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과 정신질환 증가
오늘 뉴스 기사 하나를 읽었다. 코로나로 인해 프랑스는 현재 집안에 감금(?)된 상황 속에서 역효과가 일어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그 역효과란 것은 바로 가정폭력. 밖에 나오지 못하고 집안에만 있다 보니 가정 내 불화가 있었던 집은 불화가 더 심각한 상황에 놓이게 되고 가정폭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크리스토프 카스타네 프랑스 내무장관은 지난 26일 현지 방송사인 프랑스 2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달 17~23일 전국적으로 가정폭력 건수가 32%, 파리에서는 36% 증가했다" 고 밝혔다. 결국 이동제한령 선포된 직후부터 가정폭력 사건이 급증한 셈이다. 카스타네 장관은 "코로나 19를 막기 위해 도입한 대책이 불행하게도 가정폭력 가해자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여건을 만들고 말았다"라고 설명했다. (머니투데이 기사 발췌)
프랑스 하면 여성 인권이 높은 나라일 것 같고, 민주주의, 남녀평등이란 단어가 매우 어울리는 국가로 보인다. 얼핏 보면 그렇다. 프랑스 공공기관이면 어디든 자유, 평등, 박애라는 세 단어를 볼 수 있다. 평등과 박애를 강조하는 이런 나라에서 어떻게 가정 폭력이 심각할까 의문스럽기까지 하다.
사실 나도 처음 파리에 도착했을 때는 길거리에서 자유롭게 담배 피우는 여성들이 많아서 정말 신자유주의, 신여성의 나라라고 생각하며 상경하여 신문물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지는 시골 소녀처럼 프랑스 여성들을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텔레비전에서 뉴스를 보고 있으면 장관들이 인터뷰하는 장면들이 종종 나오는데 여성 장관이 꽤나 많았다. 이렇게나 많나 싶을 정도로 여성 리더들이 많다. 기업에도 여성 직원들이 많고, 임원 성비를 봐도 한국에 비해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편이다. 그래서 나는 프랑스는 여성을 고위직에 많이 임명하는 능력 위주의 평등한 나라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세계 여성의 날에 거리 곳곳에서 여성 인권 시위가 일어났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가정폭력으로 수많은 여성들이 죽고 있다는 기사와 뉴스를 접하였다. 프랑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예전에 학원 선생님도 프랑스는 가정 폭력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나라라고 내게 말씀해주셨던 적이 있다. 설사 있어도 미약한 숫자에 불과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지금 코로나로 인해 많은 프랑스인들이 자기 집안에만 있다. 각 집안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제 각각의 스토리로 하루하루 채워질 것이다. 어떤 집은 아이가 3명 이상인데 좁은 집에 마구 뛰어다니고, 어지르고, 부모는 소리 지르고, 집안이 아수라장일 것이다. 어떤 집은 부부가 원래 이혼하네 마네 서로 으르렁거리는 사이였는데, 어쩔 수 없이 현재 한 공간에 있어야 하니 서로 각자의 방에 따로 떨어져 지내고, 화장실 갈 때 서로 마주치지 않으려고 거실 밖에서 나는 발소리에 귀를 기울여 인기척이 없을 때 볼일 보러 나올 것이다. 또 어떤 집은 부모 자식 간에 사이가 안 좋아서 자녀들은 자기 방안에만 있고, 밥도 그릇을 가져와 자기 책상에서 혼자 먹고 그릇만 밖에 내보낼 것이다. 물론 좋은 상황의 집도 있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가족 간에 더욱 대화가 많아지고, 웃음이 더욱 많아진 집도 있을 것이다.
부부 사이가 안 좋은 집은, 원래도 남편이 가정폭력을 일삼았던 경우라면, 지금 같은 상황에서 더욱 가정폭력은 악화될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현재 합법적으로 운영을 할 수 있는 약국과 마트 중, 약국이 가정폭력 신고기관 역할을 겸하도록 프랑스 약사 협의와 합의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 약국에는 신고 버튼이 설치되며, 피해자로부터 폭행 사실을 전달받은 약사는 이 버튼을 눌러 직접 수사기관에 연락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코로나로 인한 어처구니없는 역효과 상황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전 세계 곳곳에서는 힘든 상황이 한두 가지 아니다. 각 가정의 수입도 줄고, 전 세계적으로 경제가 침체되었으며, 사람들은 집안에만 있어서 우울해지거나 정신 질환을 일으키며, 엎친데 덮친 격으로 가정폭력까지 증가하고 있다. 지금 이 시각에도 세계 곳곳의 집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부디, 이 어려운 시기에 집안에서 모두 안녕하길 바라며,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는 존재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서로에게 상처 주거나 피해 주는 관계는 되지 않기를 바란다. 코로나 자체 만으로도 이미 너무 힘이 든데 이 코로나로 인한 부작용이 크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