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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Jun 06. 2022

처음 아이 생일 파티를 준비하며

너의 모든 행복했던 순간들

프랑스에서 맞이하는 우진이의 만 6번째 생일. 만 1살 때는 한국과 홍콩에서 했다. 돌잔치를 한 달 앞당겨서 한국에서 가족 친지들을 모시고 뷔페에서 돌잔치를 열었다. 실제 만 1살 생일 당일에는 홍콩에 있었기 때문에 홍콩 힐튼 호텔에 있는 애프터눈 티세트를 주문해서 3명이서 생일 축하를 했다. 만 2살 및 3살 때는 프랑스 집에서 우리 가족끼리 케이크 사다가 함께 보냈다. 만 4살 생일 때는 유치원 친구들이 있었지만 한창 코로나로 격리 생활 및 온라인 수업 등 유치원에 가지도 못하는 삶이었기 때문에 다들 온라인으로 생일 파티를 했던 기억이 난다. 케이크를 앞에 놔두고 친구들이 모두 줌 화면 속에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줬다. 만 5살 생일 때도 여전히 3번째 격리생활에 들어갈 만큼 보건 상황이 좋지 않았고, 다들 생일 파티를 생략하는 분위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일 파티를 하는 집도 있었겠지만 많지 않았다. 작년 9월부터 서서히 일상으로 돌아오는 분위기 속에 속속들이 생일 파티를 열기 시작했다. 우진이는 친구 생일 파티에 여러 번 초대되어 갔고, 내심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했다. 다른 친구들 생일 파티에 초대되어 함께 있어봤는데, 집에 외부 행사 업체를 불러서 매직쇼, 댄스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진행했다. 2시간 반 정도 진행했고, 각종 컵케익과 젤리, 음료수가 유니콘 주제에 맞춰 모두 색깔과 모양을 맞춰서 제공됐다. E은 하나뿐인 딸인데 그녀의 집은 온갖 핑크빛 유니콘으로 각 접시 및 컵에도 아이 이름을 새겼다. C의 경우, 아예 인형극단을 집에 불렀다. 기뇰이라고 해서 프랑스 인형극을 성인 2명이 진행했다. 보조자도 2명 있었다. 먹는 것은 젤리, 쿠키 등 간단했다. 아코디언으 반주로 댄스 타임을 가지기도 했다. L의 생일 파티 때에는 파리 8구 미술관에서 10명 정도 초대해서 큐레이터 안내 하에 미술관 관람을 했다.   


대부분 집에 업체를 부른 경우가 많고, 그다음은 외부에서 하는 경우가 있었다. 알아보니 집에서 부모가 직접 아이들과 함께 놀아주고, 아뜰리에 형식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해서 이끌어나가기도 했다. 꼭 업체를 끼고 하라는 법은 없으며, 업체 한번 부르는데 평균 300유로 정도 들기 때문에 아예 부부가 직접 진행하기도 했다. 어린아이들은 그냥 풀어두기만 해도 알아서 지들끼리 잘 놀기도 한다. V네와 A네의 경우, 부부가 직접 집에서 테마를 정해서 10명 정도 되는 아이들과 함께 신나게 놀았다고 했다. 대신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집에서 한다고 해도 돈이 적게 드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과 함께 할 액티비티를 준비하려면 이것저것 사야 한다. 직접 데코레이션도 해야 하므로 그 비용도 나가며, 음식 등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직접 집에서 준비하는 데에도 업체 부르는 것과 비슷하게 드는 것도 같았다. 다들 생일 파티를 하고, 우진이도 그것을 봤는데, 나는 한 달가량 앞둔 아이 생일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나는 사실 생일 파티를 할 생각이 처음에는 없었다. 코로나도 그렇고, 아이들 케어하다 자칫 사고가 일어나면 내 책임이며, 아이들을 감당할 에너지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일단 북적북적 대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는 미안하지만 아들 생일을 조용히 우리 가족끼리만 하고 싶었다. 학교에 케이크, 음료수, 젤리를 보내면 선생님께서 반 아이들과 함께 간단하게 생일자를 위한 파티를 해주기 때문에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리 가족 3명이서 재밌게 보내면 된다고 생각했다. 나는 원래 생일날만 특별하게 아이를 위해 신경 쓰고 잘해주는 것이 아닌, 365일이 아이 생일이라 생각하고 늘 따뜻하게 잘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생일도 결혼기념일도 마찬가지다. 특별한 날에만 부부가 잘하는 것이 아닌, 평소에 부부가 서로 아끼고 존중하는 삶을 살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결혼기념일을 특별하게 챙기고, 며칠 후 또 싸우고 하는 것보다 기념일 그런 것 안 챙겨도 되니, 평소에 늘 서로에게 잘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물론 기념일도 챙기고, 평소에도 변함없이 잘하면 금상첨화다. 나는 기념일 하루만 반짝 잘하고, 며칠 후 서로 화내고 싸우고 하는 그런 것을 말하는 것이다. 아이는 친구들 생일에 초대되어 가서 생일 파티하는 것도 보고, 선물도 사가고, 친구가 선물을 많이 받는 것도 다 봤다. 아이는 자기가 주인공이 되는 한번뿐인 생일을 특별하게 챙겨 받고 싶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진이에게 "우리도 생일 파티를 하자"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우진이는 의외의 답을 했다. "싫어. 안 할래" 나는 왜 그렇냐고 물었고, 아이는 안 해도 괜찮다고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집에 친구들을 초대하기에는 집이 작다는 말을 평소 내가 했었고, 준비도 많이 해야 한다고 했던 것이 아이 마음에 은근히 남은 것 같았다. 그래서 아이 앞에서는 부모가 말을 조심해야 한다. 아이한테 미안해졌다. 아이지만 엄마 아빠보다도 우리 가족을 더 많이 생각하는 그런 어른스러운 아이였던 것이다. 아이는 아이다워야 하는데 내가 그렇게 만든 것 같아서 미안했다. 나는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진아, 6살 생일에 친구들 초대해서 생일 파티할 거야. 엄마는 그렇게 할 거야!" 아이는 좋다고 했다. 내가 자신 있게 말하기 전에는 내 눈치를 보던 아이였던 것 같아서 정말 미안했다. 이렇게 좋아하는 아이를 보고 있으니, 뭉클했다.


생일 파티 1달 전, 다른 친구들이 하는 것을 여태껏 봤기에 우리도 그렇게 따라 했다. 먼저 초대장을 직접 만들었다. 생일 파티를 아이와 함께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즐거운 놀이요, 공부요, 애착관계 형성의 소중한 시간이었다. 함께 기획하고 준비했다. 아이 의견을 최대한 존중했다. 초대장 색상, 디자인, 문구 등 아이와 사사건건 의논하며 함께 만들었다. 수제로 만든 초대장은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초대 명단을 리스트업 했다. 집에서 할까, 집에서 하면 어떤 형식으로 준비할까 등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결국 최종적으로 우진이 생일 파티는 우리 가족의 최애 장소인 루이비통 재단으로 결정했다. 마침 현재 전시에 맞춰 키즈 아뜰리에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전시 관람 및 아뜰리에 참가 프로그램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아뜰리에 하기 전에 옆에 있는 아끌리마따시옹 공원 야외 풀밭에서 함께 파티를 먼저 하기로 했다.   


(좌) 직접 만든 초대장 (중) 아이와 함께 준비하는 과정이 즐겁다 (우) 생일 전날, R네와 함께 마술쇼 관람 by 모니카


약 10명을 초대하기로 했다. 5월 26일부터 29일까지 프랑스는 긴 연휴에 들어간다. 26, 27일 징검다리 휴일이다. 게다가 29일은 이 나라에서 어머니의 날이다. 다들 여행을 떠나거나 조부모를 만나거나 가족 모임이 있을 확률이 높았다. 어머니의 날 29일에는 가족 모임이 있을 것 같아서, 이날은 피하기로 했다. 28일로 정했다. 실제 우진이 생일은 평일이라서 주말에 하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몇몇은 바로 그날 가족 행사가 있어서 참석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다른 친구들에게 다시 초대장을 보냈다. 그런 과정이 생각보다 신경이 쓰였다. 초대장을 처음부터 준 것이 아니라, 참석 불가하면 또 다른 사람을 초대해야 하는데, 답변을 빨리 주는 사람이 있는 반면, 늦게 주는 사람도 있었다. 기본적으로 집에서 하면 못 온다고 해도 상관이 없는데, 나는 아뜰리에 티켓을 사야 하기 때문에 인원을 정확하게 알아야 했다. 표를 미리 많이 샀다가 못 오는 아이가 생겨서 표가 남을 수도 있고, 답변 준 아이 것만 사놨다가 나중에 표가 매진되어, 초대를 해놓고는 프로그램에 참여를 못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었다. 이때 알았다. '생각보다 참가 인원 파악하는 것이 힘들구나', '인원에 따라 표를 구매하는 프로그램은 이런 것이 참 번거롭구나' 아이 부모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일이 생각보다 신경이 꽤 쓰였다. 물론 성격도 한몫한다. 신랑 같은 경우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대범한 편이지만, 나는 좀 세심하고 민감한 편이라 인원 확정이 되기까지 신경이 쓰였다. 나는 부모들을 만났을 때, 이번에 긴 연휴가 끼여서 어디 놀러 가거나 하는 것은 아니죠? 하며 재차 확인을 했다. 그럴 때마다 계획이 없다며, 우진이 생일에 꼭 갈 거라며 나를 안심시켰다.


이런저런 취소와 초대의 과정을 거쳐, 최종 9명이 선정됐다. 표는 9장 확보했다. 이때부터 또 고민이 시작됐다. 아이 9명을 우리 부부 2명이 케어할 수 있을까? 아뜰리에에 들어가면 그때는 괜찮지만, 공원에서 파티할 때 만 6살 아이들을 어른 2명이 잘 돌볼 수 있을까? 그래서 어른 한 명을 더 초대해서 같이 아이를 봐야 안심일 될 것 같았다. C엄마가 초대장을 받았을 당시, 나도 함께 할까요?라고 말했던 것이 기억나서,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서인지, 바로 다른 일정을 잡았다고 했다. 신랑은 일본인 지인 T에게 연락해보라고 했다. T는 싱글인데, 아이 파티에 초대하는 것은 예의가 없는 짓이다. 아무리 우진이를 좋아하지만, 아이들 생일 파티에 함께 하자고 부르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어쩔 수 없다. 그냥 2명이서 해보는 거다. 날짜는 점점 다가오고 있고, 나는 파티에 함께 먹을 케이크, 젤리, 과자, 파티용 접시, 컵, 포크, 풍선 등을 구매했다. HEMA에 가니 파티 용품 코너가 잘 되어 있었다. 또 하나 신경 쓰이는 것이 바로 답례품. 생일 초대받아 가면 꼭 답례품을 받았다. 그것이 룰인 것 같다. 여자 아이들은 디즈니 캐릭터 빗과 목걸이 세트, 젤리, 사탕을 넣었고, 남자아이들은 캐릭터 3D노트, 포켓몬 카드, 젤리, 사탕을 넣었다. 이렇게 구성해서 포장까지 멋지게 하니 꽤 근사해 보였다. 아뜰리에에서 작품 하나를 또 완성하기 때문에 작품까지 더해지면 풍성할 것 같았다.


24일 화요일 오후,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오랜만에 볼로뉴 숲을 뛰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화면에는 E엄마 이름이 떴다. 불길한 이 느낌은 뭐지... "모니카, 우리가 이번 주말에 가족 모임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E가 못 가요. 미안해요" 매년 어머니의 날마다 가족 모임을 하는 E네 사정을 익히 곁에서 봐온지라 올해는 가족 모임을 안 하나 싶어서 여러 번 물었다. 이번에는 가족 모임 안 하냐고.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E엄마는 약간 정신이 없기도 하다. 한 번은 어떤 아이의 생일이 토요일인데 일요일로 착각해서 생일 호스트 집에 혼자 일요일 오후에 벨을 눌러 호스트를 황당하게 한 적도 있다. 그때 호스트가 집에 있어서 망정이지. 선물을 샀다며 유치원 끝나고 만나자고 했다. 나는 그녀에게 선물 안 사줘도 괜찮은데 라며 고맙다고 했다. 그다음 날은 수요일이라 학교도 문을 닫고, 목요일부터 바로 연휴에 들어가서 초대장을 나눠줄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급하게 다른 엄마에게 문자를 보냈다. 1명은 일정이 있다고 안된다고 했고, 다른 1명은 일정이 없는 것 같은데, 갑자기 연락을 받아 부담됐는지 정확히는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안된다고 했다.    


초대받은 다른 한 명 R도 갑자기 못 온다며 연락이 왔고, 준비한 선물을 주겠다며 만나자고 했다. R이 생일 파티에 못가서 속상해한다며 잠깐이라도 만나서 놀자고 했다.  R 엄마와 R 누나와 함께 생일 하루 전날인 27일에 다 같이 아끌라마따시옹에서 만났다. 마침 마술쇼를 진행하고 있어서 함께 야외 마술쇼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3시간 정도 아이는 R과 R누나와 놀았고, 나는 R엄마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그녀는 마다가스카르 출신으로 아버지는 마다가스카르인 어머니는 프랑스인이라고 했다. 신랑은 프랑스인이라고 했다. 일을 하고 있으며, 영어에 관심이 많았다. 영어를 잘 구사하면 경력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또한 퓌토에 10년 정도 살다가 아이들 교육 때문에 뇌이쉬르센에 이사 왔고 3년 정도 살았다고 했다. 뇌이쉬르센은 교육적으로 매우 우수한 동네라며 바로 옆동네 퓌토와도 차이가 많이 난다고 했다. 딸은 공립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매일 아침마다 1시간씩 영어 수업을 한다고 했다. 다른 곳은 매일 아침마다 영어 수업을 하지 않는 것인지 그녀는 초등학교에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25일 수요일, 생일에 오기로 한 남자아이 E의 아빠가 연락이 왔다. 토요일에 여행을 가기로 했다고 한다. 그래, 갑자기 일이 생길 수 있다. 여자아이 E와 R은 이해한다. 살다 보면 그럴 수 있다. 긴 연휴이기 때문에 더욱 이해 간다. 그런데 남자아이 E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그전에 그 집 아빠와 나는 이런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초대장을 주고 며칠 후, '주말에 여행 갈지 말지 고민 중인데, 결정 나면 알려줄게요'라고 했고, 나는 결정되면 알려달라 했다. 안 가기로 했고, 생일에 기쁘게 참석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생일 3일 전에 갑자기 여행을 갈 것이라고 했다. 신랑한테 말했더니, 자신은 이해가 된다면서 그런 사정이 있나 보지 하며 아무렇지 않아 했다. 그런가 싶어서 나도 이해해보려고 했으나, 이해가 잘 안 됐다. 앞에 갑자기 못 오게 된 여자아이 E와 R의 경우와는 다르다. 여행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안 간다고 해놓고선 3일 전에 마음을 갑자기 바꾼 것이라고 해석됐다. 친구 생일 초대를 이렇게 가볍게 볼 수 있는 건가. 이런 것이 프랑스에서는 일반적인 건가, 이것도 문화인건가 싶었다. 생일 파티 후, 다른 두 명의 엄마들과 생일 파티 어땠는지 얘기를 하다가 실명은 밝히지 않고, 누군가 생일 3~4일 전에 취소를 했다고 하니, 이구동성으로 이런 것은 무례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비하인드 스토리를 말하자면, 남자아이 E의 경우, 처음 초대 대상은 아니었다. 우진이가 아이들에게 초대장을 나눠주니, E가 그것을 보고, 자기도 초대해달라고 졸랐다고 했다. 우진이는 자기도 꼭 가고 싶다는 E에게 초대장을 다음날 줬다. 물론 아이는 아무 잘못이 없다. 아이는 순수하게 우진이 생일에 오고 싶고, 함께 하고 싶어 한 것뿐이다. 부모의 애티튜드에 나는 적지 않은 실망을 했다. 참고로 그 아이의 아빠는 미국인이다. 3명 자리가 갑자기 생겼고, 다른 친구들에게 연락을 했다. 생일이라고 얘기하면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에, 아뜰리에 표가 있으니 함께 참가하자고 문자를 보냈다. 그러나 다들 일정이 있었다. 좋은 프로그램에 아이들이 참가하면 좋을 텐데 아쉬웠다. 인원은 총 6명. 좋다. 우리 부부는 9명 케어에 적지 않은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는데, 6명이라서 딱 좋았다. 애써 긍정적으로 나는 생각했다.  


생일 당일, 우리는 1시간 전에 아끌리마따시옹 공원에 도착해서 테이블을 잡았다. 피크닉을 할 수 있도록 곳곳에 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있다. 4일 긴 연휴 동안 공원에서는 야외 마술쇼를 했다. 연휴를 맞이해서 많은 가족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공원을 찾았다. 13:30분에 미술관 입구에서 5명의 아이들을 한꺼번에 데리고 미술관을 통과해서 공원으로 들어갔다. 모두 우진이가 어디 있냐며 찾으러 나섰고, 저 멀리 우진이가 보였다. 우진이는 너무 기뻐했다. 아이들도 기뻐했다. 함께 생일 축하 노래를 3개 언어로 불었다. 프랑스어, 영어, 중국어. 중국어로 한 이유는 얼마 전 우진이 반에서 중국어 생일 축하 노래를 다 함께 배운 적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6명 중에서 대만인 출신 N도 있었다. 아이들은 막 점심을 먹고 왔는지 케이크와 과자를 많이 먹지 않았다. 젤리가 자꾸 달라고 했다. 다 함께 사진을 찍고, 미술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좌) 아끌리마따시옹 공원에서 생일 파티 (중) 아이들과 포켓몬 카드 게임 (우) 루이비통 미술관으로 이동 by 모니카


아뜰리에 실로 내려갔다. 우리 외 다른 인원도 많이 왔다. 아이들은 총 15명이었다. 어른들은 9명 정도 됐기 때문에 꽤 많은 인원이 모였다. 6명 아이들을 화장실에 일일이 들여보내고, 손을 씻게 하고, 외투를 벗고, 물을 마시고, 이 모든 과정을 하느라 시간이 꽤 지체됐다. 다 함께 전시실로 이동했다. 작품 앞에 모여 앉아서 큐레이터 2명의 설명을 들었다. 아이들을 잘 관찰하니, 관심 있게 듣기도 하다가, 하품하며 약간 지루해하기도 했다. 나는 열심히 영상을 찍었다. 기념하기 위해, 참가한 아이들 부모에게 보내주기 위해. 작품 3~4개 정도를 감상한 뒤, 다시 아뜰리에 실로 가서 본격적으로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평소 우진이한테 S가 거칠다는 얘기를 익히 들었다. 아이들을 때리고, 조금 폭력적이라고 했다. S는 우진이를 너무 좋아한다. 유치원에서 주로 싸움의 발단은 누가 우진이 옆에 있는 것인가에서 출발했다. 학기 초부터 S는 우진이를 너무 좋아했다. 소유욕이 강한지, 우진이 곁에 친한 아이들은 모조리 못 오게 때렸다. 우진이와 친하게 지내는 아이들이 S 때문에 우진이 가까이 오지 못하고, 함께 놀지도 못했다. 그렇게 S는 우진이를 소유하려 했다. 어느 날은 아이를 픽업하는데 S와 N이 서로 입에 피가 터지고 부모는 양쪽에 서 있었고, 선생님이 설명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다음날 선생님이 얘기해줬는데, 우진이를 두고 서로 손을 잡겠다고 하고, 우진이 가방에 달린 인형을 서로 가지겠다고 하는 등 그렇다가 심하게 싸웠다고 하며, S가 우진이를 향한 소유욕이 크다고 그렇셨다. 그럴 때마다 선생님은 S에게 우진이는 모두의 친구이지, 너만의 친구는 아니라고 일러준다고 하셨다. 생일 파티 때, N과 V가 우진이 양쪽 손을 잡고 3명이 나란히 걸어가자 S는 순간 화가 나서 V의 가슴팍을 세차게 쳤다. 그리고 왼쪽 눈가를 꼬집었다. 나는 아주 가까이서 똑똑히 봤다. 아이치고는 꽤 거친 행동이었고, 순식간에 일어났으며, S의 눈빛은 아이라고 하기에는 무서웠다. 나는 사실 다른 아이들을 잘 관찰할 기회는 많이 없었다. 우진이 하고만 자주 지내기 때문에 대부분의 아이들은 순하고 천진난만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진이와 함께 노는 다른 아이들 대부분도 매우 천친난만하고 순수했다. 아이들이 떼를 쓰거나 울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아이라서 때로는 울기도 하고, 무작정 떼를 쓴다. 그것 또한 아이다움이다. S는 달랐다. 조금 폭력적이었다.   


(좌,중,우) 시몽 한타이 전시 관련하여 큐레이터 설명 듣는 모습 by 모니카


나는 '금쪽같은  새끼' 방송을 즐겨본다. 거기에 나오는 아이들은 자세히 보면, 정말 저런 아이들이 있을까 싶은 마음도 살짝 들기도 했다. 방송이라   거친 액션을 하나... 싶기도 했다. 그런데 프랑스에서 실제 금쪽 이를 만났다. S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N  머리카락을 세게 잡아당겼다. 뒤에서 뒤통수를 세게 내리치기도 했다. N 울기 시작했다. 나는 V 빨개진 눈가를 어루만져 주고, N 울음을 그치게 하기 위해 정신이 없었다. 아뜰리에 실에서 다들 선생님 설명을 듣기 위해 조용히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보다 못한  중년 마담이 S에게 한마디 했다. 느낌이 교사일을 하는 분인  같았다. 아이이게 따끔하게 훈계를 했다. 큐레이터 선생님에게, 여기 모인 많은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S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았다. 중년 마담의 말에도 나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나는 S 따로 데리고 나갔다. 진정시키고, 안아주었다. 그러자 흐느끼며 울기 시작했다. 우는 S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뭔가 아이가 가지고 있는 슬픔이 있다고 느껴졌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S 왼쪽 팔이 정상적이지 않아서 치료를 받으러 다닌다고 그의 엄마에게 얼핏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치료가 물리적 치료뿐 아니라 정신적 치료도 함께 병행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S  지켜봤는데, 약간 다른 아이들과 달랐다. 금방 화를 냈다가,  금방 웃으며 기분이 좋아졌다가 그랬다. 기분이 수시로 변했다. 행동이 산만해서  넘어지고 그랬다. 본인도 뭔가 괴로운 것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S에게 감정이 이입됐다. S 흐느끼는 눈물을 보면서 S에게 내가 보이기도 했다. 자기도 그렇고 싶지 않는데, 자기 뜻대로  안되고, 남에게 괜히 상처주게 되고, 그래서 슬퍼지는... 아직  6살밖에 안된 아이인데, 본인도 본인이 괴로울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부모들이 문제인가, 그는 형과 누나가 있는데, 형과 누나가 동생을 때리는 것인가, 가정환경에 문제가 있는 것인가... 별의별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수가 없다. 그의 가정환경을   수도, 그의 내면도  수가 없다. 진정을 시키고 다시 아뜰리에 실로 데리고 나갔다. 우진이 옆에 앉혔다. 우진이 옆에 앉아 그제야 조금 진정이  듯했다. 이런 상황이 싫은 우진이도 잠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생일날  다들 싸우고 난리야... 라며 울었다.


 

(좌) 아뜰리에 시간 (중) 친구들과 함께 종이를 접고 칠하고 펼치는 플리아쥬 기법을 사용하며 작품 만들기 중 (우) 작품을 말리는 중 by 모니카


나는 S옆에  붙어서 그를 도왔다. 지금은 다른 아이는 눈에 들어오지 않고 오직  아이만 케어를 해야   같았다.  진행되나 싶더니, 갑자기 풀을 자기가 지금  써야겠단다. 풀을 가지지 못하니 화를 냈다. 풀을 줬다. 그다음 가위를 자기가 써야겠다고 했다. 가위는 다른 아이가 쓰고 있으니,  쓰면 주겠다고 했다. 그는 참지 못했다. 화를 냈다. 나는 엄한 말투와 목소리로 말했다. "S! 지금은 다른 아이가 쓰고 있으니,  쓰고 나면 준다. 그때까지 기다려!"  엄한 말투에 조금 놀란 듯했지만, 그는 계속 가위 가위 소리쳤다. "이러면  ! 다른 아이  쓰고 나면 준다. 기다려.  차례가  때까지 기다려. 그러면  . 소리치는 것은 나쁜 짓이야." 그는 잠자코 있었다. 주황색 가위를 주니, 굳이 파란색 가위를 가져야겠단다.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순간 담임 선생님이 생각났다. 겨우 6 다루기도 힘든데, 28명을 어떻게 다루셨을까. 정말 존경스럽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작품은 다 완성됐고, 어서 우리 팀은 아뜰리에 실을 빠져나왔다. 큐레이터와 함께 한 사람들께는 연신 미안하고 감사하다고 말하고 도망치듯 나왔다. 우리가 빨리 나가 주는 게 그들을 돕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밖에 나와서 간식을 먹으며 아이들 손을 씻겼다. 부모들은 삼삼오오 아이를 찾으러 왔다. 준비한 답례품을 주면서 모두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S는 베이비시터가 데리러 왔다. 그의 엄마는 현재 만삭이며, 배 안에 든 아기까지 하면 총 5명의 자녀를 뒀다. 선물을 집에서 뜯으려고 했는데 J가 자기 선물을 우진이가 뜯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했다. 정신없는데 바닥에서 선물을 뜯어보자고? 옆에 V의 엄마한테 "프랑스는 선물 받은 즉시 선물 뜯는 게 문화인가 봐요?"라고 물으니, 그렇단다. 그 자리에서 선물을 다 뜯었다. 우진이는 배트맨, 스파이더맨, 피카추, 드래건 등 평소 같고 싶었던 것들을 한꺼번에 많이 받아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장난감을 많이 사주지 않아서인지 집에 하나같이 다 없는 장난감들이었다. 우진이는 이게 웬 횡재냐라는 표정이었다. 3명은 선물을 큰 것 1개, 작은 것 1개, 즉 2개씩 줬다. 나는 평소 다른 아이 집에 선물을 사 갈 때 다들 얼마 정도 하는 선물을 사가야 하는 건가 궁금했었다. 엄마들과 친분이 있고, 아이들도 친하게 지내면 40유로 정도 짜리를 사간 적이 있고, 그 외는 25유로 정도로 사갔다. 선물을 받아보니 대략 평균 25유로 정도의 선물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게 적정 가격인가 보다. 물론 가깝게 지내는 여자 친구 E와 V의 경우, 좀 더 비싼 선물을 줬다. 선물을 받고 안 받고, 선물 가격은 중요하지 않다. 선물 가격을 공개하는 이유는 프랑스에서 아이 친구 생일 선물을 살 때 어느 정도 가격을 준비해야 하는지 모르는 분들께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이다. 물론, 내 경우가 정답은 아니다. 친구들을 더 많이 초대했으면 달라졌을 수도 있다.


집에 오자마자 샤워를 하고, 미역국을 먹고, 얼른 모두 잠자리에 들었다. 우진이는 오늘 하루 너무 신이 나서 잠이 들 때까지 계속 싱글벙글했다. 일 년에 한 번뿐이 생일, 이렇게 파티를 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내가 이 세상에, 이 땅에, 이 지구에 태어난 것을 많은 이들이 함께 축하하고 축복해주는구나'라는 기분은 아이 자존감을 한층 단단하게 해 줄 것이다. 모두가 너의 존재를 축복한다는 메시지는 어린 시절 중요하다. 자칫 내 기준에서 생각해서 수많은 날 중 하나일 뿐이고, 생일만 중요한가 365일 다 중요하지... 이런 식으로 생각했다면 오늘같이 생전 느껴보지 못할 강한 기분을 아이가 느껴보지 못했을 것이다. 항상 아이 기준에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 또한, 아이를 낳지 않았으면 누구를 위해 이렇게나 생일 파티를 신경 쓰고 준비했을까 싶다. 엄마가 되니, 내가 해보지 못한 경험과 느낌을 가지게 됐다. 마지막으로, 생일을 준비하면서 역지사지를 깨달았다. 누군가가 생일 파티에 초대했다는 것은 소중한 것이며, 초대한 호스트에게 감사해야 하며, 참석 답장은 되도록 빨리 할수록 좋으며, 파티 주최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고심하고, 애쓰고, 힘을 들이고 있으니, 최대한 협조적으로 호스트를 편하게 해줘야겠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마지막으로, 내년에는 이렇게 할지 모르겠다. 사실 생일 준비하면서 여러 가지로 너무 신경 써서 인지 중요한 일을 하나 놓쳤다. 정말 중요한 것을.….. 내년에는 어떻게 아이 생일 파티를 할지 모르겠다. 내년일은 내년에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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