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끌리마따시옹 공원(Jardin d'acclimatation)이 없었다면 기나긴 2주 방학을 어떻게 보냈을까...
10월 25일부터 11월7일까지 뚜상(Toussaint)방학이다. 집 근처에 아끌라마따시옹 공원이 있는데, 걸어서 10분 정도밖에 안 걸린다. 공원 입장료는 1인 6.5유로, 루이뷔통 재단 입장권(18세 이하 5유로, 성인 16유로)이 있으면 공원 입장은 무료다. 나는 연간회원권(300유로)을 소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 공원에 일 년 간 수시로 드나들 수 있다. 긴 방학 기간 동안 이곳 공원에 자주 와서 아이와 함께 놀며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로 인해 1년 넘게 문을 닫았다가 최근 문을 연 아끌리마따시옹 공원.
이 동네에 작년 11월에 이사 왔으니, 공원을 이용한 적이 없었다. 드디어 공원이 문을 열었고, 나같이 어린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이런 큰 공원이 매우 요긴하고 중요하다. 아이를 데리고 차를 타고 어디 나가기도 힘들고, 특히 코로나 시국에는 더욱 힘이 든다. 아이와 집 근처 공원에 갈 수 밖에 없는데, 이렇게 규모가 크고 내부가 잘 되어 있는 공원이 집 가까이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자 행운이다.
총면적 19헥타르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파리 서쪽 볼로뉴 숲 안에 자리 잡은 놀이 공원이다. 이 공원은 나폴레옹 3세와 외제니 황후에 의해 1860년 10월 6일에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44개로 구성된 놀이기구, 놀이터, 가축 농장, 6군데의 스낵 부스, 6군데 식당, 각종 아뜰리에 수업 등이 구비되어 있다. 한국으로 치면 에버랜드를 떠올릴 수 있겠다.
몇일 전 신랑 생일이었다. 주말을 이용해 식사를 하러 가기로 했다. 이전에는 코로나로 인해 식당에 가는 것이 조심스러웠지만, 이제 프랑스는 거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파리에 있는 식당에 가려면 차를 타고 나가야 하니 그냥 편하게 동네 식당에 가기로 했다. 아이가 있을 때는 집 근처가 편하고 좋다.
아끌리마따시옹 공원 안에는 식당도 여러 개 있다. 놀이 공원이기 때문에 평일 주말 사람들이 매우 많이 찾으며, 많은 인파들을 위해 식당도 여러 개 설치되어 있다.
이태리 뷔페로 정했다. 한국에서 뷔페를 많이 가보았지만, 이태리 뷔페는 생소하다. 정말이지 음식이 모두 이태리 요리다. 각종 파스타, 리조토, 이태리 스타일 돼지 고리 요리, 닭고기 요리, 소고기 요리, 이태리산 소세지와 치즈, 피자, 티라미수 등등...
한국에서 급격히 찐 살이 아직도 그대로인 나는 늘 다이어트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오늘 만큼은 많이 먹기로 했다.(오늘이 아니라 매일 많이 먹고 있지만...) 역시 음식은 소금간이 들어가야 맛있는 법. 짭조름한 크림 리조토를 한 입 먹는 순간, '그래, 이 맛이야!'가 팡팡 터져 나왔다.
평소 집밥을 할 때는 소금 간을 거의 하지 않는 편이다. 식재료 본연의 맛을 느끼려고 하고, 건강을 위해 저염식을 선호하기 때문에 오랜만에 맛보는 짠맛이 이렇게 반갑고 맛있을 수가 없다. 파스타도 종류별로 양껏 먹었다. 감자튀김도 너무 맛있다. 신랑과 아이도 만족스러워했다. 평소 와인 외에는 술을 잘 즐기지 않는 나는 이날 맥주도 마셨다.
식당 안을 둘러보니 대부분이 가족 단위 그룹이며 각 테이블마다 아이들이 2~3명씩 있었다. 심지어 갓난아기도 있었다. 모두 방학 마지막 주말을 이용해 이곳 놀이 공원을 찾은 것 같았다. 다들 손목에 뭘 차고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원데이 패스 팔찌 같았다. 하루 동안 놀이기구 무제한 탑승 가능한 티켓이다.
오랜만에 먹은 뷔페로 인해 배가 가득해졌고, 소화도 시킬 겸 공원 안을 걸었다. 내가 일전에 아이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아빠 생일에 놀이기구 태워줄게. 아이는 그 말을 그대로 기억하고 있었다.
"엄마, 며칠 전 아빠 생일이었잖아. 놀이 기구 태워준다고 했잖아."
"아! 그걸 기억하고 있었어?"
"기억해야지 그럼"
"그래, 타자! 엄마는 약속했으면 지키는 사람이니까"
평소에는 놀이 기구를 태워주지 않는다.놀이기구 1개당 3.5유로~7유로다. 공원 안에는 굳이 돈을 쓰지 않고도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곳이 많다. 놀이터가 곳곳에 잘 구비되어 있다. 염소, 닭, 공작, 토끼 등 동물에게 직접 먹이를 주는 곳도 있고, 무료로 즐길 거리가 많다. 놀이기구를 한 개 두 개 타다 보면, 여기 올때마다 "오늘 한 번만~"을 할 것 같아서 처음부터 규칙을 정했다. '평소에는 탈 수 없다. 특별한 날에만 1개 탄다.' 아이는 그것을 잘 따라주었다. 그리고 이번 특별한 날을 맞아 아이는 이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았다.
아이는 수많은 놀이기구 중 배를 선택했다. 탑승 전 기다리는 동안 설렘 가득했다. 높은 곳에서 아래로 쓩~하고 내려올 때 놀람 반 재미 반으로 깔깔 대며 웃었다. 물이 튀는 것도 재밌고, 하하하 크게 웃었다. 보고 있는 나도 덩달아 미소 가득해졌다.
집에서 걸어서 10분도 안 되는 거리에 자연 놀이 공원과 좋은 식당이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피곤한데 집에 돌아갈 생각에 더 피곤해지는 그런 일은 없다.
"엄마~ 다음 특별한 날은 또 언제야?"
"그건 바로 너의 생일! 그땐 특별히 2개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