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우지 말자
2주간의 기나긴 방학을 마치고, 오늘 아침 유치원 등교하는 날.
어제까지 분명 날씨가 따뜻했는데, 오늘 아침 기온이 뚝 떨어졌다.
나: 우진아, 봄이 오려다가 다시 겨울이 왔네.
우진: 엄마, 봄과 겨울이 서로 싸우고 있는 거야?
나: 그렇네! 봄과 겨울이 내가 먼저 오겠다고 싸우고 있는 거 같구나.
그렇더니 갑자기 아이는 봄이라는 제목의 그림과 겨울 나무라는 제목의 그림을 두 개 나란히 붙여 놓자고 했다.
우진: 봐봐, 서로 옆에서 싸우고 있어. '내가 먼저 지구에 올 거야. 아니야, 내가 먼저 지구에 올 거야.' 하면서 말이야. 엄마, 근데 서로 싸우는 모습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싸우는 거 같지 않아? 근데 그 두 나라는 왜 자꾸 싸우는 거야?
아이 가방에 달린 스파이더맨 인형을 서로 동시에 쳐다봤다. 지난번, 유치원에서 친구들이 아이 가방에 달린 스파이더맨 인형을 서로 가지겠다며 싸우다가 끝내 피를 보는 상황까지 간 적이 있다. 그 둘은 평소 사이가 안 좋아 자주 싸우는 사이였는데, 그 발단은 우진이 인형을 서로 가지려고 하다 그랬다고 들었다.
나: 우진아, 인형 떼자. 오늘 오랜만에 유치원 가는데, S랑 N이랑 또 싸울라. (실제 이니셜이 S와 N인데 쓰고 보니 진짜 서로 밀어내는 사이였네) 아예 싸움을 일으킬만한 것은 없애는 게 좋겠어.
우진: 아니야, 걔네들 안 싸울 거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도 아니고, 서로 잘 지내. 내가 알아. 걱정마, 엄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겨울과 봄이 서로 오려고 하는 싸움이면 얼마나 좋을까...
꼬맹이들 우정 다툼 정도면 얼마나 좋을까...
옆 나라에서 전쟁은 계속되고, 겨울은 봄을 시샘하듯 꽃샘추위가 오고...
오늘 프랑스 아이들은 긴 겨울방학을 끝내고 다들 유치원으로 학교로 겨울과 봄 사이에서 등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