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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Mar 10. 2020

그들은 여전히 비쥬를 한다.

프랑스인들에게 비쥬는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가 안되는 것인가...

요즘 전세계 뉴스 거리 탑1 은 단연 코로나다. 여기도 코로나, 저기도 코로나.

코로나... 너란 녀석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전 세계인을 이렇게 공포에 떨게 하는가...

그런데 이런 무시무시한 녀석에게도 굴하지 않는 국민들이 있으니 바로 이 곳 프랑스인들.

길거리에 마스크 끼는 사람도 없고,

코로나 얘기하면,

"응. 요즘 뉴스에 많이 나오더라" 이렇고는 끝이다.


어제는 바게트를 사러 자주 가는 동네 빵집에 갔다.

"갓 나온 따끈한 바게트 1개와 크로와상 1개 주세요."

상점의 남자 직원은 알겠다고 말하며, 방금 들어온 동료 남자 직원과 비쥬를 한다. 그것도 오랫동안.

한번도 아닌 양쪽 뺨에 두번을.

그리고 나서 코와 코가 거의 닿을 정도의 거리에서 서로의 안부 인사를 빼먹지 않고 한다.

(둘이 혹시... 그렇고 그런 관계?)

내 주문은 그들의 일상 인사보다 덜 중요하다.

그들의 기나긴 인사 절차가 끝나자 그제야 바게트와 크로와상을 담아 준다.


빵을 가지고 나오면서,

'여기는 내가 뉴스로만 보던 그 세계와는 전혀 딴 판이군..' 이란 생각이 들었다.

새우깡처럼 손이 자꾸만 가게 되는 뉴스 기사 검색과 오늘의 확진자 통계 확인을 볼때마다 한국과 한국에 계신 가족들 걱정이다.

그런데 이런 걱정하는 내가 집 밖에만 나가면 괴리감을 느낀다.

여기 사람들은 여전히 비쥬를 하고, 여전히 다닥다닥 붙어서 커피를 마시고, 코가 닿을 듯한 거리에서 수다를 떨고 있다.

프랑스도 뉴스에서는 코로나 관련 방송이 연일 보도되고 있다.

심각성을 가진 사람들은 매우 주의를 하고 있고, 공공기관의 방침도 계속 내려오고 있는 상황이지만,

개의치 않은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그들은 즐거워 보였다. 겁이 없어 보였다. 삶의 이 순간을 그냥 만끽하고 있는 듯 보였다. 지금 이 순간 내 동료와 비쥬하며 인사를 하는 것이 소중하고, 빵집에서 맛있는 빵을 사 먹는 것이 소중한 사람들이었다.

한국과 프랑스...

이런 상황에서 어떤 것이 옳은 행동인지 혼란이 오고 있다. 나는 아직 조금 더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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