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니카 Apr 07. 2022

프랑스 대선을 앞두고

12명 후보 소개

나는 정치에 대해 잘 모른다. 한국 정치도, 프랑스 정치도. 하지만 현재 프랑스에 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곧 있을 프랑스 대선을 앞두고 한 번쯤 대선 후보에 대해 간단하게라도 기록해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한 해 동안 EBS 글로벌 리포터로 활동할 당시에는 뉴스 기사를 꾸준히 찾아본 덕분에 프랑스 대선을 비롯하여 정치 관련한 사안에 대해 관심 있게 살펴보곤 했다. 그런 와중에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의 정책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고, 이와 관련한 뉴스 기사를 몇 건 작성해서 기사로 나가기도 했다. 올해 2월, EBS 글로벌 리포터 활동이 막을 내렸다. EBS 측에서 잠시 재정비의 시간을 갖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정치에도 관심이 시들해졌다. 그러다 며칠 전, 거리 곳곳에 대선 후보 벽보가 붙었다. 우진이 유치원에 같이 가다가 학교 앞에 12명 후보 벽보가 나란히 붙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후보 포스터를 하나씩 물끄러미 들여다봤다. 어떤 문구를 벽보에 사용했으며, 생김새는 어떻게 생겼으며, 전반적인 분위기 등을 유심히 관찰했다. 나는 프랑스 정치 사안에 대해서 잘 모른다. 정책도 공약도 잘은 모른다. 최근 한국에 대선이 치러졌고, 프랑스는 4월 10일에 첫 경선이 펼쳐진다. 그래서 한번 내 생각을 기록하고 정리하는 차원에서 12명 후보에 대한 나의 개인적이고도 주관적인 생각을 편안하게 자유롭게 글로 남겨보려고 한다. 


프랑스 대선 후보 기호 1~3 by 모니카


기호 1번 :  나탈리 아르소(Nathalie Arthaud), 노동당(Lutte ouvrière)

1970년 생, Peyrins에서 태어났다. 2008년부터 그녀는 극좌파 'Lutte Ouvrière' 정당 대변인을 맡고 있다. 2008년에서 2014년 사이, Vaulx-en-Velin 시의원 역임. 벽보 윗부분에는 빨간색 글씨로 노동자 캠프(Le camp des travailleurs), 이름 아래에는 흰색으로 노동자 투쟁(Lutte ouvrère)이라는 단어가 적혀있다. 참고로, 프랑스어로 Ouvriere는 노동자란 뜻이다. 발음이 '열다'라는 뜻을 가진 ouvrir와 비슷해서 혼동하기 쉬워 프랑스어 자격시험 듣기 평가에도 종종 출제된다.


기호 2번 : 파비앙 루셀(Fabien Roussel), 공산당(Parti communiste français)

1969년 4월 16일 Béthune에서 태어났다. 공산당 당원인 그는 2017년부터 20구 대의원을 맡고 있다. 2018년부터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벽보에는 기쁜 나날의 프랑스(La France des Jours heureux)라고 적혀있다.


기호 3번 :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 앙마르슈당 또는 전진하는 공화국 (La République En Marche)

1977년 12월 21일 아미앵에서 태어났다. 2017년 5월 14일부터 프랑스 공화국 대통령 역임하고 있다. 프랑스 최연소 대통령이다. 2004년 국립행정대학원 졸업 후 재무 장관으로 역임했다. 중도에서 중도우파 사이에 있다고 보면 된다. 벽보에는 우리 모두(Nous tous)라고 크고 강렬하게 적혀있다. 당신과 함께하는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이라고 적음으로써 함께하는 것을 강조한다. 그가 대통령을 역임하는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노란 조끼 시위, 팬데믹 등... 최근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유류세 인상 및 부유세 인하 등으로 시작된 노란 조끼 시위 당시,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하기도 했다. ENA 폐교 결정, 전국을 다니며 시민들을 만나서 대화하고 소통하며(그 과정에 시민에 뺨을 맞기도 했는데, 그 순간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젊고 패기 있는 모습을 내보였다. 팬데믹 기간 동안, 위기관리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면서 리더십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면서 다시 지지율이 안정됐다. 부인 브리짓 여사와 고등학교 교사와 제자의 관계로 처음 만났는데 24살이라는 나이를 뛰어넘어 결혼까지 했다. 심지어 고등학교 친구의 엄마였던 브리짓 여사. 마크롱 대통령에게는 거의 첫사랑이나 다름없었을 것 같다. 그는 자신의 부인을 살뜰히 챙기는 모습이 인상 깊다. 둘의 사랑을 보고 있으면, 마크롱에게 있어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이자 정신적 지주였지 않았을까 싶다. 사랑이 모든 것을 뛰어넘듯이 그녀의 사랑을 토대로 삶을 자신 있게 살아가지 않았을까 뭐 그런 생각을 혼자 해본다. 젊고, 영어도 잘하고, 언변도 능하다. 부모님이 의사였고, 명석한 두뇌를 가졌다고 한다. 부모님은 이혼했다. 현재 지지율이 가장 높은 후보이다.  


프랑스 대선 후보 기호 4~6 by 모니카


기호 4번 : 쟝 라살(Jean Lassalle), 저항하자(Résistons!)

1955년 Lourdios-Ichère에서 태어났다. 1977부터 2017까지 고향 땅 시장을 역임했고, 2022부터 부국장 역임.


기호 5번 : 마린 르펜(Marine Le Pen), 국민연합 또는 국민전선(Rassemblement National)

1968년 8월 5일 뇌이쉬르센에서 태어났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태어나고 자랐네. 아버지는 Jean Marie Le Pen으로 마린 르펜은 아버지가 이끄는 주요 극우 정당인 국민 전선에 합류했다. 아버지도 정치인이었다. 5년 전 마크롱과 결선에서 붙었던 후보이다. 그녀의 언변에는 힘이 있다. 눈빛도 살아있다. 목소리가 약간 남성스러운 부분도 있고, 여성적인 면보다는 남성적이라는 느낌이 있는 후보다. 물론 당 대표라서 강한 면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녀의 부모님은 각자 불륜으로 결국 이혼했다. 마린 르펜은 2번 이혼과 3번째 결혼 상대와는 현재 별거 중이다. 한국의 경우, 이혼 및 재혼 등 사생활이 정치 입문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를 종종 본다. 구설수에 오르기 딱 좋다. 그러나 프랑스는 다른 것 같다. 24살 연상 교사와 결혼을 하든, 불륜이 있든, 이혼을 밥먹듯이 하든, 동거인과 살든 개인 사생활은 정치와는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 같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도, 올랑드 대통령도 자유로운 연애로 유명하다. 한국인과는 참으로 많이 다른 정서를 가지고 있다. 벽보에는 대통령 마린이라고 적혀있다. 밑에는 Femme이라고 여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현재 지지도 2위인데, 오늘 기사에 따르면 바짝 따라붙어서 마크롱 대통령과 초접전을 펼치고 있다. 혜성같이 나타난 극우파 정당 에릭 제무르 덕분에(?) 그녀의 우파 이미지가 다소 순화됐다. 에릭 제무르가 워낙 초강수 극우 성향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마린 르 펜 정당이 이득을 보고 있다. 그녀는 목걸이를 즐겨한다. 벽보에 보이는 목걸이는 금색의 줄이 긴 목걸이다. 안느 이달고와 발레리 페크레스처럼 늘 똑같은 목걸이만 착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몇 가지 목걸이를 번갈아 착용한다. 마린 르펜은 주로 줄이 긴고 펜던트가 비교적 큰 목걸이를 즐겨한다. 귀걸이를 착용하는 것은 거의 못 봤다. 


기호 6번 : 에릭 제무르(Éric Zemmour), 회복운동당 또는 재정복당(Reconquete!)

1958년 8월 31일 Montreuil에서 태어났다. 저널리스트, 작가, 수필가, 논쟁가를 거쳐 올해 대통령 후보로 갑자기 등장한 정치인. 마린 르펜은 진짜 극우가 아니라며, 후보 중에서 진짜 극우는 자신이라며 출사표를 던졌다. 파리 정치연구소 졸업 후 1986년부터 1994까지 Quotidien de Paris에서 언론기자로 일했다. 1966년 르 피가로(Le Figaro) 정치 부서에 합류하여 2009년까지 머물다가 2013년 복귀했다. 2021년까지 피가로 매거진에 칼럼을 썼다. 그가 쓴 책들은 성공을 거둔 동시에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2014년 프랑스의 자살(Le Suicide Français)이 출간됐다. 1970년대 이후로 프랑스 국민들이 점점 약화되었다는데, 이는 5월 항쟁, 68세대의 영향을 받아 이렇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프랑스의 트럼프로 불리는 초극 우파이다. 이민자, 특히 무슬림을 극단적으로 혐오한다. 참고로, 프랑스에서는 2020년 10월 중학교 교사가 대낮에 거리에서 무슬림에 의해 목이 잘리는 사건이 있었는데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 테러에 대한 강경책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다. 프랑스는 유럽 국가 중에서도 무슬림이 가장 많은 국가다. 반무슬림 정서가 깊다 보니, 시민들 간에 긴장감이 돌 때가 많고, 나는 길을 다닐 때도, 지하철을 탈 때도 늘 불안 불안하다. 언제 어떻게 테러가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는 2011년 인종차별 선동과 2018년 무슬림 혐오 선동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2021년 말, 그는 2022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정당 Reconquete를 창당했다. 며칠 전, 그는 트로카데로에서 집회 연설을 한 적이 있다. 10만 명 프랑스인들이 트로카데로에 모였다. 전국에서 다 올라와서 관광버스 100대 이상이 일렬로 쭉 늘어선 신기한 모습도 봤다. 일요일이었던 그날 우리 가족은 샹젤리제에서 뇌이쉬르센 집까지 가는데 이날 집회 연설로 길을 여기저기 막아서 돌아 돌아 집에 도착했던 기억이 난다. 저기 모인 사람들 모두가 초극우파라는 생각을 하니, 동양인 이민자인 나는 겁이 났다. 최대한 피하는 게 상책이다. 벽보에는 프랑스가 프랑스로 남도록(Pour que la France Reste la France)라고 적혀있다.


프랑스 대선 후보 기호 7~9 by 모니카


기호 7번 : 장 뤽 멜랑숑(Jean luc mélenchon), 불복하는 프랑스 또는 좌파당(La France insoumise)

1951년 8월 19일 탕헤르에서 태어났다. 탕헤르는 모로코 도시인데, 모로코 태생이구나. 1976년 사회당 의원이었으며, 1983년 Massy 시의원, 1985년 Essonne 시의원을 했다. 극좌파이다. 벽보에는 다른 세상이 가능하다(Un autre monde est possible)라고 적혀있다. 


기호 8번 : 안느 이달고(Anne Hidalgo), 사회당(Sociallist Party)

1959년, 6월 19일, 스페인 산 페르난도에서 태어났다. 스페인계 프랑스인. 어릴 적 스페인 국적 부모를 따라 프랑스에 이민 왔다. 2014년부터 파리 시장을 역임 중이며, 재선에 성공해서 파리 시장 연임 중. 그녀는 최초 여성 파리 시장이기도 하다. 최초 여성 파리 시장인데, 스페인계 이민자 출신이라는 점은 더욱 놀랍게 했다. 나는 EBS 글로벌 리포터로 활동하는 1년 동안 파리 시 정책에 대해 많이 조사를 했는데, 덕분에 안느 이달고 파리 시장의 정책뿐 아니라, 인간 안느 이달고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같은 여성이자, 이민자이기 때문이다. 기술 노동자 아버지, 재봉사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넉넉하지 않은 가정 형편이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녀는 전 남편 사이에서 낳은 두 명의 자녀가 있다. 각각 1986년, 1988년에 출산했는데 한 번도 매스컴에 언급된 적도 없는 것으로 봐서는 베일에 가려져 있는 것 같다. 반면 현 남편 사이에서 낳은 아들 한 명이 있는데 그는 수영 선수로 잘 알려져 있다. Arthur Germain, 21살인 그는 16세에 영국 해협을 수영해서 건너가 최연소 프랑스인이기도 하다. 안 이달고는 친환경론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아들은 센 강을 따라 혼자서 수영해서 프랑스 북부 르아브르(Le Havre)까지 수영해서 갔다. 2021년 7월 24일, 이 무모한 시도는 시작됐고, 49일 동안 774km를 수영했다. 카약에서 먹고 자고 했다. 수영을 하면서 센 강의 수질을 탐사하며,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는데 앞장섰다. 엄마와 아들이 환경에 뜻을 같이 하고 있다. 안 이달고 시장은 파리시를 친환경 재생 도시로 만들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주정차 제한, 자동차 속도 제한, 2024년 올림픽 야외 개막식, 15분 도시, 녹지화, 기후 아카데미 설립 등 친환경 관련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가고 있다.


매스컴에서 그녀를 마주할 때마다, 그녀가 항상 하고 다니는 목걸이가 내 눈에 유난히 들어왔다. 이달고 시장은 귀걸이를 잘 착용하지 않고, 똑같은 목걸이는 늘 착용하고 있다. 나는 여성 리더들을 볼 때, 헤어 스타일, 패션 스타일, 주얼리 등을 관심 있게 살펴보는 편이다. 그리 화려해 보이지 않는 평범한 목걸이인데, 그녀의 영상 및 사진을 많이 찾아보니 오랫동안 그 목걸이만 늘 착용하고 있었다. 안 한 적이 없는 듯 보였다. 자신을 지켜주는 그런 의미 있는 목걸이 같다. 벽보를 통해 그 목걸이를 더욱 크게 볼 수 있었다. 어머니가 물려준 것인가? 어떤 의미가 든 목걸이인지 궁금하다. 미국 부통령 카맬라 해리스도 늘 착용하는 진주 귀걸이가 눈에 띄었다. 한창 미 대선 당시, 인도계 미국인인 그녀가 매스컴에 자주 나왔고 같은 여성으로서 매우 관심 있게 지켜본 적이 있다. 그때 당시 주얼리 정치라고 해서 그녀는 늘 같은 주얼리를 하고 나왔다. 진주 마니아인지 주로 진주를 많이 착용했다. 근데 진주 귀걸이를 늘 똑같은 것을 하고 나왔다. 그때 당시 나는 '여성 리더들은 자신이 특별히 아끼는, 자신을 보호하고, 지켜주는 그런 주얼리를 하나씩 간직하고 있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나는 주얼리를 즐겨 착용하는 편이다. 귀걸이를 좋아해서 다양하게 소지하고 있으며, 그다음으로 반지, 그다음으로 목걸이를 즐겨 착용한다. 왠지 주얼리 하나 착용함으로써 분위기도 한층 살릴 수 있고, 기분 전환도 쉽게 할 수 있어서 좋아하는 편이다. 나는 늘 하고 다닐만한 내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주얼리가 있는가...? 벽보에는 함께 미래를 바꾸자(Ensemble changeons d'avenir)라고 적혀있다. 그녀는 생각보다 현재 지지율이 저조하다. 아마 가장 낮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많이 애착이 가는 후보였는데, 지지율이 저조해서 아쉽다.


기호 9번 : 야닉 자도(Yannick Jadot), 유럽 생태 녹색당(Group des Verts/Alliance libre européenne)

1967년 7월 27일, Clacy-et-Thierret에서 태어났다. 프랑스 환경 운동가이자 정치가이다. 1999년부터 녹색당 일원이었고, 2002년부터 2008년까지 그린피스 프랑스 캠페인 책임자였다. 벽보에는 야닉 자도와 대처하다(Faire Face avec Jannick Jadot)라고 적혀있다. 


프랑스 대선 후보 기호 10~12 by 모니카


기호 10번 : Valérie Pécresse(발레리 페크레스), 공화당(Soyons libres)

1967년 7월 14일 뇌이쉬르센에서 태어났다. 와우, 이 후보도 내가 사는 동네에서 태어나고 자랐네. HEC 및 ENA를 다녔다. 1992년부터 2015년까지 국회의원이었다. 1992년부터 1998년까지 파리정치연구소에서 강의했다. 2015년부터 현재까지 일드프랑스 광역의회 의장을 역임하고 있다. 그녀는 Bolloré 그룹 내 Bolloré Telecom 전 사장인 Dominique Roux와 Catherine Bertagna의 딸이다. 그녀의 외할아버지 루이 베르타냐(Louis Bertagna) 정신과 의사였다. 1994년 8월 6일에 그녀는 Imerys의 부총책임자이자 당시 Alstom의 부사장이었던 Jérôme Pécresse와 결혼했다. 이들 사이에 세 자녀가 있다. 부르주아 집안이다. 어릴 적부터 유복했음을 알 수 있다. 엘리트 코스를 차근차근 밟고 올라왔다. 후보들 중에서 이혼 또는 불륜 스캔들, 사생활에 특이점이 없는 편이다. 이건 프랑스 사람들에게는 큰 이점으로 다가가진 않는다. 개인 사생활, 가족사는 크게 개의치 않는 편이니까. 벽보에는 하는 용기(Le Courage de Faire)라고 적혀있다. 그녀도 귀걸이는 잘 착용하지 않고, 늘 하고 다니는 똑같은 목걸이가 있다. TV에서 봤을 때는 잘 안 보였는데, 이번에 벽보를 통해 자세히 들여다봤다. 작은 은색 하트 두 개가 서로 겹쳐있다. 늘 하고 다니는 목걸이다. 이 목걸이는 그녀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부모님이 물려주신 걸까? 남편이 준 걸까? 왜 대부분의 프랑스 여성 리더들은 목걸이를 늘 착용하고 있는 걸까? 그것도 매일 같은 것으로만. 뭔가 그들에게 수호신 같은 역할을 하는 물건인가 보다고 짐작만 할 뿐이다. 


기호 11번 : 필립 푸토(Philippe Poutou), 새 반자본주의당(Nouveau Parti anticapitaliste)

1967년 3월 14일 Villemomble에서 태어났다. 프랑스 노동자, 노동 조합원이자 정치인이다. 포드 공장 노동자이다. 벽보에는 빨간색 큰 글씨로 반자본주의 비상(l'urgence anticapitaliste)이라고 적혀있다. 중간에는 우리의 생명은 그들의 이익보다 더 가치가 있다(nos vies valent plus que leurs profits), 아래에는 조그맣게 해고된 노동자, 반자본주의 후보(Ouvrier licencié, candidat anticapitaliste)라고 적혀있다. 


기호 12번 : 니콜라 뒤퐁 아이냥(Nicolas Dupont Aignan), 프랑스여 일어나라(Debout la France)

1961년 3월 6일 파리에서 태어났다. 2008년 소수 정당 Debout la France 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1997년 이후 Essonne의 8번째 선거구에 선출된 유일한 국회의원이며, 이전에는 1995년부터 2017년까지 Yerres 시장 역임했다. 벽보에는 자유를 선택하자(Choisir la Liberté)라고 적혀있다. 


한국은 대선 후보 벽보를 훼손하면 벌금을 물린다던지 법적 제재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 프랑스는 아닌 건지 벽보가 붙은 지 하루 만에 거의 다 훼손되어 있었다. 찢어지고, 낙서하고, 떼어가고 난리도 아니다. 아무리 자유의 나라라지만 이건 좀 아니지 않나. 벽보 붙은 첫날 깨끗한 상태의 사진을 찍은 게 정말 다행이다. 


하루 사이 벽보가 많이 훼손됐다. by 모니카


내가 개인적으로 느낀 양국 대선 전 상황에 대한 비교는 다음과 같다. 분석까지는 할 깜냥이 전혀 안되고, 개인적인 단순 비교 정도라고 보면 좋겠다. 최근 한국에서는 새 대통령이 뽑혔다. 그전부터 대선 상황을 종종 지켜봤는데 웬만한 드라마보다 더 재밌었다. 이쪽에서 이슈가 터지면 저쪽에서 이슈가 터지고, 난리도 아니었다. 후보 부인에 대한 가십부터 개인사, 개인 치부, 가족사 등등 넘쳐났다. 한 여배우가 나와서 한 대선 후보와의 스캔들 폭로전, 욕설 파일, 기자와 주고받은 개인적인 음성 파일 등등... 반면, 프랑스는 이런 개인사, 이슈 등에 대한 것은 언론에 많이 나오지 않는다. 잠깐 제무르의 불륜 의혹에 대한 가십이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개인 치부, 개인사, 로맨스 등을 파헤치기보다는 큰 공약 위주의 선거를 펼치는 것 같다. 개인 사생활을 가지고 크게 왈가부왈 하지 않는 편이다. 사람을 죽였다거나, 성폭행했다거나, 뇌물 받았다거나 그런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안이 아닌 이상 개인적인 로맨스, 가족사, 사생활 등은 크게 개의치 않는 것 같다. 주로 정치적인 사안에 대해 서로 논쟁하는 편이다. 문화, 국민정서, 가치관 차이이기도 하고, 정치적으로 다뤄야 사안이 많아서 그럴 수도 있다. 반이슬람, 반유대주의, 테러, 동성애, 여성, 유럽지역 안보, 유럽 및 자국 경제, 아프리카 지역, 유럽 지역 내 프랑스 위상 및 입지 다지기, 최근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다룰 사안이 많다. 물론 한국이 다룰 사안이 많지 않다는 말을 결코 아니다.  


또한, 한국은 대통령 후보들이 유튜브를 비롯한 각종 예능 방송에 많이 출연했다. 찾아보니 별의 별것에 다 출연했다. 유명 유튜버와 함께 고양이를 안고서 하는 고양이 토크쇼, 방석에 앉아서 여러 예능인들과 하는 토크쇼, 유명 만화가와 함께 식사하면서 하는 토크쇼, 대선 후보가 직접 음식을 만들어 시민에게 한 끼 제공하는 예능프로, 대선 후보 집에서 하는 예능프로(요리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부부가 함께 나와서 집을 보여주고, 부부 일상을 공개하는 예능쇼(아침에 일어난 모습 그대로 방송) 등등 너무 많았다. 반면 이곳은 예능이라는 장르의 프로그램이 한국만큼 많이 없을뿐더러, 대통령 후보들이 그런 예능 프로에 출연하는 것 같지도 않다. 대통령 후보가 자신의 집을 공개하고, 부부가 함께 TV에 나오고, 요리를 하며 있는 모습 그대로의 일상을 다 보여준다?! 아... 그런 일은 프랑스에서는 힘들 듯하다. 지극히 개인적인 사인이고, 정치와 관련이 없다고 생각할 것 같다. 물론 내 글을 읽고 아니던데 하시는 분들도 계실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내가 보고 느낀 바이다. 


또 한 가지 차이점은 대선 토론이다. 이번 한국 대선 토론을 시청하면서 느낀 점은 자유로운 토론이라기 보단 제한된 시간 내 누가 더 말을 하느냐 내기하는 듯 보였다. 시간을 너무 제한하니 본론으로 들어갈 때쯤 사회자가 끊어버리기 일쑤였다. 보는 시청자는 답답하다. 본격적으로 토론을 하려고 하면 시간이 다 됐다면서 마이크를 껐다. 프랑스라면 상상도 못 할 일이다. 또한, 모두 일어서서 2시간 내내 토론을 하는데, 보는 시청자도 힘들다. 그냥 편하게 앉아서 말하면 말에 집중하고 좋을 텐데... 한국은 체면치레 또는 격식이 강한 편이다. 넥타이 색깔도 정당 색깔에 깔맞춤 하고, 심지어 노란색을 대표하는 당은 노란색 운동화를 신고, 노란색 옷을 입고 나왔다. 남성 후보들은 다들 메이크업에, 눈썹 문신에, 염색에, 헤어 드라이에 딱 봐도 깔끔하고 정돈된 외모를 중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프랑스는 아마 대선 토론에 한국 스타일로 시간제한 칼같이 두면 시민들이 들고일어날 듯하다. 어느 정도 사회자가 방향을 잡아주고, 말을 끊고 하는 것은 프랑스에서도 있지만 한국처럼 남은 시간을 대놓고 보여주며 초까지 재가며 딱딱 끊는 건 없다. 토론은 토론다워야 한다. 발언을 무 자르듯 딱 자르는 건 토론이 아닌 것 같다. 프랑스는 토론의 나라라고 할 정도로 토론할 때 거침없다. 심지어 한 명이 말하고 있는데, 다른 한 명이 자기 얘기를 하고 있다. 두 명이 동시에 자기 발언을 하고 있는 상황,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지 않는가? 프랑스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것도 봤다. 앵커 2명과 마크롱 대통령이 서로 담화를 하고 있는데, 한국 같으면 대통령이라고 최대한 예의를 갖춘다. 근데 프랑스는 조금 달랐다. 앵커가 대통령에게 예리한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대통령 발언에 맞받아치고,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말하기도 하고, 대통령이라고 뭐 격식 갖춰서 할 말 안 할 말조심해서 가리지 않는 편이었다. 대화, 토론, 담화에 있어서 상대방의 사회적 지위를 막론하고 자신의 의견을 확실하게 펼치는 문화를 가진 민족이다. 또한 토론할 때는 대부분 의자에 앉아서 편안한 상태로 했던 것 같다. 몸이 일단 편안해야 말도 잘 나오지 않을까? 남성 후보들 경우 한국처럼 메이크업을 한다거나 눈썹 문신을 한다거나 정당색과 넥타이를 깔맞춤 한다거나 하는 일은 없다. 자연스러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프랑스다. 심지어 여성 후보도 간단한 메이크업 정도만 하고, 외모에 과한 힘을 준다는 느낌은 크게 받지 못했다. 가벼운 화장, 헤어 드라이, 세미 정장 차림, 액세서리는 결혼반지 착용과 목걸이 정도이다. 귀걸이를 착용하거나, 브로치를 착용하는 모습은 거의 못 봤다.

 

마크롱이 앞섰는데 최근 조사에 따르면 마크롱과 르펜의 격차가 매우 좁아졌다. 르펜이 바짝 따라오고 있다. 프랑스여론연구소(lfoP)에 따르면, 지난 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1차 투표 지지율은 27%로, 르펜 후보를 지지한다는 응답 22%와 격차가 5% 포인트에 불과했다. 한 달 전만 해도 마크롱 지지율이 훨씬 앞섰다. 이렇게 오차 범위 내로 좁혀진 데에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을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쟁으로 인해 물가 급등이 민심을 자극했다. 현 정부가 물가 급등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마린 르펜이 각종 감세와 보조금 지급, 노동 조건 개선 등 서민 친화 정책을 발 빠르게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더해 초극우 제무르 덕분에 마린 르펜의 극우 이미지가 다소 완화되어 중도층 지지를 이끌어낸 점도 한몫하고 있다. 


프랑스 대선 방식은 다음과 같다. 1차 경선을 통해 과반을 득표한 후보는 당선 확정이다. 과반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최대 득표 후보 2명을 두고, 2차 결선 투표를 2주 후에 한다. 1차는 4월 10일, 2차는 24일이다. 프랑스는 대통령 중임제인데, 한국과 마찬가지로 5년 임기 후, 1차례 중임 가능하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재임에 실패했고,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은 다음 대선에 출마하지 않았다. 마크롱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하면 20년 만의 재선 대통령이 탄생하는 것이다. 이번 주 일요일이 첫 경선이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나도 궁금하다. 


(좌, 중) 유치원 앞 활짝 핀 벛꽃 (우) 교내 아름드리 벛꽃 나무 by 모니카


매거진의 이전글 프랑스 아이처럼 팩트체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