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둥이가 하교후 현관문으로 헐레벌떡 들어왔다.
"엄마! 나 오늘 두 가지 일이 있었어."
"무슨 일인데?"
아이의 입꼬리가 한껏 올라 있었다.
"우선 첫 번째는 기분 좋은 일이고, 두 번째는 기분 안 좋은 일이야.
뭐부터 알려 줄까?"
나는 상이라도 받았을까 싶어 심장이 불쑥 솟아올랐다.
먼저 아는 척을 하면 김이 빠질 테니까 표정을 갈무리하고 대답했다.
"기분 좋은 일부터 알려줘."
자기도 그러고 싶었다면서 아이는 책가방을 열어 뒤적였다.
진짜 상을 받았구나 나는 근거없는 확신을 품기 시작했다.
열심히 뒤적이는 아이의 손놀림은 분주했다.
뒤적임을 끝마친 아이의 손이 불쑥 올라왔다.
아이의 조그마한 두 손에는
메론맛 단백질 음료 두 개가 가지런히 누워 있었다.
"이게... 기분 좋은 일이야?"
"응. 당연하지."
착각의 풍선을 잔뜩 불어뒀다가
팡 하고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바람이 다 빠져 쪼그라져버린 풍선같은 얼굴을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어색한 입꼬리를 억지로 끌어올리며 아이를 조용히 바라봤다.
"원래는 선생님께서 한 사람당 하나씩 나눠주시는 건데
나는 왜 두 개냐면
다른 친구가 안 먹는다고 나를 줬거든. 완전 득템했어."
그래. 한창 먹는 거에 기분 좋아할 때이긴 하지.
납득할 수 없지만.
"그럼 기분 안 좋은 일은 뭐야?"
세상의 행복은 다 끌어왔던 아이의 표정은 금세 지워졌다.
"메론맛 음료를 받은 다른 친구가 먼저 맛을 봤는데 맛이 없대."
아이의 입꼬리는 내려가고 어깨는 축 늘어졌다.
피식 새어나오려는 웃음을 감춰물고
아이를 꼭 안아줬다.
아이의 표정은 순식간에 바뀐다.
나는 언제부터 저런 표정을 잃어버렸을까.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더 작은 것에도 슬퍼하던 감정을
귀하게 여기던 시절이 있긴 했을까.
나이테가 점점 많아질수록 감정근육은 견고해졌다.
나도 모르는 시간 속에서
내 안에 성벽을 튼튼하게 쌓아 올렸다.
오늘도 작은 일 하나에 마음이 기울었다.
아이의 천진난만함에 기분이 올라앉았다가,
엄마 전화에 기분이 내려앉는다.
어차피 앉아있어야만 하는 놀이터라면
시소에 나를 맡겨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