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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Jan 08. 2022

확진자가 나왔으니 아이를 데려가세요

1월 7일 아침 10시 30분(현지 시각), 아이 유치원 학부모 단체 그룹 채팅방에 메세지 한개가 떴다. 유치원에서 온 이메일 사진이었다. 대충 읽어보고는 개인 메일함을 열었다. 프랑스 부모들 단체 톡방에는 문자가 올라오는 일이 많지 않다. 누가 질문을 해도 답변이 잘 없다. 한국 같으면 엄마들 챗방에 문자가 수시로 올라올텐데 프랑스는 한국과 정서가 조금 다르다. 


이메일을 열어보니, 아이 반에 확진자가 나와서 전원 지금 아이를 데리고 가서 테스트를 받으라는 내용이다. 메일이 도착한 시점이 9시 50분이다. 메일을 읽어보지 않으면, 이런 사정도 몰랐을테고, 아이를 데려가지 않고 그냥 있었을 수도 있다. 부모가 메일을 읽어야 이 상황을 알수있단 얘기다. 이런 급한 건을 메일 하나로? 


평소 조용한 단체 톡방에 한 엄마가 "이런 긴급 사항을 단 한번의 메일로 보내다니, 어이없군요. 전화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했다. 그 엄마는 평소 발언을 잘하는 유태인 엄마다. 아... 아이가 큰 사고가 나도 메일로만 보낼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도 단체 채팅방 메세지가 아니었으면 더 늦게 발견했을 수도 있다. 


학교로 향했다. 내가 도착한 시점에, 3분의 2정도의 아이가 남아있었다. 직장에 있는 부모들은 차를 타고 오고 있겠지... 그들을 생각하니 내 처지가 그나마 낮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은 심지어 해맑게 웃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웃다니... 설명을 하는데, 마치 휴가 보낸 이야기를 하는 것 마냥 웃으며 즐겁게 말한다.


약국에 줄이 길었다. 아이는 코를 찌른다는 생각에 두려운지 칭얼댔다. 건강보험카드가 신랑 밑으로 되어있어서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내 이름으로 해둘걸... 아이 코를 찔렀다. 생각보다 쉽사리 됐다. 핸드폰으로 결과를 알려준다는데 10분 후 나온다길래 현장에서 기다렸다. 


같은반 아이 V의 엄마랑 기다리면서 대화를 했다. 오다가다 마주쳤지만 이렇게 말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프랑스인들은 먼저 말을 잘 걸지 않는다. 한국이면 같은반 친구, 특히 친한 친구 부모라면 인사 하는데 여기는 그렇지 않다. 아이 친구지 내 친구는 아니다. 남한테 별로 관심이 없는 개인주의 성향도 한몫한다. 아무튼 V의 엄마는 남편과 같이 사업을 한단다. 집에서 일해서 비교적 괜찮다고... 이런 저런 수다를 조금 떨다가 결과가 나왔다.


음성이다. 다행이다. 단체 문자에는 대부분이 음성이라는 메세지가 올라왔다. 문자로 15분 후 결과를 알려준다고 해서 다들 집으로 돌아갔는데, 1시간이 지나도, 심지어 2시간이 지나도 안온다는 메세지가 많았다. 알고보니 시스템 먹통이란다. 역시 프랑스... 나는 그럴줄 알고 현장에서 기다렸다. 결과는 빨리 나오지만 그 결과를 알려주는 시스템에서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았다. 여긴 한국이 아니고 프랑스니까... 집에서 점심을 해먹이고, 오후에 증명서를 들고 다시 학교로 갔다. 음성 증명이 되면, 다시 오후에 학교에 갈 수 있다. 근데 일요일, 화요일 2번 더 자가 테스트를 해야 한다. 약국에서 해도 되고, 집에서 해도 된단다. 총 3번의 테스트를 완료해야 한다. 


내일 토요일에 L네와 미술 아뜰리에 함께 가기로 했다. 그녀는 딸만 3명인데 자녀 교육에 매우 관심이 높은 엄마다. 어린 딸 세 명 모두 따로 피아노와 댄스 등을 배우게 하고 있다. 일반적인 프랑스 부모보다는 교육열이 높은 그녀. 그래서인지 미술 아뜰리에 프로그램을 보고는 매우 좋아했다. 요리와 베이킹이 취미인 그녀는 내일 갈레뜨 데 루아(Galette de Rois)를 만들어오겠다고, 안에 페브(Fève)도 듬뿍 넣어서 가져오겠다며 룰루랄라했다. 갈레뜨 데 루아는 주현절을 기념하기 위해 매년 1월 6일에 먹는 빵으로 그 안에는 페브라는 작은 악세서리가 들어있다. 페브를 찾는 사람이 왕관을 쓴다. 


근데 하루 전날 이런 일이 일어나서 차마 혼잡한 미술관에 가기가 망설여졌다. 나는 그녀에게 다음으로 미루는 것이 어떻겠냐고 했다. 그녀는 계속 가고 싶은 눈치였다.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겨울 방학동안 스위스로 스키 타러간 그녀 가족들... 이들은 코로나가 30만 명 이상이던, 첫째 아이 반, 둘째 아이 반(둘째 딸이 우리집 아이와 같은 반이다)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와서 아이 코를 3번 찌르든... 하고 싶은 것을 하는 편이다. 나도 두 눈 꼭 감고, 그냥 갈까도 수십 번 고민했지만, 여전히 사람들이 많아 북적대는 미술관 땅바닥에 다같이 주저 앉아서 풀풀 날리는 먼지를 마스크 사이로 흡수할 것을 생각하니 차마 못갈 것 같았다. 나는 프랑스인이 아니니까... 한국인인이까... 내가 먼저 같이 가자고 해놓고 내가 취소해서 정말 미안했다. 2차, 3차 자가 테스트를 다 완료한 뒤에 가는게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했다. 만에 하나 양성이 나오면, 집에서 일주일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한다.


단체 채팅방에는 대부분이 음성이라는 메시지가 올라왔다. 다행이다. 30명 되는 아이들이 교실에서 빽빽하게  모여 있고, 서로 장난치며 노는데 전염이 안된것이 신기했다. 아이들은 잘 감염이 안되는 걸까? 나는 대부분 양성이겠다고 우려했는데 아니었다. 면역력이 좋은 걸까? 마스크도 전혀 안하고, 투명 칸막이도 없고, 대부분 우루루 몰려 다니며 뛰놀고, 손잡고, 가까이서 얘기하고, 손도 잘 안씻을텐데... 전염이 안된것이 신기했다. 


1월 7일 확진자수는 328,214명으로 집계됐다. 프랑스 남부에서 새로운 변이가 출현했고, 확산세는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엄중한 상황이다. 프랑스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다시 봉쇄령이 내려질까? 세상은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걸까? 2022년 시작부터 몸살 기운이다. 


(좌) 테스트를 받고 있는 아이. 생각보다 쉽게 끝났지만 안쓰럽다 (우) 빵집에서 판매중인 걀레뜨 데 루아. 구매하면 왕관도 함께 넣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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