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출근해서 오늘 할 일의 계획을 세우고 몇 가지 잔업무를 하고 있는데 동료가 나에게 커피를 한잔하자고 하였다. 우리는 1층 카페 라운지로 내려갔다. 밖에는 보슬보슬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 친구는 15년 이상을 같이 함께 일하는 친한 후배 동료였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폭등을 보면서 갈아타기를 실패해 여전히 25평의 복도식 아파트에 살고 있는 친구였다. 이러다 보니 회사일에 현타가 오고 본격적으로 부동산 투자를 배워보려고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1여 년 전부터 하고 있었다. 하지만 딱히 실적은 없었다.
어 왜? 무슨 일이 있어?
아니요.
근데 왜?
형 요즘 부동산 투자 하고 있어요?
아니
왜 안 해요?
1년 정도 쉬고 있어
그 봐
이제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라 안 하는 거지요?
정부규제도 너무 세고
맞지요.
음.... 그러긴 한데..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잠깐 시장을 관망하고 있다니까?
에이 그런 게 어딨어요.
선수들은 지금 지방을 싹 쓸고 다니던데요
형은 지방투자 안 해요?
형은 그 정도는 아니구나?
음 나는 선수가 아니야.
난 좀 게으르잖아.
그래서 지방까지 갈 정도로 부지런하지 못해.
나는 서울, 수도권, 내가 사는 지역, 내가 아는 지역 이 정도만 해.
그럼 서울, 수도권은 이제 투자 규제가 심해서 못하잖아요?
더 이상 형은 투자를 못하는 거네요?
음...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한다니까
잠시 쉬고 있다니까?
왜 쉬어요?
형 블로그 글 보면 멈추지 말고 꾸준히 해야 한다면서요?
어....? 그래
맞아 꾸준히 해야지.
근데 쉬는 게 말이 돼요?
왜?
쉬는 것도 투자야.
관망하는 것도 투자야.
에이 그게 말이 돼요?
나는 모르거나 애매하면 투자하지 않아.
내가 적기라고 생각하는 타이밍, 잘 아는 곳에만 투자를 하려고 해.
나는 2년 전까지만 해도 확신이 있기 때문에 매년에 다수를 매입했지.
하지만 작년은 관망을 하고 있어 때를 기다리고 있지.
그렇다고 내가 부동산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야.
매일 시세들을 보면서 일주일에 한 군데씩 임장 가는 것은 여전히 하고 있어.
왜 사지도 않을 거면서 시세 조사를 하고 임장을 하는 거예요?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는 거지.
타이밍이 뭔데요?
떨어질 때예요?
그럴 수도 있고.
안 떨어진다면서요?
음 적어도 내가 산 물건들은 떨어지지 않았어.
하지만 가끔씩 이런 불안한 장을 견디지 못하고 나오는 급매물이 있거든 나는 그런 것들을 줍기 위해 매일 시세 조사를 하고 임장을 하면서 부동산 사장님과 친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지.
사지도 않을 거면서...
그게 삽질 아니에요?
저도 솔직히 1여 년을 그 짓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요즘 힘드네요.
저도 내심 새 정부가 들어오면 부동산 정책이 완화될 것으로 보고 여전히 부동산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 포기할까 말까 그러고 있는데...
답이 안 나오네요.. 어휴.
부동산 하락기로 접어드는 것 같기도 하고...
커피 한 잔을 금세 다 마시고 그 친구의 넋두리를 들으며 투덜투덜 대다가 자리로 올라갔다.
나는 자리에 올라와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사실 나도 지난 1년 동안 매입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세와 임장은 꾸준히 다니고 있다. 어쩌면 그 친구에게는 결과물이 없이 1여 년을 투자 공부를 한다는 것은 큰 고통이었을 것이다. 그 친구는 당장 어떤 결과물을 원했을 것이다. 당장 매입을 하고 당장 시세가 올라가고 그래야 투자할 맛이 나니까. 결과물 없이 1여 년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도 1년 넘게 매수를 하지 않고 있다. 그저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투자는 더 이상 끝났어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아니라 비가 오니 잠시 쉬어 가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이다. 다시 맑은 날이 올 것이라는 생각으로 잠시 비 오는 것을 보면서 쉬어 가고 있는 것이다. 소나기가 들이치는데 조급증으로 빗속으로 뛰어드는 것보다 조금 쉬면서 투자 페이스를 잃지 않고 시장을 관망하는 것도 다음을 위해 좋은 투자가 아닐까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들이 서울 수도권을 대체해 지방 투자를 공격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솔직히 지방 투자를 하지 않는다. 소액으로 투자를 하는 것은 쉽지만 빠져나오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침체장이 오기 시작하면 더욱더 지방은 엑시트(Exit)가 더 힘들다.
엑시트가 힘들다는 것은 서울, 수도권의 좋은 매수 타이밍이 왔을 때 기회를 잡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무리하게 내가 잘 모르는 곳에 투자하는 것보다 그냥 관망하는 것이 다음에 더 좋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투자이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머쉿게 살고 싶은 -머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