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작가의 친필 서신을 볼 수 있는 곳
4월 28일 목요일, 아이를 방학 학교에 보내고 우리 부부는 오랜만에 둘이서 파리 시내를 걸었다. 처음 간 곳은 NRF 갈리마르(Gallimard) 서점. 조승연 씨의 유튜브에 소개됐길래 찾아갔다. 이날 날씨가 참 좋았다. 루브르 역에 내려서 걸었다. 루브르 주변에는 관광객이 많았다. 다리 위에서 모델 촬영도 하고, 자전거 관광객 그룹도 있었다. 이름이 바이크 투어였던가. 자전거에 쓰여있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가이드가 영어로 “이쪽으로 오세요”하며 영어권에서 온 관광객들이 무리 지어 좁은 길을 자전거로 이동하며 파리를 구경했다. 나는 파리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닌 적이 없다. 다들 파리에서는 자전거로 골목을 다니면, 멋지고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약간 겁도 나고 해서 아직 시도해보진 않았다. 나는 자전거를 잘 탄다. 어릴 적에는 즐겨 탔는데, 이상하게 파리에 와서 겁쟁이가 된건지, 엄마가 되고 나서 겁쟁이가 된건지, 파리의 그 흔한 자전거 풍경 속에서도 나는 잘 안 타게 된다. 가는 길에 시앙스포 건물도 발견했다. 교문 앞에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1911년 Gaston Gallimard가 설립한 이 출판사는 현재 그의 손자인 Antoine Gallimard가 과반을 소유하고 있다. Édition Gallimard는 프랑스에서 세 번째로 큰 출판 그룹인 Group Madrigall의 자회사이다. 1911년 5월 31일 파리에서 Gaston Gallimard, André Gide, Jean Schlumberger에 의해 Les Éditions de la Nouvelle Revue Française(NRF)로 설립됐다. 1911년 창립부터 1919년 6월까지 NRF는 Paul Valéry의 La Jeune Parque를 포함하여 100권의 책을 출판했다. NRF에서 최초의 공쿠르 상을 받은 책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꽃 핀 소녀들의 그늘에서>를 출판했다. NRF는 1919년 Librairie Gallimard라는 이름을 채택했다.
Gallimard 에디션의 베스트셀러 작가로는 알베르 카뮈(Albert Camus) (2,900만 부), 생텍쥐페리(Antoine de Saint-Exupéry) (2,630만 부), J.K. Rowling(해리 포터 시리즈가 2,600만 부 판매)이 있다. 다른 작가로는 Salman Rushdie, Roald Dahl, Marcel Proust, Louis-Ferdinand Céline, Philip Roth, George Orwell, Jack Kerouac, Pablo Neruda, John Steinbeck 등이 있다. 2011년 기준, 36명의 공쿠르 상 수상자, 38명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 10명의 퓰리처상 수상자로 구성된 카탈로그가 있다. Gallimard는 2012년에 RCS Media Group에서 Groupe Flammarion을 인수했다.
서점에 들어서자마자 유명 작가의 흑백 사진이 눈에 띄었다. 벽에는 그 당시 작가들이 출판사와 서신 교환한 엽서, 편지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가만히 자세히 들여다봤다. 그 옛날 문인들이 NRF에 보낸 친필 서신이 잘 보관되어 있었다. 이방인을 쓴 까뮈, 마르셀 푸르스트 등의 친필을 발견했다. 시몬 드 보브아르도 있다. 마르셀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표지를 수정한 글씨가 보인다. 빨간색 밑줄 쫙! 이 당시에도 빨간색으로 마구 수정을 했나보다. 편집자인지 작가인지 모르겠지만 곳곳에 빨간펜으로 원고를 편집한 흔적을 볼 수 있는 영광을 맛보았다. 그 옆에는 재밌는 그림이 있다. 파란색 펜으로 그냥 쓱쓱 싹싹 무심하게 그린 것 같지만 매우 간결하면서도 강렬하다. 사람이 자신보다 큰 펜을 들고 뛰어가고 있다. 헉헉 거리면서. 때로는 글보다 그림이, 사진 한 장이 더 큰 의미를 주는 것 같다. 달리는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읽어, 앙투안, 읽어... 근데 여전히 써야만 하는 거야?" 옆에 달리고 있는 사람이 이렇게 답한다. "편집도" 정말 간결하면서도 재밌다. 펜을 등에 지고서 계속 써야 하냐고 물으니 편집, 즉 퇴고도 함께 해야만 한다며 달리고 있다. 실제 작가 또는 편집자가 이것을 보면 많이 공감할 것 같다.
서점에는 저녁에 저자와의 만남도 준비되어 있다. 문학 카페 같은 느낌이다. 이곳에서 저자는 자신의 책 얘기를 한다. 재밌는 북 토크를 발견했다. 최근 출간된 책인데, 책 제목이 크렘린의 마법사이다. 그 밑에 부제가 푸틴이란 남자라고 쓰여있다. 한창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중이라 사람들이 흥미 있어할 것 같다. 나도 파리의 북 카페에 참여하고 싶은데 대부분 저녁 시간이라 힘들다. 자유로운 혼자의 몸이라면, 파리는 정말이지 문학적 예술적 감성을 얼마든지 풍부하게 키울 수 있는 멋진 도시다.
길을 걷다가 봉막쉐로 갔다. 봉막쉐는 세계 최초 백화점이라고 알려진 곳으로 갤러리 라파예트, 쁘랭땅에 비해서는 큰 규모는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럭셔리하면서도 깔끔한 분위기의 백화점이다. 안에 서점도 있다. 갈리마르 서적이 많이 진열되어 있었다. 식료품 점도 있는데, 엊그제 장터에서 산 귤 값의 3배 정도이다. 다른 식품들도 대략 비싼 편이다. 플랑을 사서 먹었다.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샌드위치를 사서 먹는 사람들이 곳곳에 보였다. 백화점 내부 콘셉트는 시즌별로 바꾸는데 지금 콘셉트는 볏단같은 인상을 받았다. 봄인데 가을 느낌 나는 이 컨셉은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