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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May 23. 2022

건축 아뜰리에

루이비통 재단 건축에 한 걸음 더 다가간 시간

루이비통 재단은 5월 7일부터 15일까지 주말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건축 아뜰리에를 개최했다. 단 2주 동안만 진행했다. 프랭크 게리가 건축한 루이비통 재단 건축물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나는 아이와 함께 아뜰리에를 신청해서 두 가지 형태의 프로그램을 모두 들었다. 두 번째 프로그램은 두 번 참가했다. 5월 7일, 오전 11시, 만 3~5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놀라운 건물'이라는 제목의 아뜰리에는 말 그대로 이 연령대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서 건축물의 놀라움에 대해 큐레이터가 이야기 형식으로 설명했다. 물고기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켰다. 실제 루이비통 건축물은 거대한 범선을 형상화한다. 건축물 밑으로는 잔잔하게 물이 흐르고 있다. 마치 물 위에 떠있는 하얀색 배와 같다. 물고기는 건축물 곳곳을 여행한다는 테마다. 참 재미있는 발상이다.  


나는 건축에 대해 잘은 모른다. 루이비통 재단을 자주 드나들면서, 파리의 오스만 스타일 건축 양식을 늘 보면서, 유명한 박물관과 미술관을 드나들면서, 그렇게 점점 건축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건물에 새겨진 건축 연도와 건축가 이름을 자세히 살펴본 뒤, 유명 건축가들의 삶을 검색해본다. 이전 살던 집 근처에는 세계적인 건축가 르 꼬르뷔제가 살던 집을 보존한 재단이 있다. 그곳을 방문하면서 르 꼬르뷔제라는 건축가에 대해서 알게 됐고, 건축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 어릴 때 나는 건축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관심을 가질만한 기회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어린아이들이 어떻게 건축에 흥미를 느끼게 되는지, 어떻게 아이들에게 건축이란 것에 쉽게 다가가도록 하는지 이번 기회에 살펴봤다. '건축물에 대해 공부해보자'가 아닌, 우리가 몸 담고 있는, 우리를 감싸고 있는, 우리를 보호하고 있는 하나의 건축물을 우선 친근하게 여기는 것부터 출발했다. 건축물에 재미있는 이야기를 넣어서 마치 이 건축물 곳곳에 있는 주인공인 물고기와 함께 여행하는 것 같았다. 큐레이터는 아이들을 앉혀놓고,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곳저곳 구석구석을 직접 다니면서, 평소에 보던 건축물을 다른 시각으로 풀어서 설명했다. 지하 야외에는 커다란 노란색과 거울로 덮인 사각형 기둥이 있는데, 이 노란색을 태양이라고 했다. 물고기가 태양 가까이 오니, 물이 다 말라서 물고기가 말라비틀어지는 모습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노란색은 그야말로 태양처럼 느껴졌다. 그렇다가 반대쪽으로 뛰어가서 흐르는 물로 다가가더니 물이 있어서 물고기가 다시 살아났다고 했다. 루이비통 재단 건축물 꼭대기부터 지하까지, 내부에서 외부로, 구석구석을 누비며 다녔다.


(좌) 건축에 대해 설명하는 큐레이터 (중) 고무 찰흙으로 건축물 만들어 보는 시간 (우) 오디토리움에 대해 설명 by 모니카


야외 테라스에는 상설 작품이 하나 놓여 있다. 신발, 줄, 쓰레기, 공 등 썩지 않는 가공 용품이 식물과 돌 사이사이 박혀 있는 작품이 있는데, 표를 나눠주면서 보물찾기 하듯이 곳곳에 있는 생활 용품을 찾아서 상품을 주는 퀴즈 게임을 했다. 아이들은 매우 좋아했다. 나는 이 작품을 자주 봤지만, 늘 가볍게 감상했다. 하지만 아이들 속도에 맞춰서 하나하나 구석구석 자세히 보기 시작하니 이 작품이 다르게 느껴졌다. 안 보였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재생, 환경, 생태를 뜻하는 작품이었다. 단순히 이상하면서도 재밌는 작품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다르게 보였다. 이것이 아이들 속도에 맞춰서 작품을 감상할 때 오는 이 점인 것 같다. 천천히 보니까 평소 안보였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마법. 상품으로 무 씨앗을 받았다. 집에서 심어보기로 했다. 1시간가량의 건축 아뜰리에는 이렇게 끝이 났다.


(좌) 야외 작품. 자연 속에 박혀있는 썩지 않는 용품 찾기 게임을 통해 환경의 중요성도 배운다 (중) 건축 드로잉 기법 설명. 뒤로 보이는 재단 모형 (우) 드로잉 by 모니카


오후 2시 30분에 진행하는 조금 더 큰 연령대 아이들을 위한 건축 아뜰리에는 2시간가량 진행됐다. 부모와 함께 하는 아뜰리에이며, 아이들은 대략 10명가량 정도 참가했다. 부모들도 다 함께 같이 왔다. 5월 7일, 토요일에는 우리 가족 3명이 함께 참가했고, 그다음 주 5월 15일, 일요일에는 똑같은 오후 프로그램에 L네 가족이랑 다 같이 참가했다. L네 가족은 총 5명인데, 5명 모두 다 함께 참여했다. 연령대가 있는 아이들이라서 이번에는 이야기 형식이 아닌, 실제 건축 과정 및 건축물에 대해 설명이 진행됐다. 고무 찰흙과 연필, 노트가 들어있는 키트를 하나씩 나눠주면서 야외 테라스에 모두 앉아서 풍경을 그리는 시간을 가졌다. 저 멀리 라데팡스의 고층 건물이 보였다. 스카이라인을 그려봤다. 또한, 고무 찰흙으로 건축물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건축과 친해지는 시간이었다. 건축이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며,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을 구성하는 매우 친근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30도 정도 기울어진 건축물 벽면에 몸을 딱 붙여서 몸을 떼지 않고 함께 걸어보기도 했다. 프랭크 게리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도 있었다. 건축물 구조 및 성질에 대해 설명하면서 종이를 가지고 건축물 표면을 연필로 마구 그려보는 시간도 가졌다. 바닥에 종이를 대니 표면이 울퉁불퉁함이 느껴지고, 벽면에서는 또 다른 질감이 연필 끝에 느껴졌다. 유리에 대고 그리니 반질반질한 느낌이 들었다. 아이들은 이렇게 건축물 재료에 따라 다른 질감이 느껴짐을 경험과 체험을 통해 온몸으로 깨달았다.  


(좌) 연주회가 없을 경우, 좌석과 무대가 밑으로 내려가도록 건축 설계했다 (중) 야외 테라스에서 건축 설계도를 그려본다 (우) 끝나고 공원에서 게임 by 모니카


지하 연주회장으로 내려가서 이 공간이 평소에는 의자가 없다가, 공연이 있으면 바닥에서 의자와 무대가 올라온다고 설명했다. 공연장이 어떤 형식과 구조로 설계되고, 인테리어 됐는지 자세히 그리고 쉽게 설명했다. 모두 오디토리움 바닥에 앉아서 설명을 들었다. 지하 야외로 나가서는 Giotto라고 불리는 공간을 체험했다. 노란색 기둥과 거울 사이사이로 뛰어다니며, 끝으로 갈수록 기둥 사이 공간이 좁아지는 것을 알게 됐다. 아이들과 2시간 동안 건축 아뜰리에에 참여하니, 나도 루이뷔통 재단과 한 걸음 더 가까워지고, 건축에 대해 더욱 이해하게 된 좋은 시간이었다. 그녀는 유대인으로서 자녀 교육에 관심이 높은 편이다. 교육적인 프로그램을 매우 좋아하는 듯 보였다.


(좌) 지하 야외 Giotto. 기둥 사이사이를 뛰어다니며 건축과 친해진다 (중) 건축과 이야기의 결합. 뒤로 현재 전시 제목이 보인다 (우) 뒤로 에펠탑이 보인다 by 모니카


L엄마 Y는 함께해서 너무 좋았다며 고마워했다. 우리는 그 옆에 있는 아끌리마따시옹 공원으로 가서 2시간 넘게 뛰어놀았다. 아이들은 뛰어놀고, Y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그러던 중, 내가 뜬금없이 프랑스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니 좋은 점도 많은데 정치는 마음에 안 든다고 했다. 아시아 및 흑인 인종차별만큼 심한 것이 반 유대인 감정이다. 프랑스에서는 유대인이 픽밥 및 차별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번에 알았는데, 현재 우진이 반에 유대인이 5~6명 정도 있다고 했다. 그녀가 말하기를 자기 첫째 아이 반에는 유대인이 10명이나 된다고 했다. 막내 아이 반에는 유대인이 적으며, 대신 국적이 매우 다양하다고 했다. 자기는 인터내셔널 한 백그라운드를 좋아하기 때문에 막내 아이 반 구성이 매우 마음에 든다고 했다. 유대인들끼리 서로 뭉치는 스타일인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서 그녀가 그런 스타일일 수도 있다.  


그녀는 프랑스의 교육 시스템이 평등을 강조하는 것이 좋지 않다고 했다. 물론 중고등학교로 올라가면 좋은 학교에 몰리고, 선발되기도 하며, 특별반도 있고 그렇지만, 유치원 및 초등학교에서는 그런 것이 많지 않다고 했다. 물론 원하면 국제학교 및 사립학교에 진학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경우 돈이 많이 든다. 아무튼 공교육에서는 평등주의로 인해 똑똑한 아이, 소위 영재들을 위한 특별 과정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자기 첫째 딸이 똑똑해서 월반을 하고 싶었는데, 월반하는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힘들었다며 '투쟁'이란 단어를 써가며 표현했다. 한국의 경우, 영재 교실 및 영재 학교가 있는 것으로 아는데(확실하게는 잘 모른다), 프랑스는 저학년에서는 이런 것들이 부족한 가 싶었다. 나는 그녀에게 한국은 프랑스와 달리 땅이 작고, 가진 자원이 부족한 편이라 인적 자원이 중요하며 그에 따라 교육에 투자를 많이 하고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라고 했다. 아무튼 그녀와의 대화는 매우 유쾌했다. 아이들은 더 놀고 싶어 했지만 저녁 먹을 시간이라 이제 그만 가야 한다고 했다. 곧 있을 우진이 생일 파티에 L이 아쉽게도 다른 일정으로 참여하지 못하게 되어서 미리 선물을 줬다. 파티에 참여하지도 않는데, 이렇게 선물을 받아서 미안하고 고마웠다. 나는 연신 선물 안 줘도 되는데라며 고맙다고 감사를 표했다. 우진이가 좋아하는 공룡이었다. 아이도 어른도 유익하고 신나는 하루였다.


프로그램 관련해서 학습할  있는 자료가 있길래 가지고 왔다. 집에서 아이와 함께 하는데, 매우 유익했다. 프랭크 게리가 이렇게 말한다. "루이비통 재단은 선박 또는 배를 닮았어요"  3600개의 유리로 건축됐다. 프랭크 게리는 실제 물고기를 관찰하고 물고기의 움직임, 유연성, 형태 등에서 영감을 자주 받는다고 했다. 자연 속에서 배움이 일어난다는 내 생각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재단 내에 있는 식당 천장에는 여러 마리의 흰색 물고기가 떠다니듯이 걸려있다. 실제 잉어의 모습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었단다. 그렇고 보니 건축물이  같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커다란 잉어 같기도 하다. 물고기의 유연성을 그대로 건축에 가져왔다.  하나 놀라운 발견은, 연주장으로 쓰이는 오디토리움이 첼로 연주자를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나와있었다. 한마디로, 첼로 연주에 가장 적합한 구조라는 것이다. 물론 피아노, 바이올린  다양한 악기가 연주되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첼로라니... 엊그제 일요일에 고티에 카퓌송의 마스터 클래스에 2시간 동안 참여했다. 그와 학생의 첼로 연주를 떠올리니, 정말로 첼리스트를 위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정말 멋진  같다. 아이들을 위한 학습 자료가  수준에  맞다. 프랑스어도 배우고, 지식도 쌓고 일석이조다. 아니, 아이와 함께 찾아보고, 생각해보고, 대화를 나누니, 애착도 형성되고 일석삼조다.  펼쳐서 뒷면을 보니, 하나의 멋진 포스터로 변신했다. 건축물 앞에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이 있다.  또한 매우 창의적이고 독창적이다. 아코디언 연주하는 남자, 마스크 끼며 아기띠  남자, 배를 운전하는 듯한 목마탄 아이, 피에로, 강아지, 자전거 타는 아이 . 포스터의 제목인 <루이비통 재단 앞마당은 매우 활기차다!>처럼 루이비통 재단은  살아있고, 생동감 있으며, 활기찬 우리 동네 복합 예술문화 센터이다.


(좌) 건축 관련 학습 자료 (중) 내용이 알차고 풍부하고 유익하다 (우) 뒷면을 펼치니 이렇게 멋진 포스터가 된다. 루이비통 건축물 앞 다양한 사람들 by 모니카



 

(좌) 첫 번째 프로그램 설명 (우) 두 번째 프로그램 설명 by 루이비통 재단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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