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사주기

by 머쉬

나는 2년 전에 아내와 약속을 했다. 10여 년을 넘게 자린고비처럼 지내면서 좌충우돌 투자를 하는 남편을 보면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준 아내에게 수입차를 사주기로...


하지만 몇 채를 매도 계획이 있었는데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 약속은 실현되지 못했다.

부동산 투자자들은 다 한결같이 느끼겠지만 주식투자자들과 달리 우리들은 돈이 있으면 바로 투자를 해버린다. 돈을 통장에 두는 꼴을 보지 못한다. 항상 헝그리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나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대부분이 시세차익형 투자이기 때문에 투자한 아파트가 올라도 바로 현금화가 어렵기 때문에 사이버 머니에 가깝다.


그러다 보니

마음은 부자이지만 현실은 그저 평범한 직장인인 것이다.

그나마 다행히 올해 전세 만기 물건들이 전세금을 상향해서 재계약하는 물건들이 있어서 약간은 여유가 있다. 그리고 작게 시작한 셰어하우스들도 만실을 채워서 조금 여유가 생기게 되었다.


아내에게 2년 전부터 수입차를 사주기로 호언장담을 했었는데 2년이 지나도 들어주지 않자 이제는 아내도 체념한 상태였다.


몇 달 전 나는 수입차 매장을 둘러보자고 했다. 아내는 시큰 둥 하면서 살 것도 아니면서 뭐 하러...

그래도 한 번 보자 재미있잖아. 또 알아 살지..?

그리고 벤츠, BMW 매장을 둘러보았다. 최근에 반도체 이슈로 바로 출고되는 차들이 없었다. 딜러들은 대기로 계약을 걸어 놓으라고 했다. 언제 나올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을 하며, 나는 내심 옳다고나 그래요? 바로 계약이 안되네요?

그럼 대기 계약금을 걸께요. 하고 바로 대기 계약금을 결제하게 된다.

아내는 좋아한다. 드디어 사는 거야?

바로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아내는 무척 행복해 한다. 그리고 지인들과 친척들에게 갑자기 전화를 하며 자랑을 하는 것이다.

아직 나온 것도 아닌데. 뭐 하러 그래.

그래도 기분 좋잖아.

내가 드디어 수입차를 타보네.

아내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나 또한 흐뭇했다.

하지만 내심 최대한 늦게 나와야 할 텐데 하는 마음이 있었다.

(세입자 세팅에 여러 가지 나가야 할 돈으로 내 머릿속은 복잡해 있었기 때문이다.)


대기 계약 후 아내는 매일 저녁 인터넷으로 해당 차를 리뷰 검색하면서 간접 체험에 빠져 싱글벙글해 있었다.

한 달이 지날 즈음 딜러로부터 연락이 안 오자

아내는 도대체 언제 나오는 거야? 투덜투덜 됐다.

그리고 딜러에게 문자를 보냈다.

나는 좀 느긋한 마음을 가져

여행도 현지에서 즐거움보다 여행을 준비하는 마음이 더 즐거운 거야.

지금을 충분히 즐기라고.. 말을 했지만

나는 내심 제발 천천히 나와야 할 텐데.. 하는 속마음이 있었다.

그러던 중 몇 주가 지나자 딜러로부터 연락이 왔다. 고객님 주문하신 차가 인천항에 들어왔습니다.

2~3일 내로 받아 보실 수 있다고 합니다.

아내는 마냥 흥분했고

아이들도 덩달아 좋아했다.

우리 집은 축제 분위기가 되었다.

가족의 이런 분위기와는 달리

왜 이리 빨리 나오는 거야?

나는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속 마음은 그렇지 못했다.

그렇게 아내는 몇 년간의 소원인 수입차를 갖게 되고 현재는 드라이브에 빠져 있다.


참 신기하다. 아내 명의로 집을 몇 채를 사줘도 즐거워하지 않았는데


차가 뭐라고..


나는 솔직히 운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운전만 하면 졸리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는 아침 출근하다 살짝 졸아서 앞차를 살짝 받은 적도 있었다.

그래서 운전하는 것을 싫어한다.

근데 비싼 차를 타보니 나름 자율주행도 되고 운전이 엄청 편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돈이 좋긴 좋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내와 나는 주말에 단둘이서 커피숍을 자주 간다.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었다. 비싼 커피를 왜 돈 주고 사 먹지?

집에서 먹으면 되지. 그 돈 한 푼이라도 아껴서 투자를 해야지 하는 마음이 컸다.

나는 짠돌이 오브 짠돌이가 되었다.


과거에 나는 투자를 시작하고 종잣돈을 만들기 위해 돈을 아끼는 습관을 만들기 위해 무척이나 노력했다.

그런 습관이 이제 10년 이상 노력하다 보니 몸에 배어 있다.

돈을 아끼고 절약하는 것은 이제 일상이고 삶이다.

반대로 돈을 쓴다는 것은 이제는 나의 살점을 베어내는 듯한 고통이 있다.


10여 년의 습관이 무섭다.

돈 쓰는 것도 훈련이라고 했던가.

나는 돈 쓰는 습관을 현재는 가지려고 노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꾸 써봐야 그 기쁨을 알 텐데.

나는 여전히 돈을 쓰는 것에는 고통을 느끼고

돈 모으는 즐거움, 투자의 즐거움에서 더 큰 희열을 느끼는 것은 왜 그럴까?


머쉿게 살고 싶은 - 머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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