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니카 May 09. 2022

우리는 연결되어 있어

단짝

내 단짝은 내 말을 참 잘 들어준다. 나의 사소한 얘기에도 귀 기울여서 들어준다. 내가 했던 말을 잘 기억한다. 재미없는 이야기도 재미있다며 계속해달라고 조르기도 한다. 그다지 예쁘지도 않은 나를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며 이 세상 최고 행복한 공주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서툰 점이 많은 나를 세상에서 가장 대단하다고 말해준다. 자기는 슈퍼맨이고, 나는 원더우먼이라고 한다. 부족한 점이 많은 내게 늘 최고라고 말해준다. 나의 어떤 모습도 숨김없이 다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사이다. 단짝은 만날 때마다 오늘 있었던 이야기를 내게 쉴 새 없이 한다. 내 단짝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자주 묻는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다 주고 싶은 모양이다. 종이로 귀걸이, 목걸이, 반지를 직접 만들어 내게 선물한다.


내 단짝은 나와 6년 가까이 알고 지내고 있다. 약 6년 동안 세 나라에서 함께했다. 볼 것 못 볼 것 없이 서로의 내밀한 부분까지 다 본 사이다. 단짝을 알아가는 초기에는 내가 단짝으로 인해 힘들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단짝 곁을 절대 떠나면 안 되고, 단짝의 손과 발이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낯선 해외에서 단짝을 챙기는 일이 힘에 부칠 때도 있었다.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오히려 내가 단짝으로 인해 힘을 얻고 살아갈 수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단짝이 내 곁에 없었다면 나는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처음 느껴보는 경이롭고 새로운 감정을 경험해보지 못했을 것이다. 나만의 세상에서만 살다가 단짝으로 인해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것을 경험했다. 내 세상이 그만큼 더욱 확장됐다. 어느덧 나는 단짝으로 인해 큰 위로를 받고 있다. 단짝에게 인생을 많이 배우고 있다. 2년 넘는 팬데믹 기간 동안 집에 있으면서 우리는 더욱 가까워졌다. 단짝과 하루 종일 붙어 있었고, 단짝과 나는 서로를 더욱 알아갔다.


단짝이 내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우리는 연결되어 있어.” 단짝은 나와 떨어져 있을 때에도 우리가 서로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우리는 매일 아침 헤어지고, 오후 늦게 다시 만나는데 서로 만날 때면 환한 미소로 반가워한다. 단짝은 나와 떨어져 있는 시간에도 나와 연결되어 있다고 굳게 믿는다. 내 머릿속과 단짝의 머릿속이 함께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알고 있다고 했다. 오늘 하루 뭐했는지 묻길래, “밥 먹고, 책 읽었어.”라고 답하니, 자신도 똑같은 것을 했다며 놀라워했다. 지금 뭐하고 싶냐고 묻길래, "쉬고 싶어."라고 했더니, 자기도 그렇다며 또 놀라워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거봐, 우리는 연결되어 있잖아!”라고 팔짝팔짝 뛰며 기뻐했다. 단짝은 나랑 같이 있으면 자주 하는 행동이 있다. 자신의 발을 내 발등에 살포시 얹는다. 나와 떨어지기 싫고, 연결되어 있고 싶어 하는 마음이 몸으로 표출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란히 앉아서 TV를 보고 있으면 보들보들하고 작은 발바닥이 내 발등 위로 살며시 닿는다. 단짝은 나랑 언제 어디에서든 연결되고 싶어 한다.   


초연결 세상이다. 인터넷 클릭 한 번으로, 손가락 한 번으로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과 쉽게 연결된다. SNS 세상에서 과연 우리는 진심으로 서로가 연결되어 있는지 의문스러울 때가 있다. 연결되어 있긴 한데 연결되지 않는 듯한 오묘한 상태. SNS에서는 언제 어디서든 서로가 연결될 수 있지만, 진심으로 너의 마음과 나의 마음이 연결되어 있는지 모를 때가 있다. 내 단짝은 휴대폰이 없다. 몸이 떨어져 있는 동안 서로가 어떻게 지내는지, 뭐 하고 있는지, 기분이 어떤지 전혀 알 수 없지만 깊은 애착과 신뢰를 바탕으로 서로가 깊이 마음과 머리가 연결되어 있다고 굳게 믿는다. 이 믿음을 바탕으로 각자의 시공간에서 잘 지낼 수 있다. 내가 잠시 인터넷 세상에 빠져 있으면 단짝은 핸드폰만 보지 말고 자기를 봐달라고 한다. 단짝이랑 노는 것이 좋지만 어떤 때는 인터넷 세상 속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이 재미있어서 옆에 있는 단짝을 외롭게 두고 잠시 다른 세상 안으로 빨려 들어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단짝은 슬며시 핸드폰을 가져다 다른 곳에 놔둔다. 아뿔싸. 진짜 연결을 옆에 두고 가짜 연결에 빠져버렸네.

 

 단짝은   6세가 되는 하나뿐인 아들이다. 홍콩에서 만들어졌고, 한국에서 태어났으며, 프랑스에서 라고 있다.  세상에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그는 내가 없으면  되고, 나도 그가 없으면  된다. 우리는   없었던  몸에서, 서로를   있는  몸으로 분리된 인연으로 만났다. 서로에게  힘이 되고 의지가 되는 우리는  함께하는  세상 최고 단짝이다. 우리는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한다. 서로를 변화시키려 하지 않고,  자체로 존중하고 아낀다. 서로가 상대방의 자연스러운 성장을 지지한다. 나는  단짝이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 경제적으로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길  응원한다. 나는  세상 끝나는 날까지  단짝과 좋은 관계로 남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게임의 세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