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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Jan 06. 2022

오늘은 322,894명입니다

확진자수는 또다시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1월 5일(현지 시각) 기준, 미국은 신규 일일 확진자 수가 100만 명이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엄청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첫 100만 명 돌파라는 사상 최대 신규 기록이다.


그렇다면 프랑스는 어떨까? 프랑스는 1월 4일(현지 시각) 기준, 일일 확진자수가 264,184명으로 집계됐다. 1월 5일(현지 시각)에는 322,894명으로 집계됐다. 엄청난 숫자다. 1월 5일 자 뉴스에서는 프랑스에서 돌연변이 46개 코로나19 새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새 변이는 프랑스 남부지역에서 발견돼 확산 중이라고 한다. 프랑스 마르세유 IHU 지중해 감염연구센터는 이 변이의 이름을 B.1.640.2로 지었다. 아프리카 카메룬 여행자가 먼저 퍼트려서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에서 12명에게 전파된 것으로 알려졌다.


12월 크리스마스 방학 2주를 보낸 아이들은 일제히 1월 3일 월요일 학교에 등교했다. 프랑스인들은 크리스마스 기간 온 가족이 모여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시간을 함께 보낸다. 파리에 사는 사람들은 부모님이 계신 지방으로 내려간다. 한국의 설 명절과 유사한 풍경이다. 설 명절 귀경길에 고속도로가 막히듯, 이곳 프랑스 파리도 일제히 각자의 고향으로 향한다.


아침 등굣길에 만난 아이 반 학부모 S네는 시댁 앙쥬에서 연휴를 보냈다고 했다. J네도 자신의 고향인 알자스에 갔단다. 매년 크리스마스 방학마다 스위스에 스키를 타러 가는 Y네는 올 겨울에도 어김없이 스키를 즐기러 스위스에 갔단다. 나보고 휴가 어떻게 보냈냐고 묻길래 "우리는 이곳에 있으면서 파리 시내 구경하며 조용히 보냈어요. 조심해야 할 때라서요."라고 하니까, "아... 우리도 늘 조심하고는 있어요."라며 스위스에 여행 갔지만 조심하고 있다고 은근하게 덧붙였다.


11월 말부터 파리 곳곳에 열린 크리스마스 마켓에도 사람들이 북적댔다. 라데팡스 크리스마스 마켓을 갔었는데, 그때 속으로 예상했다. '크리스마스 연휴가 지나고 나면, 확진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겠군...' 프랑스 사람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는 있겠지만, 정부 권고를 잘 지키지는 않는다. 정부가 '이렇게 하세요. 사회적 거리를 두세요. 모임을 줄이세요.'라고 해도 콧방귀를 뀐다. 크리스마스이브에 나는 잠을 설쳤다. 조금 과장해서 바로 옆방에서 파티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의 시끄러운 음악 소리와 함성이 새벽 내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크리스마스를 축하하기 위해 그런다지만 새벽 3시 정도 30분 넘게(1시간 정도 됐으려나...) 비명을 지르는 것은 아니지 않나... 이곳은 주거 단지에 어린아이들을 둔 가족들이 많이 사는 동네인데,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이 살고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외부 마스크 착용을 다시 의무화했다. 하지만 길거리를 다녀보면, 마스크를 착용하는 사람은 절반 정도다. 그나마 반 정도가 착용하고 있다는 것이 놀랍고 감사할 따름이다. 작년 여름, 한국에 방문했는데 한국인들은 정부 지침을 비교적 잘 따르고(속으로는 툴툴댈지라도...), 확진자 증가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서로 조심하고, 코로나 관련 문자 메시지도 매일 핸드폰으로 받는 것을 경험했다(매우 신기한 경험이었다). 프랑스였다면 매일 아침 확진자수와 정부 권고 문자가 알람으로 뜨는 것에 반발했을 것이다(데모의 나라답게 데모를 했을 것 같다). 반면, 프랑스는 확진자 수가 올라가도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경향이 있다.


프랑스는 어릴 때부터 운동을 많이 시키는 편인데, 그중에서 많이 하는 운동  하나가 수영이다. 아이 친구들이 어떤 스포츠를 하는지 물어보면 주로 수영이 많았다. 테니스와 유도도 많은 편이다. 루브르 박물관 근처에서 개인 헤어숍을 오랫동안 운영하고 있는 S. 그녀는 네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막내딸이 우리 집 아이와 같은 반. S의 둘째인 중학생 아들은 각종 수영 대회에서 1등을 휩쓸었다며  받은 사진을 내게 보여주며,  아들 자랑이 넘친다. 그녀는 샵을 닫는 월요일엔 어김없이 수영을 하러 간다. 막내 J 매주 토요일마다 수영을 배운다. 여름휴가 때 니스에서  가족이 수영하는 사진을 보여주며, "수영은  해야 해요. 멋진 바다에서 수영하는 것만큼 즐거운 일도 없죠. 최고의 여름 바캉스를 보낼  있어요."라고 말했다. 아이 친구 C, L주말마다 동네 스포츠센터에 수영을 하러 간단다.


추운 겨울에도 아이들이 수영을 즐기는구나... 이곳 문화구나 싶었다. 한편으로  엄중한 시기에 다 같이 사용하는 공공 수영장에 들어가는 것이 내게는 조금 와닿지 않았다. 나도 수영을 좋아하고, 어릴 적부터 오랫동안 수영을 배워서 여러모로 좋았던 추억들이 있다. 생존 스킬을 배우기 위해서라도 아이에게 수영을 배우게  생각은 있다. 다만 지금은 적절한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청결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은 프랑스인들이 수영장에 들어가기 전에 샤워를 잘하는지도 모르겠다. 하물며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다. 수영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침이 물에 들어가기 쉽다. 아이들은 더더욱 그렇다. 나는 한국에서 수영장에 다녀오면 종종 눈병이 나곤 했다. 아무리 수영을 권해도 나는 코로나가 끝나기 전까지는(언제가 될까...) 수영장에 아이를 보내는 것이 조금 불안하다. 작년 12 , 너도 나도 수영장에 다닌다고  , 이미 나는 프랑스에서 코로나 확산세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같다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크리스마스 방학이 끝나고, 아침 등굣길에 초등학생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전에 없던 풍경이다. 아직까지 유치원생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다. 한국 엄마들은 불안하다. 프랑스 엄마들도 불안할 것이라고 믿는다. 공교롭게도 아이가 등교한 월요일부터 목이 칼칼하더니, 엊그제는 컨디션이 안 좋아서 자기 전에 감기약을 먹었다. 이틀 동안 감기약을 꼬박 챙겨 먹으며 몸을 사리고 있다. 오늘 아침에 만난 Y는 초등학생 첫째 딸 반에 확진자 1명이 나와서 전원 테스트를 받게 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집에 있으라고 해서 지금 딸이 집에 있다면 한숨이다. 딸이 부디 음성이길 기도한다. 학교에서 한 명의 확진자가 생기면 반 아이들 전체가 학교에 못 나오고, 대부분 일하는 프랑스 엄마들도 일을 하기가 어렵게 된다. 도미노 현상이다. 확산세를 빨리 잡아야 하는데, 새로운 변이는 프랑스 남부에서 어제 또 출현했다.


팬데믹의 끝은 어디일까... 이젠 마스크를 쓰는 것이 편안하고, 벗으면 불안함을 너머 부끄럽기까지 하다. 옷을 벗은 느낌이랄까... 마스크를 마음 편안하게 벗어던지고, 핑크, 오렌지, 레드, 코랄 등 형용색색의 립스틱을 마음껏 발라보는 날이 오기나 할까?

 

(좌) 엄마에게 줄 거라며 만든 귀여운 저금통 (우) 오늘은 유치원에서 실내 스포츠를 하려나보다. 아침부터 유치원 홀에 이미 마련되어 있는 운동 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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