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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Mar 21. 2020

파리의 저녁 8시

파리지앵들한테 감금이라니..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3월 18일 오후 12시 부로 프랑스 전국민은 집에 머물러야 한다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그럼 어떻게 먹고살라고? 정부에서 발급한 확인증에 인적 사항을 적은 뒤, 외출 사유서를 작성해서 나가야 한다. 사유는 크게 5개로 구분되는데,

1. 재택근무가 불가피한 직종에 속한 사람의 출퇴근 (대부분은 재택근무이다.)

2. 생필품 구매 (먹고는 살아야 되니까.. 3달치 사재기할 수는 없으니..)

3. 병원, 약국 방문 (코로나뿐 아니라 오늘내일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임산부도 있고, 여러 방면의 환자들이 있으니까)

4. 노약자 및 아동 등 가족 중 아픈 사람을 위한 일

5. 개인의 가벼운 산책 및 조깅 (운동해야 코로나에 대한 면역력 높일 수 있으니까)과 반려견 산책 (동양인보다 개를 더 우선시한다는 인종차별 발언이 있을 정도로 개를 가족 일원으로 여기는 파리지앵들 같으니..라고.. 길거리 똥이나 좀 치우고 그런 말을 하던지.. 아이와 산책이란 조항은 없어도 반려견과의 산책은 굳이 조항에 넣을 정도로 개를 끔찍이 여기는 민족이다.)


신분증과 함께 작성한 확인증 없이 그냥 외출할 시,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10만 명의 경찰 및 군부대들 한테 걸려서 벌금 최소 38유로에서 최대 135유로를 내야 한다. 이런.. 집에 프린터기가 없는데? 종이에 수기 작성해도 된단다. 근데 모바일로 작성하는 건 안된단다. 역시 서류의 나라다. 프랑스는 문서화하는 것을 좋아한다. 병원, 행정 기관, 학교.. 어딜 가나 사무실에 종이 서류, 파일이 수북이 천장까지 쌓여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전자 결제는 딴 세상 이야기다. 왜 이런가 봤더니 역사가 깊은 나라이기에 기록 보존을 중요시하고 이것이 일상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베여있다. 모바일은 기록 보존으로 아직 쉽사리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 같다. 프랑스인들은 변화를 싫어한다. 기존 조상들이 했던 것을 우선으로 여기고 그대로 물려받기를 선호한다.


아무튼, 다시 코로나 사태로 돌아가서, 현재 프랑스는 사망자 수는 이미 한국을 앞섰고 어제부로 확진자 수도 앞섰다. 나는 매일 전 세계 확진자 데이터를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는데, 볼 때마다 올림픽 순위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흠, 여전히 중국이 단독 1위 구만.'  

‘어, 오늘은 프랑스가 한국을 제쳤네.'

'이태리가 무섭게 따라 올라오고 있구먼.’


전 세계 지구인들의 삶의 방식을 완전히 뒤바꿔놓은 코로나 바이러스! 나는 궁금해서 진원지라는 우한 화난 시장을 찾아봤다. 내가 중국이란 나라에 처음 갔을 때가 대학교 1학년 여름 방학인데, 그 중 우한이란 도시가 바로 내가 중국 땅을 처음 밟았던 곳이다. 그 당시에 화난에 갔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내 기억 속의 우한은 첫째, 완전 깡 시골이다. (지금은 많이 발전했다고 들었다.) 둘째, 너무 지저분하다.. 였다. 참! 우한에서 난생 처음으로 장염에 걸렸다! 글을 쓰다보니 떠올랐다! 그때 배가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병원 시설이 엄청나게 열악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화난 시장, 글자 그대로 화난 세계인들! (아재 개그...)

박쥐 배만 갈라서 꼬챙이 꽂은 그대로 시장에 내다 팔고 있는 박쥐.. 순간의 고통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는 박쥐의 찡그린 얼굴이 아직도 내 뇌리에 박혀있다. 인간이 이렇게나 잔인하다. 동굴에 살게 내버려 두지 왜 그것을 채집해서 또 배를 갈라서 손질도 안 한 채 그대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들은 어떤 멘탈을 가졌을까... 박쥐 모습만 보면 이 코로나 사태는 인간이 동물의 영역을 심하게 침범하고 훼손한 결과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자연이 함께 공생하며 살아가야 하는데, 함부로 죽이고, 먹고...


목요일 밤 저녁 8시가 되자 밖에서 말 타는 소리 같기도 하고, 폭죽 터트리는 소리 같기도 하고.. 시끄러운 소리가 들린다. '진짜 전쟁이라도 났나?' 집집마다 사람들이 각자 발코니에 나와서 박수를 치는 소리였다! 종일 집에만 있다 보니 답답하기도 하고 사람들과 교류하고 싶은 마음과 함께 다들 이럴 때일수록 함께 힘을 내자는 응원의 박수소리였다. 심지어 북을 치거나 집안 가재 도구로 소리를 내는 사람들도 있었다. 서로 모르는 사람이지만 5분 정도 함께 응원의 박수를 치고 나니 이 동네가, 파리가, 프랑스가, 전 세계가 하나가 된 느낌이 들었다.


내일 저녁 8시도 기다려진다. 저녁 8시 박수를 치기 위해, 사람들을 이렇게라도 만나기 위해서라도 하루를 또 집에서 보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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