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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Nov 30. 2021

프랑스 학교에 보내길 잘했어

서평

책의 저자인 선량 작가님을 알게 된 것은 작년이다. 2020년 3월부터 락다운이 되면서 집에만 있다 보니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와중에 선량님의 책 <당신도 골방에서 혼자 쓰나요?>라는 책을 읽었다. 책 제목이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나도 집구석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혼자 글을 쓰고 있었으니... 이 책을 계기로 브런치 및 인스타 팔로우도 하며 서로 알게 되었다. 올 여름, 책 <다정한 매일매일>을 매일 한 챕터씩 천천히 읽고 단상을 나누는 슬로우리딩도 함께 했다. 


<프랑스 학교에 보내길 잘했어>는 읽어야지 생각은 늘 했지만, 이런저런 여러 가지 일도 있었고, 리디 셀렉트에 쌓아둔 책부터 먼저 읽느라... 시간이 흘러 이제야 읽게 되었다. 나도 프랑스 유치원에 아이를 보내고 있기 때문에 프랑스 학교 이야기는 더욱 피부로 와닿았다. 작가님의 두 아이가 해외에서 학교에 적응하는 과정, 학교 생활, 남매의 성장 이야기, 가족 이야기 등 재미있게 술술 읽혔다. 해외 살이라는 공통점으로 인해 공감 가는 내용도 많았다. 육아 철학 및 육아법도 비슷한 점이 많았다. 


에펠탑으로 기어가는 달팽이가 프랑스와 딱이다. 


219페이지의 '프랑스 아이들은 배려심이 많다고? 아이들은 그저 아이들일 뿐'에서 언급된 방송 또는 책에 나온 프랑스 아이들과 실제 프랑스 아이들이 다르다는 부분에서 속이 시원했다. 나 또한 이곳에서 4년 넘게 살면서 이 부분에 대해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프랑스 육아의 열풍을 일으키게 한 책인 <프랑스 아이처럼>에는 프랑스 아이들은 식당에서 조용히 밥을 먹고, 규율을 잘 지키는 등 프랑스 아이들은 마치 우리와 동떨어진 환상 속의 아이들처럼 적어놓았다. 하지만 현실을 그렇지 않았다. 길거리에서 떼쓰고, 울부짖고, 바닥에 드러눕고, 보모 및 부모를 때리고, 식당에서 소리치고... 프랑스 아이들이라고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프랑스 교육 시스템은 한국에 비해서는 경쟁이 덜하고, 자유롭고, 아이들 개성을 존중하는 편이다. 이것은 단순히 한국과 프랑스 교육 환경을 탓하기보다는 국가 전반의 사회 구조 시스템 및 가치관 등 여러 가지가 얽혀있기 때문에 문제 원인을 파고들자면 다양한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는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직업을 갖는 것이 꼭 인생의 성공이라고 보지 않는 삶의 가치관 및 사회적 구조도 한몫한다. 한국과 비교해 볼 때, 다양한 직업군에 대해 개방적이고, 차별이 적은 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공부 공부하기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는 것을 우선하며, 삶과 일의 균형을 지키는 것도 중요시한다. 


학부모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는데, 부모의 육아 및 교육관이 좋은 대학, 좋은 직업에만 있지 않으면, 프랑스 학교는 괜찮은 선택이다. 현재 프랑스는 평등 교육을 강조하는 바람에 학생들의 학력 저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교육열이 비교적 높은 한국 엄마들 중에서는 자녀들을 프랑스에서 계속 교육시킬지, 한국에 돌아가서 교육을 시켜야 할지... 고민할 정도로 프랑스 공교육에 대해 불신과 우려를 가진 부모들도 더러 있다. 나는 선량 작가님과 비슷한 육아 및 교육관을 가지고 있는 편이라 현재 만 5살 아이를 자유롭게 내버려 두고 있다. 한국은 6살이면 한글 공부도 하고, 학원도 다닌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 여기서 사교육은 따로 시키지 않고, 한글 공부도 하지 않으며, 그냥 놀리고 있다. 이때라도 많이 놀아야지 하는 마음에... 


네팔, 방글라데시, 인도 등 다양한 국가에서 두 자녀를 혼자 키운 선량님이 참 고생 많으셨겠단 생각이 들었다.  해외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생각보다 많은 난관에 부딪힌다. 지금이야 웃으면서 지난날을 회상하며 책으로 쓰셨지만, 1~2살 아기를 안고 해외에서 혼자 키우면서 얼마나 숱한 어려움들이 있었겠는가... 정말 고생 많으셨다고 말하고 싶다. 그 힘든 시간들을 지혜롭게 잘 헤쳐오셨고, 기질이 다른 두 자녀를 다그치지 않고, 믿고, 기다려주며 잘 키우셨기 때문에 지금의 어엿하고 멋진 지안, 소은이로 성장할 수 있었다. 동시에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하나둘씩 결과물도 만들어내고 계신다. 


책에서 저개발 국가에 살다 보니 힘든 점도 있고, 가족 등 주변에서 걱정도 많았지만, 그래도 한국인에 대해 호의적인 편이어서 좋았다고 언급했다. 나는 그것이 어떤 것인지 조금 알 것 같았다. 지난 프랑스 살이가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나는 중국 대륙 및 홍콩에서 살아본 적이 있는데, 대게 사람들의 반응이 프랑스 파리에서 산다고 하면 부러워한다. 중국에서 살았을 때는 힘들었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반대다. 중국, 홍콩에서는 일단 인종차별이 없었다. 길거리 다니면 내가 한국인인지 중국인 인지도 모른다. 한국인에 대해 호의적이다. 같은 아시아권으로 음식도 거부감이 없다. 오히려 더 맛있다. 한국인도 많아서 외롭지도 않다. 말도 통했다. 하지만 파리에서는 인종차별을 많이 경험했다. 일상 속에서 크고 작은 인종차별이 잦다. 말도 안 통하고, 파리지앵들은 자국어를 못하는 외국인에 친절하지 않다. 만 1살 아기를 데리고 와서 온갖 시행착오와 말 못 할 수난을 겪었던 시절들이 떠올랐다. 물론 프랑스 살면 좋은 점도 많다. 주변 유럽 국가 여행도 쉽게 다닐 수 있고(코로나 전에...), 미술관 및 박물관을 비롯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다. 각 나라마다 장단점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단점은 감수하고, 극복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장점을 최대한 누리는 것이 해외살이의 지혜일 것이다.  


선량 님은 현재 밀라노에 거주하신다. 해외에서 이미 오랫동안 살았고, 어린 아기들도 혼자 키우셨기 때문에 밀라노에서도 잘 적응하며 난관을 지혜롭게 잘 헤쳐가실 것이다. 밀라노에서도 두 아이들은 프랑스 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한다. 지안이와 소은이가 프랑스 학교 교육 과정을 잘 마무리해서 프랑스에 있는 대학에 다니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방글라데시, 인도, 밀라노에서 프랑스 학교에 다닌 두 아이가 프랑스 대학을 다니고 있으면 그 기분은 어떨까? 책에서 보고 배운 것들을 실제 두 눈으로 보고 겪고 느낀다니! 정말 좋을 것 같다! 


언젠가 선량님 가족이 파리에 놀러온다면 반갑게 만나고 싶다. 서로 이렇게 말하면서...  


"프랑스 학교에 보내길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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