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2차,다섯 번째 날
친정엄마가 항암 2차를 맞으신 지 5일째다.
2차부터 우려하던 일들이
하나씩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소화불량.
입마름.
입 안의 쓴맛.
떨어지는 기운.
아침에 드신 밥 한 숟갈이 체하셨단다.
뭐라도 드시게 해야 할 것 같아 죽을 권했더니 싫다 하셔서
딸기라떼를 두 잔 배달시켜 보냈다.
한 잔은 겨우 드셨다고 했다.
점심에는 라면 반 개를 삶아 드셨는데
그마저도 체하셨단다.
평소에도 식사를 잘 못 하셔서 힘들어하셨는데
항암제가 또다시 엄마의 약한 곳을 건드리고 있는 모양이다.
죽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신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무심하던 내 심장이 삐걱댔다.
‘죽었으면 좋겠다’는 한마디로
엄마의 고통이 한 톨도 빠져나가지 않고
고스란히 내게 옮겨오는 기분이 든다.
물론 기분일 것이다.
엄마를 사정없이 공격하는 고통의 조각들이
내게까지 올 틈은 없을 테니까.
고통을 덜기 위해 시작한 치료가 분명한데
고통이 더해지면서
고통을 덜어주겠다는
아이러니한 치료.
그게 항암치료인가 보다.
암세포를 죽이는 일이
이렇게 지난한 과정이라는 걸
엄마도, 나도
너무 무지한 채로 맞이했다가
호되게 배우는 중이다.
통각에 무디다고 자부하던 우리 엄마조차
두 손 들게 하는 항암제.
죽이기 위해
죽을 것 같은 고통을
피할 수도, 외면할 수도 없는 시간.
몇 주 전,
의료기술의 발전을 감사해하던 나를
지금은 비웃고 싶다.
암세포는 암세포이고
항암은 항암이었다는 걸
오늘에서야 혹독하게 깨닫는다.
성공을 위해 실패를 거듭하듯,
행복을 위해 불행을 견디듯,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통을 지나야 하는 시간.
엄마는 오늘
라면 반 개를 드시고도
오래 누워 계셨다.
암세포가 줄어드는 동안
엄마의 기운도 함께 줄어드는 것 같아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