내가 쓸 돈은 거의 없어.

저보다 월급도 훨씬 많은데 왜 그러세요?

그러게...

월급이 많아도 매달 고정비가 나가고 나면 남는 게 없어

삶이 변하지 않는다.

내 사업을 하고 싶어도 고정비 때문에... 월급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마치 월급은 한 달에 한 번 맞는 마약 같아.

월급날이 다가오면 기분이 좋아지다가 지나가고 나면 어느새 돈이 어디론가 다 빠져나가버리고

다시 통장이 바닥이 나면서 허망해지지 그리고 한 달이 리셋되면서 월급날을 위해 뺑이 치면서 다시 달리는 거지.

뭔가를 하고 싶지만 이 월급의 마약의 굴레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네

더군다나 연차가 쌓이면서 월급이 조금 더 많아지니까 더 그렇게 되네.

함부로 다른 것에 도전을 하기가 두려워

이 월급을 지키는 것이 더 소중하다고 생각하니까

아무것도 할 수가 없네...


그렇게 그 선배와 이야기를 나누고 몇 년이 흐른 후 그 선배는 40 후반의 나이에 명예퇴직을 당하게 된다.

나는 대기업 취직하면 월급이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충분히...

어쩌면 혼자 쓰기에는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결혼도 해야 하고 집도 사야 하고 부양가족도 생기면서...

이야기는 달라진다.


직장인은 월급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월급을 지키기 위해 더 회사에 올인한다.

회사에 올인하다 보면 다른 일에는 절대 도전을 못 하게 된다.

한 달에 한 번 맞는 달콤한 월급의 마약에 헤어 나오지 못하고 결국 나의 의지가 아닌 타인의 삶을 살다가 소리 소문 없이 내가 믿고 의지한 회사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머쉿게 살고 싶은 -머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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