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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Mar 08. 2022

겨울과 봄 사이

싸우지 말자

2주간의 기나긴 방학을 마치고, 오늘 아침 유치원 등교하는 날.

어제까지 분명 날씨가 따뜻했는데, 오늘 아침 기온이 뚝 떨어졌다.


나: 우진아, 봄이 오려다가 다시 겨울이 왔네. 

우진: 엄마, 봄과 겨울이 서로 싸우고 있는 거야?

나: 그렇네! 봄과 겨울이 내가 먼저 오겠다고 싸우고 있는 거 같구나. 


그렇더니 갑자기 아이는 봄이라는 제목의 그림과 겨울 나무라는 제목의 그림을 두 개 나란히 붙여 놓자고 했다. 


우진: 봐봐, 서로 옆에서 싸우고 있어. '내가 먼저 지구에 올 거야. 아니야, 내가 먼저 지구에 올 거야.' 하면서 말이야. 엄마, 근데 서로 싸우는 모습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싸우는 거 같지 않아? 근데 그 두 나라는 왜 자꾸 싸우는 거야?


(좌) 겨울과 봄이 서로 싸우고 있다며, 겨울 나무와 봄이라는 제목의 각 그림을 아이가 나란히 놔뒀다. (우) 집에서 저멀리 보이는 우크라이나 국기색을 띄는 에펠탑


아이 가방에 달린 스파이더맨 인형을 서로 동시에 쳐다봤다. 지난번, 유치원에서 친구들이 아이 가방에 달린 스파이더맨 인형을 서로 가지겠다며 싸우다가 끝내 피를 보는 상황까지 간 적이 있다. 그 둘은 평소 사이가 안 좋아 자주 싸우는 사이였는데, 그 발단은 우진이 인형을 서로 가지려고 하다 그랬다고 들었다. 


나: 우진아, 인형 떼자. 오늘 오랜만에 유치원 가는데, S랑 N이랑 또 싸울라. (실제 이니셜이 S와 N인데 쓰고 보니 진짜 서로 밀어내는 사이였네) 아예 싸움을 일으킬만한 것은 없애는 게 좋겠어. 

우진: 아니야, 걔네들 안 싸울 거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도 아니고, 서로 잘 지내. 내가 알아. 걱정마, 엄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겨울과 봄이 서로 오려고 하는 싸움이면 얼마나 좋을까... 

꼬맹이들 우정 다툼 정도면 얼마나 좋을까... 

옆 나라에서 전쟁은 계속되고, 겨울은 봄을 시샘하듯 꽃샘추위가 오고... 

오늘 프랑스 아이들은 긴 겨울방학을 끝내고 다들 유치원으로 학교로 겨울과 봄 사이에서 등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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