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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Jan 04. 2022

개똥철학

개똥밭을 보며 생각해보는 프랑스인들의 사고방식


파리의 겨울 풍경의 대표적인 특징을 두 가지 말하라고 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 같다.

회색빛과 비...

파리의 겨울은 비가 많이 내린다. 한국은 여름에 장마가 있는데, 이곳은 겨울이 장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면 한 가지 따라오는 것은 길거리의 개똥도 비에 젖는다는 점... 요리조리 피하느라 정신없다. 자칫 방심했다가는 그 짜릿하고도 야릇하고도 쭈뼜하고도... 차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발바닥의 감각을 온전히 느끼게 된다. 오늘 아침에도 여기저기 똥밭이다. 더불어 달팽이와 지렁이도 질세라 합세한다. 도대체 어떻게 걸어가야 할지 모르겠다. 발끝으로 지그재그 걸어가는 것도 한계가 있지...

파리에 처음 도착해서 놀랬던 것 중 하나가 바로 길거리에 개똥이 마구 굴러다니는 것이다. 말 그대로 똥 덩어리가 여기저기 굴러다녔다. 나는 이곳이 주거지인지 관광지인지 알려주는 지표 중 하나가 바로 개똥이라고 생각한다. 파리 시내 관광지에는 개똥이 별로 없다. 대부분 관광객이기 때문이다. 주거지로 가면 개똥이 등장한다. 그래서 관광지 위주로 다니면서 짧게 여행하면, '파리에 개똥이 많다고 들었는데 별로 없던데?' 하며 의아해할 수 있다.


파리 16구에 살았을 , 길을 가다 똥을 밟지 않기 위해 요리조리 피해 가며 걸었다.   파리 서쪽 근교 뇌이쉬르센(Neuilly-sur-Seine)이라는 동네를 우연히 걷다가 ‘개똥을 치웁시다.’고 적힌 표지판을 보고,  동네는 뭔가  다르다고 느꼈다. 실제 다녀보니 개똥이 파리 16구에 비해 적다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는 파리 16구에서 뇌이쉬르센으로 이사했고, 개업빨이 아닌 빨로 새로운 동네에 대해 매우 높은 평가를 내리며 “여긴 길거리에 개똥이 없는 깨끗한 동네야!”라며 땅을 보지 않고 마음껏 풀풀 뛰어다녔다. 그러나 이곳도 역시 별반 다를  없는 프랑스인들이 살고 있는 프랑스 땅이라는 것을  달이  지나지도 않은 시점에 알게 되었다.

 

프랑스인들은 개를 많이 키운다. 스타티스타 연구소(Statista Research Department) 2021 자료에 따르면, 2020 기준 프랑스 애견수는  750 마리다. 4   734 마리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 프랑스 인구 절반 이상이 애완동물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으며, 그중 1/4 강아지를 키우고 있다고 답했다. 2017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프랑스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애완동물로 강아지가 뽑혔다. 한때 개고기 먹는 한국인을 비판하기도 했는데, 그만한 이유가 프랑스인들에게 개는 자식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좌) 그랑드 자트섬 공원에 중대형견이 많이 모였다. 개들은 잔디밭에서 뛰놀면서 자연스럽게 개 친구들을 만난다. (우) 볼로뉴 숲에도 개들이 많이 와서 뛰어 논다.

반려견이 아닌 반련인과 같은 존재인 프랑스 . 그런데 자식 같은 개가 똥을 길거리에  바가지 싸도 치울 생각을 안한다.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모퉁이도 아니고, 가장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한가운데 엄청난 양을 싸질러놔도 도통 치우지 않고 그냥 가버린다. 적은 양이면 이해를 해볼 수도 있다. 근데 이건 뭐 말똥 수준의 엄청난 양을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좁은 인도 정중앙에 싸놓았다. 동방예의지국에서  한국인으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는 상황이다. 일부러 사람들 골탕 먹이려고 이러는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들의 머릿속에는 과연 무엇이 들었길래 자신이 키우는 개의 엄청난 양의 분비물을 치우지 않는 것일까?

 

프랑스에서 살아가는 한인들은   문제에 대해 의아함을 가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한국은 길거리에 개똥이 굴러다니지 않으니까. 철저하게 비닐에 싸서 휴지통에 버리니까. 그럼 현지 프랑스인들은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그들도 한국인과 똑같이 “길거리에 개똥이 너무 많아요. 싫어요.”라고는 말한다. 하지만 말에 그칠 뿐이다. 어떤 대책이라던지, 행동 개선이 없다. 나는  궁금했다. 한국인들끼리 이에 관한 열띤 토론이 이뤄지기도 하지만 어떤 명확한 답을 찾을  없을  마침 어느   권에서 어렴풋이 답을 찾은 듯했다.

  

오헬리엉 작가의  <지극히 사적인 프랑스>라는 책에서 개똥을 치우는 행위가 마치 개의 수발을 드는, 시중드는 기분이 들어서 꺼린다고 적혀 있다.  문장을 읽고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프랑스인들은 자기 아이한테조차도 들지 않는 시중을 개한테 할리가 없다. 프랑스인들은 자기 자신을 중요하소중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그런 점을 고려해  , 개똥을 치운다는 것은 뭔가 자기 자신을 낮추고, 자세도  나오게 무릎을 구부리고, 비닐을 꺼내 자기 손에다 그것을 담는... 마치  수발을 드는 것은 모양새가 빠지는 행위라고 생각하는  같다.

하지만 민족 특성 또는 개인 가치관과는 별개 문제다. 공공질서  공익을 생각해야 하며, 준법정신에 위배되기도 한다. 똥을 치우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 한다는 프랑스 법이 엄연히 존재한다. 그러나  지켜지지 않는다. 경찰들이 이를 철저하게 단속하지 않는 탓도 한몫한다.


작년 여름, 온가족이 한국을 방문했는데  5 정도 한국에서 지냈다. 길을 가던 아이가 "엄마, 한국에는 길거리에 개똥이 없네. 신기하다."라고 말했다. 길거리에 개똥이 굴러다니는 것을 보고 자란 아이한테 길거리에 개똥이 없는게 오히려 어색하고 이상한 모양이다. 나도 덩달아 개똥도 없고, 비둘기도 없고,  부스러기도 없는 한국 길거리가 낯설느껴졌다.


개와 관련해서 한국과  다른 점은 애견샵을 거의 보지 못했다. 개들도 자연 상태 그대로다. 털을 깎거나 미용을  개를  적이 없다. 한국에  , 특히 강남 역삼동 일대에는 애견샵이 곳곳에 있었다. 애견 카페라고 해서 키즈 카페처럼 강아지들이 와서 함께 놀며 친구도 사귀기도 하고, 강아지 유치원 마냥 강아지들을 교육시키기도 하며, 덩달아 함께  주인들도 아이 부모 마냥 서로 정보 공유하며 친해지기도 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

 

이곳 프랑스는 워낙 동네 곳곳에 공원과 숲이 많이 있기 때문에 개를 잔디밭에 뛰놀게 한다. 개가 갑자기 호숫가에 첨벙 뛰어들기도 했다. 소형견보다는 중대형견이 많은 편이다. 깨끗한 개는 지금까지 살면서 거의  적이 없다. 목욕을 매일 하는  같지 않다.  오는 날에는 개털에 온통 진흙이 묻어있다. 나는 상상해본다. 3~4 아이보다   개가 잔디밭에서 뒹구르고, 똥을 싸고 그렇게 해서 집에 들어갔다.  개들은 집에 들어서자마자 무엇부터 할까? 바로 카펫으로 직진해서 뒹굴지않을까? 목욕은 매일 할까? 어디서 잘까?


자연스러운 것을 좋아하는 프랑스인답게 개도 참 자연스럽다. 인위적인 것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상태다. 프랑스인들은 육아에서도 인위적인 것보다는 자연스러운 성장을 추구하는 편이다. 몇 살 때 말을 할 줄 알아야 하고, 몇 개월에 걸어야 한다는 정해진 룰 없이 때가 되면 하겠지 하며 기다리는 편이듯, 개도 잔디밭에 풀어놓고, 호숫가에 들어가기도 한다.

 

에두아르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이라는 그림처럼 프랑스인들은 풀밭 위에 앉아서 햇볕을 쬐거나, 책을 읽거나,  때리거나, 샌드위치를 먹기도 한다. 이때 풀밭 위에 개똥을 만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냥 털썩 주저 앉으면 안된다.  풀밭을  살펴보고 앉아야 한다.  


오늘 아침 아이 등굣길에 개똥이 하도 많아서 그동안 수많은 와 개똥을 보면서 느꼈던 점들이 떠올랐다. 프랑스인들의  사랑은 지극하다. 그들에게 개는, 강아지는 가족이자 자식이다. 하지만 프랑스인들의 육아법이 한국과 비교했을  다소 자연스럽고, 인위적인 것을 추구하지 않으며,  내버려 두는 편이듯... 그들에게 자식과도 같은 존재인 개도 자연스럽게 놔두고, 털을 깎이지 않고, 자유롭게 키운다. (광견병 주사는 접종시키는지 모르겠다. 동물 병원을  적이 많지 않다...)


인간이든 개든 자연스럽게 키우는 것은 좋다. 그러나 인간적으로 자기 자식() 똥은  치우고 살았으면 좋겠다.


* 글에 관련 사진이 들어가면 글의 효과가 극대화되지만 차마 개똥 사진은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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