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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Mar 02. 2022

세상에 하나뿐인 ‘나’라는 코스튬

한국은 삼일절, 프랑스는 뚱뚱한 화요일

어제는 3월 1일, 한국은 삼일절 기념일이다. 프랑스도 2022년 3월 1일은 기념일이었다. 삼일절은 아니고, 마흐디 그하(Mardi Gras)라는 기념일이었다.


기독교 축제인 주현절 전후에 시작하여 참회의 화요일로 알려진 재의 수요일 전날에 끝나는 카니발 축하 행사를 뜻한다. 마흐디 그하(Mardi Gras)는 살찐/뚱뚱한 화요일이라는 프랑스어로, 사순절 기간의 제사 의식과 금식 전에 풍부하고 기름진 음식을 먹는 마지막 밤의 관행을 일컫는데서 유래했다.


<카톨릭계 유럽 사회에서 시작된 1년에 한 번 있는 민중적 축제, 사육제라고 번역되는 이 카니발의 기원은 현세를 지배하는 사회기구로부터 해방과 농신 사투르누스의 황금시대에 대한 회귀를 실현하는 로마시대의 농신제 사투르날리아와 같은 서그리스도교 문화의 농경의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계절 순환과 신화를 풍요 의례로서 제식화한 사투르날리아의 정신은 중세 및 르네상스의 유럽 민중문화에서 계승되고, 부활절의 40일 전부터 광야에서 수행한 그리스도를 연모해서 주로 수육을 끊고 참회하는 사순절이 시작되는데, 그에 앞선 3~7일간, 포식과 웃음의 축제로서 교회력 중에서 비공식적으로 정착했다.> (네이버 사전 참고)


이는 잘 알려진 카니발/사육제라고도 하는데, 미국 뉴올리언스, 브라질 등 다른 여러 국가에서도 큰 행사로 자리 잡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도 이날을 기념하기 위한 카니발 행사를 한다. 매년 유치원에서 이날 아이들에게 코스튬을 해서 오라고 한다. 올해 마흐디 그하는 겨울 방학 기간에 들어가 있어서 겨울 방학 전에 미리 했다. 아이들은 제각가 변장을 하고 학교에 오는데, 남자애들은 스파이더맨, 배트맨, 헐크, 캡틴 아메리카 등을 주로 하고, 여자 아이들은 엘사, 백설공주 등 각종 예쁜 드레스를 주로 입고 온다.


어제  근처에 있는 아끌리마따시옹 놀이공원(Jardin d'acclimatation)에서 카니발 축제했다. 마침 겨울 방학 중이라 아이와 함께 공원에 갔다. 코스튬을 하고 오라공지를 봤고, 아이는 슈퍼맨 복장을 입고 갔다. 슈퍼맨 복장만 걸쳤다 하면 갑자기 힘이 나는지 더욱 활발해졌다. 옷이 주는 힘이 그런가 보다. 복장 하나 달라졌을 뿐이데, 가면 하나 썼을 뿐인데, 남자아이들은 없던 용기와 에너지가 불끈불끈 샘솟고, 여자 아이들은 다소곳해지고, 우아해진다.


오후 2시, 3시 반, 5시 이렇게 3번에 걸쳐 카니발 퍼레이드를 했다. 놀이공원 끝에서 끝까지 가는데 약 30분 정도 걸렸다. 수많은 아이들이 부모님 손을 잡고 모여들었다. 코스튬을 하고, 얼굴에 분장/화장을 한 아이들이 많이 보였다. 놀이 공원에 크게 울려 퍼지는 신나는 음악을 배경으로 아이들은 모두 신이 났다. 여기 모인 어른들도 각자 가진 인생의 무게 또는 걱정거리는 잠시 뒤로 한 채, 아이들 세상 속에서 함께 즐겁고 행복한 모습이었다. 그러다가 옆 나라에서는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지금 여기는 다들 신나게 웃고 즐거워하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한 세상이란 생각도 들었다.


퍼레이드 중에서 단연코 인기는 불을 내뿜는 아저씨였다. 30분 내내 입에 알코올을 넣고 연신 불을 내뿜는데, 나는 사실 그 아저씨가 조금 안타까워 보였다. 보는 관객들은 소리를 지르고, 박수를 치지만, 아저씨는 얼굴이 불과 많이 가깝고, 숨을 끊임없이 힘차게 불어대느라 얼굴이 시종일관 벌겋게 달아있었다. 그래도 오늘 카니발 축제를 위해, 방학을 맞이한 아이들을 위해, 퍼레이드 팀은 웃음을 잃지 않고, 행복한 표정으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었다. 아이는 불꽃이 신기한지 어안이 벙벙하면서도, 신나는 표정이었다. 디즈니랜드 저리 가라 할 정도로 퍼레이드는 꽤나 괜찮았다. 이런 곳이 집 가까이 있다는 점이 다시 한번 감사하게 느껴졌다.  


퍼레이드 중 불 뿜는 아저씨 by 모니카


퍼레이드가 끝나면, 놀이 공원 안에 있는 놀이터에서 놀았다. 놀이기구도 많이 있는데, 평소에는 잘 타지 않지만 오늘은 특별한 날이기도 하니, 한 개 탈 수 있도록 예외를 적용했다. 아이는 총쏘기를 선택했고, 신중하게 총을 잡고 움직이는 모형새를 맞췄다. 상품으로 비행기 장난감도 받았다. 신나는 화요일이다. 아끌리마따시옹 놀이공원에는 각종 동물도 많이 있다. 염소, 토끼, 말, 닭, 돼지, 오리 등등... 그리고 이 놀이공원의 명물인 공작새. 여러 마리의 공작이 길에 자유롭게 다니며 이곳을 찾은 사람들을 반긴다.


갑자기 아이는 이런 말을 나에게 했다.

"엄마, 지난번 학교에서 카니발 했을 때, 루캬는 데귀즈멍(déguisement, 변장/변신) 안 했더라."

프랑스어로 데귀즈멍/데귀제는 코스튬 하는 것을 일컫는데, 학교에 코스튬을 하지 않고 그냥 온 아이들이 2명 있었다고 했다. 나는 그 아이들이 좀 외로웠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들 각양각색으로 치장하고, 변장하고, 변신해서 왔는데, 혼자 일반복을 입고 와서...


그런데 아이 대답이 놀라웠다.

"뤼꺄 루캬 데귀즈멍한거야. 뤼꺄 그 자체로 데귀즈멍한거지."

"잉? 그게 무슨 소리야?"

"뤼꺄 몸, 뤼꺄 옷, 뤼꺄 그 자체로 뤼꺄 데귀즈멍을 창조해낸거지. 바로 뤼꺄 스타일!"

"그렇구나! 뤼꺄 자체가 바로 뤼꺄 데귀즈멍을 만들어냈네! 세상에 하나뿐인 우진 데귀즈멍, 모니카 데귀즈멍!"

 

사람들은 자신 본연의 모습을 감추고, 다른 옷으로 가리고, 가면을 쓰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카니발 축제 때 화려한 코스튬과 가면을 쓰듯이... 헐크 옷을 입으면 헐크가 되고, 공주옷을 입으면 공주가 되듯이, 슈퍼맨 옷을 입는 것만으로도 갑자기 자신이 하늘을 날 것만 같은...


자신을 감추는 가면과 화려한 옷을 벗어던지고, 있는 그대로 자기 모습대로 살아가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코스튬을 하지 않아도 상관 없는, 그래서 변신하고 변장하고 가면 쓰지 않고, 내 모습 그대로 세상에 유일한 나 데귀즈멍을 하고 살아가면 좋겠다.


공원 곳곳에 공작이 지나다닌다 by 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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