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이 없는 작품 감상…프랑스의 키즈 미술 아틀리에

by 모니카

프랑스 파리는 도시 자체가 박물관이라고 할 정도로 크고 작은 미술관과 박물관이 많다.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퐁피두 현대 미술관, 루이비통 재단 등 많은 미술관에서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미술 아틀리에를 함께 운영하고 있어서 미술관을 방문하면 큐레이터의 설명을 귀담아듣는 아이들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최근 필자는 파리 서쪽에 위치한 볼로뉴 숲(Bois de Boulogne) 안에 있는 루이비통 재단(Fondation Louis Vuitton)의 키즈 미술 아틀리에를 아이와 함께 찾았다.


2014년 10월에 개관한 루이비통 재단은 미국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지었고, 모엣 헤네시 루이비통(LVMH)이 소유하는 미술관이자 문화센터이다. 12개의 반투명 유리로 지어진 거대한 돛단배 형상의 건축물 바닥에는 물이 흐르고 있어서 실제 물 위에 뜬 범선이 움직이는 듯한 착시를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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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 재단(Fondation Louis Vuitton) 전경 ⓒ모니카 박


루이비통 재단은 지난달 22일부터 내년 2월 22일까지 '모로조프 컬렉션 – 현대 미술의 아이콘(La Collection Morozov – Icônes de l’art moderne)' 전시회를 열고 있다.


갤러리 모든 층에서 전시되는 대규모 모로조프 전은 팬데믹으로 인해 미술관이 문을 닫은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전시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서 러시아인 모로조프 형제가 수집한 200점 이상의 러시아와 프랑스 현대 미술 컬렉션(마티스, 피카소, 고갱, 반 고흐, 드가, 모네, 르누아르, 세잔 등)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이번 미술 작품들이 러시아 국경 밖으로 나온 것은 처음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키즈 미술 아틀리에는 보통 현재 전시 중인 작품과 연계해서 진행된다. ‘가족과 함께하는(En Famille)’ 키즈 미술 아틀리에는 매주 토요일, 일요일과 방학 동안에 2가지 주제로 진행된다.


첫 번째 키즈 아틀리에는 만 3세에서 만 5세 아동을 대상으로 1시간 정도 진행된다. '릴리(Lily)'라는 개미를 5개의 작품 속에 등장시켜 릴리가 나무, 호수, 산, 바다, 마을 등으로 여행을 떠나며 작품을 감상하는 방식이다. 여행하면서 만난 자연 구석구석을 이야기하는 릴리를 통해 아이와 부모는 그림 속으로 함께 탐험을 떠나며 현대 미술을 쉽고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오감을 활용한 작품 감상법이 특이하다. 큐레이터는 탬버린, 향 부채, 동요 등 각종 소도구를 활용해 작품을 설명한다.


예를 들어, 반 고흐의 '생트 마리 드 라 메르의 바다 풍경(La Mer aux Saintes-Maries)' 작품 설명 중에 실제 파도 소리를 악기로 들려주는 식이다. 그림을 보면서 실제 거친 파도가 밀려오는 듯한 느낌이 든다.


클로드 모네의 '몽쥬홍 정원 코너(Coin de Jardin à Montgeron)' 작품에서는 향이 나는 부채를 꺼내 그림의 실제 꽃향기가 코끝에 전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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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의 '생트 마리 드 라 메르의 바다 풍경(La Mer aux Saintes-Maries)' 작품 설명을 듣고 있는 아이들 ⓒ모니카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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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모네의 '몽쥬홍 정원 코너(Coin de Jardin à Montgeron)' 작품 설명을 듣고 있는 아이들 ⓒ모니카 박



두 번째 키즈 아틀리에는 만 6세에서 10세 아동을 대상으로 약 2시간 반 동안 진행된다. 우선 전시 중인 작품 5~6점 앞에 동그랗게 둘러앉아 큐레이터의 설명을 듣는다.


큐레이터 끌로에(Chloé) 씨는 폴 세잔의 '생트 빅투아르 산(La Montagne Sainte-Victoire)' 그림을 가리키며 그림 속에 무엇이 보이는지 아이들에게 질문했다. 9명의 아이는 그림 속에서 발견한 것들을 자유롭게 말했다. 여기에 정답은 없다. 자신이 본 대로 느낀 대로 말하면 된다.


필자의 아이는 산이 고래로 보였는지, 고래가 보인다고 답했다. 그래도 괜찮다.


폴 세잔은 프랑스 액상 프로방스에 거주하며 수십 점이 넘는 ‘생트 빅투아르 산’ 연작을 남겼는데, 큐레이터는 이 그림들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아이들에게 자유롭게 말해보라고 했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보고 느낀 대로 왼쪽 그림은 산이 작고 하늘이 크며, 오른쪽 그림은 산이 크고 하늘이 작다고 말했다.


클로에 씨는 아이들의 말을 다 들은 후에 화가가 같은 산을 어떻게 다르게 표현했는지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서 쉽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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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세잔의 '생트 빅투아르 산(La Montagne Sainte-Victoire)' ⓒ모니카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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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세잔의 ‘발크로스 길에서 본 생트 빅투아르 산(La Montagne Sainte-Victoire vue du chemin de Valcros)’ ⓒ모니카 박


40분 정도 작품 감상 후, 아이들은 따로 테이블 위에 마련된 다양한 색상의 고무찰흙을 갖고 그림을 고무찰흙으로 표현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만 6살 캐틀린(Caitlyn)은 자신이 본 그림이 실제 고무찰흙으로 표현되니 재미있고 신기하다고 했다. 파리 근교에 거주하고 있다는 러시아 국적의 자매도 참여했는데, 부모는 모로조프 형제의 전시가 루이비통 재단에서 열리는 소식을 듣고 특별히 방학 기간을 이용해 찾아왔다.


각 프로그램별로 아동 7~9유로(한화 약 9천 6백 원~1만 2천 원), 성인 16~18유로(한화 약 2만 2천 원~2만 5천 원)이며, 루이비통 재단 가족 연간회원권(Pass Famille)을 소지하면 일 년 동안 모든 전시와 키즈 미술 아틀리에를 성인 2명, 아이 4명까지 무료로 입장할 수 있고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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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한 그림을 고무찰흙으로 표현해 보는 아이들 ⓒ모니카 박


프랑스는 10월 25일부터 11월 7일까지 2주 동안 방학이다. 방학 동안 아이들은 조부모 댁을 방문하거나, 여행을 가거나, 시립 방학 학교에 다니기도 한다. 루이비통 재단에서는 방학 기간 동안 키즈 미술 아틀리에 프로그램에 더해 미술 프로그램을 하나 더 만들어 방학 동안 매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연주회장으로 쓰이는 오디토리움(Auditorium)을 모두 비우고 방학 동안 그곳에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아이들이 그린 그림은 한쪽 벽면에 설치된 간이 액자에 바로 붙여서 함께 볼 수 있게 한다. 2~3명의 큐레이터가 아이들 곁에서 도와준다.


예술 관련 서적도 자유롭게 읽을 수 있다.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아이들을 위해 미술 작품을 게임으로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디지털 공간도 마련돼 있다.


이날 두 자녀와 함께 참여한 오드리(Audrey) 씨는 “올해 9월부터 모든 미술관과 박물관이 문을 열어서 방학 동안 아이들과 함께 미술관을 다니고 있어요. 방학 내내 이런 전시회도 보고,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라고 말했다.


필자도 집과 가까운 루이비통 재단 키즈 미술 아틀리에 덕분에 2주라는 긴 방학을 아이와 함께 재미있고 유익하게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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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2주 방학 기간 동안 오디토리움에서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을 수 있다. ⓒ모니카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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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완성한 그림을 한쪽 벽면에 바로 붙여봄으로써 성취감을 맛볼 수 있다. ⓒ모니카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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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작품과 관련된 게임도 마련돼 있다. ⓒ모니카 박


방학 동안 곳곳에 있는 미술관에 드나들며 그림을 직접 보고 느낌을 자유롭게 말하고 이를 고무찰흙으로 표현해 보기도 하며, 자신이 그린 그림이 미술관 벽면에 실제로 걸리는 경험은 자라나는 아이들의 감수성을 풍부하게 하고 창의력을 계발하며 성취감을 맛보는데 좋은 밑바탕이 된다.


프랑스 예술 문화의 저력은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학교뿐 아니라 국립 및 사립 미술관과 박물관의 다채로운 예술 문화 프로그램을 쉽게 접하고 경험할 수 있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BS 글로벌 뉴스에 게재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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