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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May 25. 2022

롤랑가로스 2022

프랑스 전 국민 스포츠 테니스 축제

5월만 되면 우리 가족이 치르는(?) 연간 행사가 있다. 프랑스 국민 스포츠라고 할 수 있는 테니스. 세계 4대 테니스 대회 중 하나인 롤랑가로스(Roland Garros)에 가는 것이다. 롤랑가로스는 쉽게 말해 프렌치 오픈이라고 보면 된다. 윔블던, US오픈, 롤랑가로스, 호주오픈 이렇게 세계 4대 테니스 대회가 있으며, 한 해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석권하면 그랜드 슬램이라고 한다.


신랑이 테니스를 무척 좋아해서, 우리가 파리에 온 뒤로, 2020년 코로나로 인해 날짜가 연기된 그해만 빼고, 매년 참석했다. 매년 5월 말 정도에 롤랑가로스가 열리는데, 한 달 전부터 곳곳은 이미 축제 분위기다. 이전에 롤랑가로스 스타디움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었던 우리 가족은 스타디움 근방은 물론이고, 샹젤리제 등 파리 곳곳에 롤랑가로스 홍보가 엄청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때 당시 장을 보러 오뙤이에 있는 까르푸에 자주 갔는데, 까르푸 바로 옆이 롤랑가로스 경기장이다. 4월부터 까르푸 근처 및 경기장 근처에는 홍보 부스를 포함해서 기념품 부스가 곳곳에 간이로 설치되어, 사람들에게 각종 굿즈를 판매한다. 매년 우리 가족은 다양한 기념품을 구매했다. 프랑스 사람들은 테니스를 단순히 스포츠로만 여기는 것이 아닌, 전 국민 축제의 장으로 여긴다는 것을 온몸으로 체감했다. 이렇게 하면서 테니스라는 스포츠를 더욱 친근하게 느끼게 되고, 이곳 프랑스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테니스라는 스포츠를 재미있고, 친숙하며, 쉽게 받아들이고 배운다.  


5 21 오전, 신랑과 우진이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똑같이 차려 입고 롤랑가로스에 갔다. 모자, 롤랑가로스 티셔츠, 흰색 반바지, 흰색 양말, 검정 운동화. 아빠와 아들이 똑같이 입는다는 생각을  신랑은 아무래도 오늘 하루를 무척 기대한  같아 보였다. 나는 롤랑가로스 티셔츠만 입고,  외는 내가 입고 싶은 스타일로 입었다. 오뙤이 까르푸 주차장에 차를 주차시켜 놓고, 경기장으로 걸어갔다. 오전부터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2년간의 팬데믹으로 주춤했던 경기장이 오랜만에 활기를 되찾았다. 나달의 조각상이 우리를 먼저 반겨줬다. 사람들 패션을 보니 다들 롤랑가로스 로고가 있거나, 스포츠 웨어를 맞춰서 입고 왔다. 유모차를 끌고  가족부터, 노인들까지 남녀노소 축제의 장이었다. 마침 조코비치의 연습 경기가 있었다. 스타디움 안에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조코비치를 응원하는 함성이 들렸다. 원래 실제 경기중에는 소리를 내면  되는데 이것은 연습 경기라서 웅성거려도 괜찮았다. 사람들은 샌드위치, 햄버거 등을 먹어가면서 경기를 관람했다. 끝나자 조코비치는 커다란 테니스 공을 들고 모인 아이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줬다. 팬서비스도 잘해줘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나달은 보지 못했다. 이전에 왔을  나달을 직접  적이 있는데, 너무 멋졌다. 나달은 흙신이라는 별명이 있는데, 롤랑가로스는 바닥에 붉은빛 나는 흙을 깔아놓는데 롤랑가로스에서 수많은 우승을  그에게 붙여진 별명이다. 그의 발을 보고 있으면 정말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키즈 데이라고 해서 아이들을 위한 공간도 많이 만들어놨다. 롤랑가로스 키즈 데이 입장료는 1인당 20유로다. 올해는 공식 후원사가 르노라서 곳곳에 르노 로고가 박혀있고, 자동차를 전시해 놓기도 했다. 아이들을 위해 테니스 공을 던지는 공간도 마련해놨다. 대게 한국인들은 뜨거운 햇빛에 피부가 탈까  피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이곳 프랑스 인들은 햇빛을 있는 그대로 받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그늘만 찾아다니는데, 그들은 뜨거운 햇빛만 찾아다니는  같다.    


(좌) 꽉 찬 관중석 (중) 조코비치 연습 경기 (우) 조코비치 사인 받으려고 몰려든 사람들 by 모니카


(좌) 깔맞춤 한 부자 (중) 스타디움 앞에서 (우) 라코스테 동상과 쎄쎄쎄 by 모니카


우진이  친구들  많은 아이들이 토요일 오전에는 테니스를 배우러 스포츠 센터에 간다. 이날 L네도 롤랑가로스에 온다고 했는데, 아이들이 오전에 테니스 강습을 받고 나서 넘어갈 것이라고 했다. 우리가 떠날 때쯤 L네가 와서 아쉽게도 만나지 못했다. 부부가 테니스를 좋아하는 V네도 이날 참가하고 싶었는데 그날 친한 친구 결혼식이 있어서 노르망디에 간다며 아쉬워했다. 프랑스에서는 남녀노소   없이 테니스를 즐겨한다. 유치원에서도 테니스 외부 강사가 와서 아이들에게 테니스를 가르쳐 주는데,  5세가 되니 유치원에서는 롤랑가로스 시즌에 맞춰서 6 동안 매주 목요일마다 외부 테니스 강사가 와서 아이들에게 테니스를 가르쳐주고 있다.  4 때에는 한두  외부 강사가 왔다. 추가 비용은 내지 않는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유치원에서 제비뽑기 쪽지를 나눠줬다. 연락처를 적어서 제출하면,  중에서 학생 4명을 뽑아서 6 5 결승전이 있는  테니스 전문 강사들과 함께 경기를 보러 간다. 그야말로 엄청난 가격의 좌석에 앉는다. 쪽지 앞장에는  앞줄에 앉은 아이들 사진과 함께 지근거리에서 흙신 나달을   있다는 사진을 붙여놨다. 주최자는 테니스 협회 스포츠 센터이며 유치원  학교와 연계해서 이런 행사를 한다. 실제 이날 곳곳에서는 테니스를 배우는 8~13 정도 되어 보이는 학생들이 선생님과 함께 단체로 많이 관람을 하러 왔다. 아이들에게는 많은 자극과 도전 의식을 심어줄  같다.


한 번씩 동네 스포츠 센터에서 무료 강습을 할 때가 있는데 집 근처에 있는 센터에 가서 몇 번 테니스를 배우고 오곤 했다. 이제 곧 만 6세이니 강습을 받아볼까 생각 중이다. 지금은 유치원에서 정기적으로 하고 있고, 주말에 신랑이 아이랑 재미로 치고 있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 우리 동네 근처에는 스포츠 센터 실내 및 야외 테니스 장이 매우 잘 구비되어 있어서 어른들도 테니스를 많이 친다. 테니스를 좋아하는 신랑은 일이 많은 관계로 자주 치고 있지는 못해서 늘 아쉬워한다. 신랑의 테니스 강습 권유로 홍콩에서 아기를 낳기 전 테니스를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있다. 근데 나랑은 잘 맞지 않는 스포츠인 것 같았다. 손목, 팔목, 어깨, 목 등 오른쪽 상반신이 많이 아팠다. 프랑스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테니스를 얼마든지 배우고 칠 수 있는 좋은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테니스는 안 배우고 있다. 테니스는 정말 좋은 스포츠이며 나도 배워서 잘 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몸이 잘 안 따라준다.


(좌) 학생들이 단체로 많이 왔다 (중) 추첨해서 결승전에 참가하는 영광을. 어린이와 나달의 거리가 가깝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진 (우) 글자 어미를 맞춘 독창성 by 모니카


우리 가족은 3시쯤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이유는 당일이  년에   있는 동네 축제가 열리기 때문이었다. 하필 같은 날이어서 매우 아쉬웠다. 가족과 함께하는 바가텔(Bagatelle en Famille)라고 불리는  동네 축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는데 아이들이 너무 좋아한다. 그도 그럴 것이, 각종 놀이기구, 미끄럼틀, 자동차 타기, 퐁퐁, 각종 아뜰리에  무료로 마음껏 가능하기 때문이다. 1년에   하는데, 이것을 결코 놓칠  없다. 작년에도 참가했는데, 아이가 정말 좋아했었다. 아이는 사실 테니스 경기 관람보다는 이런 놀이가  재미있는 법이다. 4시부터 7시까지 3시간을 내리 쉬지 않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놀았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바쁘지만 신나는 하루였다. 내년 롤랑가로스와 동네 축제일은 겹치지 않기를 바라며... 아이는 오늘 정말 행복했다고 연신 말하면서 잠이 들었다.


(좌) 바가텔 축제에서는 더 신이 났다 (중) 놀이기구 타서 무척 신났다 (우) 멋진 문장이다 by 모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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