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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Jul 25. 2022

자폐증을 소개하는 프랑스 동화책

막스와 우영우

7월 초, 동네 도서관에서 동화책 6권을 빌렸다. 그중  권의  제목은 자폐증(L'autisme)이다. 자폐증에 관한 프랑스 동화책이다. 권장 연령은  4~7세라고 적혀 있다.  연령대 아이들에게 자폐증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한 프랑스 동화책. 나는 어떤 내용이  안에 담겨 있을까 궁금했다. 집에 와서 아이와 함께 읽었다.


내용은 막스(Max)라는 아이가 자폐증이 있는데, 막스의 생활 습관에 대해 에피소드를 기본 베이스로 자폐증의 특징을 쉽게 설명했다. 막스의 생일이 곧 다가오고, 생일 준비를 하는 과정을 그려냈다. 생일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자폐증 아이가 보이는 행동 특징을 설명하고, 강조 단어를 초록색으로 표시했다. 그 외는 모두 검은색 글자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오늘 막스의 4살 생일인데 친누나 플로어가 동생 생일을 준비한다. 동생이 좋아하는 돌고래도 선물로 준비한다. 그런데 막스는 정작 엄마 뒤에만 붙어 있다. 자폐증 증상 중 하나인 변화를 싫어하고, 늘 하는 루틴에 마음이 편한 막스는 생일 파티를 보고도 시큰둥이다. 누나가 돌고래 선물을 주는데도 좋아하지 않고 돌아선다. 누나는 마음이 속상하다. 막스 방 안에는 온갖 돌고래로 가득하다. 돌고래 그림 액자, 침대, 베개, 돌고래 책 등 모두 돌고래로 가득하다. 늘 돌고래 관련 채널만 시청한다. 드디어 생일날이 다가왔다. 사람들이 한 두 명씩 막스 집에 온다. 하지만 막스는 엄마 치마 뒤로 숨어버린다. 소음에 매우 민감해서 시끄러운 것을 못 참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대화도 안 하고 눈도 마주치지 않는다. 막스는 엄마 무릎 위에 올라앉아 돌고래 인형만 만진다. 그런데 누나가 선물한 돌고래는 바닥에 내동댕이쳐 있다. 누나는 속상하기만 하다. 케이크를 먹을 때도 엄마가 도와줘야 한다. 심지어 종이 접시를 입에 갖대어서 씹는다. 행동에 있어 정상적이지 않을 때가 있다. 언어 발달이 늦어서 아빠에게 목이 마르다는 말을 하지 않고 물컵이 그려진 그림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누나와 함께 블록을 가지고 노는데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같은 말을 반복하다. 함께 잘 어울려 놀지 못한다. 누나는 숙제하는 동안 동생은 돌고래 티브이만 보고 있다. 아빠는 그런 막스를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가족이 막스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막스의 행동과 말에 적응하려 하고 맞추려고 한다. 막스는 평온해 보인다. 엄마와 누나는 둘이서 산책을 한다.


책을 5~6 거듭 읽었다. 책을 통해 자폐아의 특징을 알게 되었다. 또한 그림과 곁들여진 프랑스 동화책을 통해 자폐아도 가족 구성원 및 주변 사람들이 함께 더불어 협력해서 도와주며 살아가면 사회에서 어느 정도 적응해 나갈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이런 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줌으로써 친구 중에 이런 증상이 있는 아이를 어색하거나 이상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아이는 자폐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이해하고 받아들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4세에서 7 아이들을 대상으로 만든 책이라고 적혀 있다. 자폐증을 어른들만 알아야 하는 것이 아닌, 자폐아동을 학교에서 만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또래 아이들이 알아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초록색으로 강조한 단어는 다음과 같다.

handicap : 핸디캡, 장애

répétition : 반복, 되풀이

hypersensible : 과민

trouble de la communication : 의사소통 장애

s'adapter : 적응하다

autonomie : 독립적, 자립적

trouble du comportement : 행동 장애

double sens : 이중 의미

psychomotricien : 정신 운동 치료사

orthophoniste : 언어 치료사

activité de tri : 분류 활동

routine : 루틴

auxiliaire de vie scolaire : 학교 생활 도우미


총 29페이지로 된 동화책에서 가장 마음 깊이 와닿은 문장은 다음과 같다.


Max ne peut pas changer ce qu'il est.
C'est aux autres de l'accepter et de s'adapter.
막스는 그 자신을 바꿀 수는 없어. 막스를 받아들이고 막스에게 맞춰가는 것은 다른 이들의 몫이야.

(좌) 막스 아빠가 플로어에게 말하는 문장이 있는 페이지. 내가 좋아하는 문장 (우) 마지막 페이지에서 막스를 포함하여 가족 구성원 모두가 평화로워 보인다. 출처: 모니카

누나 플로어가 동생 행동 때문에 속상해하자 아빠가 플로어에게 한 말이다. 읽고 또 읽으며 마음속에 담았다. 자폐아를 가진 부모는 속이 상할 것이다. 아이를 고치고 싶고 개선하고 싶은 마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빠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막스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막스를 바꾸려기 보다는 부모와 가족 구성원이 막스에게 맞춰주고 막스의 행동에 적응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막스는 마음이 편한 아이로 성장할 것 같다. 그리고 사회에 조금씩 한발 두발 내딛게 될 것이다. 가족 구성원이 문제 행동을 문제로 보지 않고, 받아들이고 사랑으로 보듬으면 그 아이는 더 이상 문제아가 아니다. 막스라는 고유한 인간으로 성장하게 된다.


요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드라마를 넷플릭스로 보고 있다. 화제라고 하길래 한번 봤는데, 마침 읽고 있던 자폐증 프랑스 동화책과 일맥상통해서 3화까지 봤다. 주인공 우영우가 고래를 너무 좋아하는 것을 보고 놀랬다. 책에도 돌고래만 좋아하는 막스가 나오는데 자폐아동들 대부분이 고래에 꽂히는 특성이 있는가 궁금해졌다. 우영 우는 늘 김밥을 먹는다. 그녀의 루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화책을 보지 않았다면 잘 몰랐을 텐데 책을 읽고 자폐증 증상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을 갖고 드라마를 보니까 우영우 행동이 이해가 됐다. 루틴에서 벗어나면 안 되기 때문에 자신이 편하게 생각하는 것을 계속해야 마음이 편안하고 안정되는 것이다.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하는 것도 그렇고 행동 특성도 그렇고 많은 부분이 공감 갔다. 우영우의 아버지도 딸을 다그치지 않고 편안하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키웠을 것 같다. 자폐아동이라도 다 지능이 낮은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우영우는 최고 대학 졸업 후 변호사가 됐다. 아마도 아버지의 역할이 큰 몫을 하지 않았을까? 동화책 속 막스 아버지처럼 막스를 변화시키려 하기보다는 아이에게 맞춰주고 적응해나갔기 때문에 우영우가 멋지게 훌륭하게 성장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출판사는 Éditions Milan이라고 되어 있다. Mes petits pourquoi 시리즈로 여러 권이 출간됐다. 시리즈를 보면 다음과 같다. Zizis et Zézettes(여아 및 남아 성기), Les émotions(감정), La mort(죽음), Chez l'orthophoniste(언어 치료), Bêtises et limites(잘못된 행동과 제한), Les allergies alimentaires(음식 알레르기), La surdité(청각 장애), Le divorce(이혼), Le sommeil(수면), Frères et sœurs(형제자매), L'autisme(자폐증), Les mensonges(거짓말), Partir en vacances(바캉스 떠나기), Les enfants précoces(조숙한 아이), La politess(공손함)


(좌) 자폐증을 소개하는 프랑스 동화책 (우) 자칫 민감한 주제일 수 있지만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좋을만한 시리즈가 많은 프랑스 동화책. 출처: 모니카 박


주제들이 조금 민감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이가 알아야 할 부분이다. 한국에서는 어떻게 보면 어린아이들은 몰라도 된다며 쉬쉬하는 주제를 프랑스에서는 만 4~7세 아이들에게 편안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이 주제를 알려주고 있다. 이혼, 죽음, 자폐, 청각 장애 등 일상 속에서 마주할 수 있는 주제와 친구들이다. 아이들은 이런 책을 부모와 함께 읽으면서 내 주변 세계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알아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지하면 차별과 편견이 생길 수밖에 없다. 자폐라는 것에 대해 들어본 적도, 본 적도, 배운 적도 없는데 자폐아동의 이상 행동을 보게 되면 아이들은 이런 아이를 이상하게 생각하고 차별하고 함께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동화책을 통해 자폐 아동이 존재하고, 그런 아동이 이상하지 않으며, 그럴 수도 있고, 그렇게 태어났으며, 나와 똑같은 소중한 인간이며, 그런 행동에 대해 미리 조금이라도 학습한다면, 친구 중에 그런 행동을 보이는 아이를 만나더라도 어느정도 이해하게 되고 차별과 편견을 갖지 않게 된다. 그러면 자폐 아이도 다른 친구들의 이해와 공감 속에서 상처받지 않고 친구들과 함께 똑같이 성장해나갈 수 있다.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도 자신이 아스퍼거 증후군(자폐증과 유사한 증상. 특징은 지속적인 사회관계 형성이 힘들고, 제한되고 정형화된 유형의 행동을 보인다)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나는 우리 인간은 어느 정도 자폐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말처럼 자폐증 성향 및 레벨, 강도 등이 천차만별이라고 생각한다. 자폐 스펙트럼 중에서 아주 낮은 강도의 자폐 성향을 일반 보통의 평범한 인간들에게도 어느 정도는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예를 들어, 대인 관계에 불편을 느낀다거나, 다리를 떠는 반복적인 행동을 한다거나, 사람들 많은 시끄러운 곳을 싫어한다거나, 눈을 깜빡인다거나, 규칙적인 생활 습관에서 벗어나면 힘들다거나 등등 이런 생활 습관들은 어떻게 보면 자폐 스펙트럼의 낮은 단계에 속하지 않을까? 나는 의사 또는 전문가는 아니라서 함부로 말할 수는 없지만 내 개인적인 의견은 그렇다. 평범한 사람들 또는 뛰어난 인물 중에서도 어느 정도 성격적인 단점이 있고, 하자가 있고, 부족한 부분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폐 성향을 가졌다고 편견을 가지고 차별적인 시각으로 보면 안 된다. 우리도 모두 완벽하지 않은 부족한 부분이 많은 인간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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