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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Jan 08. 2022

1월 6일은 갈레뜨 데 루아 먹는 날

이번 갈레뜨 데 루아에는 어떤 페브가 들어있을까?

직역하면 왕의 갈레뜨라고 불리는 '갈레트 데 루아(Galette des Rois)'는 동방박사가 아기 예수를 방문한 것을 기념하는 기독교 축일인 주현절(Epiphany)을 기념하여 프랑스, 퀘벡, 아카디아, 스위스, 룩셈부르크, 벨기에 및 레바논 대부분의 지역에서 전통적으로 생산되고 소비되는 케이크이다. 국가에 따라 1월 6일 또는 1월 1일 이후 첫번째 일요일에 이것을 먹는다.  


2022년 1월 6일에 먹은 걀레뜨 데 루아. 물동을 어깨에 든 여인 모양의 페브가 나왔다.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에서 유래된 전통 요리라고 한다. 게일어로 납작한 케이크를 의미한다. 실제 모양이 납작하고 동그랗다. 사람 수에 따라 크기가 다르다. 겉은 페스츄리처럼 잘 부스러지고 바삭하며, 안에는 밀도가 매우 높다. 아몬드 가루와 버터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칼로리가 매우 높다. 한 입 무는 순간 칼로리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처음 파리에 왔을 때, 걀레뜨 데 루아 안에 있는 다양한 페브(Fève)를 모으고 싶어서 뭣모르고 여러 개 사먹었더니 금새 살이 통통하게 올랐다.

  

대게 1~2인분에는 페브가 없고,  4~5인분 크기부터 안에 페브가 들어있다. 케이크 안에 페브는 단 1개가 들어있다. 도자기로 된 작은 악세서리인데, 빵을 자르다가 이것을 먼저 발견하는 사람이 그날의 왕이 된다. 왕은 왕관을 쓴다. 그래서 빵집에서 걀레뜨 데 루아를 구매하면 꼭 종이 왕관을 함께 넣어준다. 


페브는 원래 콩을 뜻하는 단어다. 물에 불리기 전 딱딱한 콩(Fève)과 같은 모양이라고 해서 이렇게 불리게 됐다. 실제 크기도 d흰색콩과 비슷하고, 딱딱한 것도 닮았다. 빵을 먹을때 혹시 페브를 깨물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도자기로 만들었기 때문에 잘못 씹으면 내 소중한 이빨이 깨질수도 있다. 페브 모양은 빵집마다, 빵마다 모두 제각각이다. 인형, 케이크, 동물, 액자 등 천차만별이다. 페브를 모으는 사람들도 있다. 고급 브랜드 빵집에는 페브 모양에도 매우 신경을 쓴다. 페브를 위해 걀레뜨 데 루아를 사먹는 사람들도 있다. 


1월 6일에는 학교에서도 갈레뜨 데 루아를 먹는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아이 손에는 찾은 페브를 쥐고 있었다. 내게 보여주며, "엄마, 나는 늘 왕이야. 저번에도 왕이고, 이번에도 또 왕이야."라며 싱글벙글이다. 


1월 6일 저녁, 우리 가족은 갈레뜨 데 루아를 함께 먹었다. 프랑스에서 5번째 맞이하는 1월 6일의 걀레뜨 데 루아다. 아이가 늘 왕이 될 수 있도록 우리는 늘 이리저리 페브 위치를 미리 가늠해본다. 근데 이번에는 실패했다. 아무리 살펴봐도 보이지가 않았다. 실수로 제빵사가 페브를 안 넣었다고 생각했다. 이럴 경우, 다음날 빵집에 가서 페브가 없었다고 말하면 새것을 그냥 주기도 한다. 작년에 이런 일이 발생해서 찾아가서 설명했더니 그것도 큰 사이즈로 하나 공짜로 받았다. 


페브가 끝끝내 나오지 않자 아이는 실망한 표정이 역력하다. 나도 미안해졌다. 하필 이런것을 골랐을까... 근데 끝날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는 말처럼 마지막에 칼로 여기저기 찔러봤는데 어디선가 탁! 하는 소리가 났다. 가장자리 깊숙한 곳에 숨어 있었던 것이다. 가족이 이렇게 기뻐하는 환호는 오랜만이다. 아이는 약간 눈물을 보이며 좋아했다. 걀레뜨 데 루아를 여러 개 사먹으면 돈은 들지만, 일년에 한번 이렇게 다같이 페브 찾는 재미와 발견했을 때의 짜릿함, 왕관을 쓰고 다니는 순간 등은 아이에게 더없이 소중한 추억이 된다. 


 

(좌) 왕관을 쓴 아이 (중) 그동안 모은 페브들 (우) 전에 살던집 이웃집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걀레뜨 데 루아를 먹으며 함께 즐거웠던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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